글로벌 경기 침체, 미국·중국 등 보호무역 확산으로 대한민국의 수출 상황이 어렵다. 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부품의 수출은 5.9%나 감소하는 등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스마트폰과 정보가전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자동차 등 다양한 업종과 융합되고 있다. 집 안의 모든 가전을 연결하는 `스마트홈`과 움직이는 전자기기 `스마트카`는 연결의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콘텐츠가 결합, 새로운 문화와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일도 중요하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에서는 이 모든 변화와 혁신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콘퍼런스룸에서 `ICT·IoT 융합제품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라스베이거스 현지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우리 상황을 진단하고 대응 방향까지 모색했다.
◇사회(김승규 전자신문 전자자동차산업부장)=이번 CES는 신기술과 제품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가 많이 참석, 기술 협력의 장을 열었다. 이번 전시회를 본 소감을 부탁한다.
◇남인석(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눈여겨본 것은 스마트홈이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인 인공지능(AI) 플랫폼 기반 스마트홈 전략이 크게 부각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 가전업체들은 사용자의 편리성을 극대화한 스마트홈을 강조했다. 기계와 대화하는 형식은 과거 키보드에서 마우스로 넘어왔고, 터치패드로 이어졌다. 지금은 음성으로 기계와 소통한다. 음성으로 하는 AI 기술은 빅데이터 발달로 사람 음성 인식률은 더욱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 기계와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민동욱(엠씨넥스 대표)=CES에서 사물인터넷(IoT), 커넥티비티 카 등의 화두가 등장한 것은 3년 전이다. 지난 3년 동안 구축한 기술이 구현하고자 하는 방향은 비슷하지만 완성도가 확실히 높아졌다. 특히 자율 주행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카의 발전은 놀랍다. 자율 주행이 등장한 3년 전에는 센서를 이용해 차량이 이동하는 것에만 중점을 뒀다. 그러나 올해의 모습은 자동차가 휴식 공간, 업무 공간이 되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IoT나 빅데이터도 기술 구현이 단순하게 연결에만 있었지만 더욱더 인간 친화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원호(한국무역정보통신 전무)=인간 친화형 기술 발전에 대해 공감한다. 특히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차 안에서 사람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진보, 진화가 상당히 앞서갔다. 파나소닉에서는 자동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스피커를 봤다. 기술은 어느 정도 올라왔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어떻게 인간의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박청원(전자부품연구원장)=기술은 1년 전과 비슷하지만 올해는 4차 산업혁명의 요소가 많이 등장했다. 지난해에는 어떻게 기기를 운영할 수 있고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면 올해는 기기의 연결이 상당히 많이 사업화됐다. 이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보여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 기조 강연에는 여행, 스포츠, 문화 등 다양한 기업 CEO가 등장했다. 기술을 통해 실질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을 보여 준 것이다. 지난해가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4차 산업을 이끌어 갈 기술에 관심이 있었다면 올해는 이를 모두 융합한 데이터를 활용, 어떤 비즈니스 서비스를 할 것인지가 화두다.
◇조학희(한국무역협회 본부장)=개별 기업의 독자 제품과 기술을 보여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든 기업이 ICT를 활용해 다양한 시도를 한 것이 돋보였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부스는 방문객이 찾아오면 센서로 파악, 몇 살의 남성 또는 여성인지 등 빅데이터로 맞춤형 광고판을 선보였다. 빅데이터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서비스에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그대로 보여 줬다.
◇정재훈(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지난해를 비롯해 2년의 CES는 현장의 눈이 아닌 언론을 통해 봤다. 항상 CES를 주목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 트렌드는 통합이다. AI와 플랫폼이 만나 다양한 서비스가 추가됐다. 개별 제품을 예로 들면 TV와 같은 가전의 경우 디스플레이를 휘게 한다든지 화질을 또렷하게 한다든지 등 하드웨어(HW) 측면의 발전뿐만 아니라 이를 응용한 서비스, 자율 주행 등 기술과 서비스가 함께 결합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사회=자동차가 5년 전 스마트폰을 보는 것 같다. 정보기술(IT) 기업과 자동차 메이커 간 교류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말이 나온다. 우리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는가.
◇남인석=4차 산업혁명 하면 중소기업은 굉장히 답답해 한다. 하긴 해야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잘 살펴보면 중국 업체는 다르다. CES에 대거 참가, 4차 산업혁명의 씨앗을 본다. 우리 기업이 와서 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견문을 넓혀야 한다. 두 번째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자동차 기업과 IT 기업이 융합하고 모여야 하는데 이런 것이 우리는 아직 미흡하다. 관련 기업과 정부 유관기관이 함께 만날 수 있는 시스템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정재훈=본인들이 공부하고 있는데 옆에서 공부하라고 하면 공부하기 싫어진다. 그것이 이치다. 그러나 자신이 느껴서 공부하면 속도가 붙는다. 어떻게 동기를 부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CES를 보고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방법은 다양한 기관에서 이야기가 나온다. 1인 방송, 특히 CES를 K무크와 같은 시스템에서 보여 줘야 한다. 산업단지공단, 테크노파크와 같이 중소기업이 모일 수 있는 곳에서 볼 수 있게 하면 좋다. 그리고 코웨이, 인바디 등과 같이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자기 동기 부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청원=4차 산업은 혁신 전환을 요구한다. 완전한 사업이 바뀌고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어 가는 상황에서 기반 기술도 달라지고 있다. 우리가 제대로 4차 산업에 대응하지 못하면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단순하게 껍데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만들고 부가 가치를 남겨야 한다. 중소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서 기술 부분은 기업이 확보하고, 할 수 없는 부분은 정부가 골라서 집중 투자와 가이드를 할 필요가 있다.
◇민동욱=4차 산업혁명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과거 엘빈 토플러가 미래를 예측했지만 30~40%만 맞고 나머지 대부분은 틀렸다. 가상현실(VR), 스마트 팩토리와 같이 껍데기만 변화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을 제대로 알려 주는 곳이 없다. 정부는 기업 혼선이 없도록 단계별, 업종별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최원호=4차 산업혁명은 지난해 대두됐다. 알리바바를 보면 4차 산업혁명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알리바바는 2003년부터 핀테크를 시작했다. 알리바바는 1999년부터 18년에 걸쳐 자연스럽게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 온 것이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잘 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알리바바라고 하는 거대 전자상거래 업체를 키웠다. 대한민국은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 미래창조과학부인지 산업통상자원부인지 모호할 때도 있다. 생태계의 시너지를 모이고 교통 정리를 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사회=해외 업체의 동향은 어떠하며, 수출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에서 필요한 대응은 무엇인가.
◇정재훈=최근 다양한 업계 간담회를 찾아갔다.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 보니 공통된 것이 기술과 규제 방향에 대한 정보다. 이를 준 정부기관이 모여 알려 주면 좋은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각자 기업은 모두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이러한 정보를 하나로 모아 주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정보, 방향을 모아 소그룹을 만드는 것이다. 나머지는 기업 생태계 안에서 자율 노력을 해야 한다.
◇조학희=수출 중심 사업 구조에서 최근의 흐름은 상당히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때도 해당 연도 후에는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지난 2년 연거푸 마이너스 성장했다. 무역연구원 안에서 내년 3.9% 수출 증가를 예상하고 있지만 1조달러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중소·중견기업의 새로운 기업 육성이 필요하다. ICT 기업은 지난해 수출이 부진했지만 벤처기업은 2.6% 늘었다. 이런 쪽에서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민동욱=올해 AI와 VR, 연결성에 대한 완성도가 많이 올라왔다. 다시 말해서 전자 부품소재 업체의 수출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왜냐하면 부품 생산을 기업들이 단기간에 갑자기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부품소재가 됐건 간에 전문 기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내수에서 인력을 취하면 채용장려금을 지금하고 수출장려금도 준다. 단순하게 돈을 준다는 것이 모든 것의 해결책은 아니지만 정부 지원책도 이제는 좀 더 세밀하고 정교해져야 한다. 기업의 기를 살리는 분위기도 중요하다.
◇정재훈=여러 산업이 변화하지만 너무 위기로 볼 것은 아니다. 석유화학은 2006년부터 끝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는 산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봐야 한다. 자동차도 앞으로 모두가 자율주행차를 타는 것이 아니다. 타타그룹이나 마힌드라그룹보다 나은 친환경 자동차를 만들면 신흥국 공략이 가능하다. 단순하게 산업의 쇠퇴만을 걱정하고 한 가지만 쫓아갈 것이 아니다. 폭넓고 다양한 관점에서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할 기회를 봐야 한다.
◇박청원=4차 산업 또는 5차 산업까지 단위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1970~1990년대에 해 온 것처럼 수입 제한 등 방법은 사용할 수 없다. 2000년대 들어와 전문 기업도 만들어 보고, 10년 이상 중장기 전략으로 부품 쪽 경쟁력이 생겼다. 단기 성과보다 긴 호흡에서 세세한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 이제는 모두 열어 놓고 공유해야 한다. 기능상 통합되는 부분은 묶어 주고 산업에 줄 수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남겨야 한다. 정부가 형평성을 고려해 예산을 쪼개 주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 연구개발(R&D) 프레임 전반의 전환도 필요하다.
◇민동욱=인재 양성을 빼놓을 수 없다. 소프트웨어(SW) 개발과 육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우수 인재를 길러 내지 못했고, 기업은 좋은 인력에 항상 목마르다. 실제 핵심 SW를 개발하고 있는 리모션과 같은 기업을 보면 창업자와 최고기술경영자(CTO)가 수학 전공자다. 아래 있는 스태프는 통계학을 전공했다. 우리가 SW 얘기를 많이 하는데 성공한 사람들의 플랫폼 기반은 어떻게 나왔는지, 수학·통계학 등은 어떻게 쓰이는지 많이 알려야 한다.
◇정재훈=예산권을 쥐고 있는 국회를 움직이는 것이 힘들다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등에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관장이 바뀌었을 때 경영 협약을 해야 한다. 경영 협약은 기관장에게 재량권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래 산업의 8대 분야인 IoT부터 홀로그램까지 출연연 원장이 고르게 해야 한다. 그 가운데 몇 개 과제는 몇 퍼센트를 쓰겠다는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묶음 예산을 주는 것에 대해 내부에서 반대할 수 있지만 경영 협약을 맺으면 아래 사람들을 설득하고 강제할 수 있다.
◇사회=중소기업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전자상거래 플랫폼`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수출과 IT 인프라에 강한 우리나라가 온라인 무역에는 아주 취약하다.
◇조학희=전체 우리나라의 무역 거래에서 전자상거래 비중은 채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미미하다.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출발부터 수출을 염두에 두고 사업과 제품을 선정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온라인 무역은 오프라인 무역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덜 든다. `전자무역` 적극 확대를 위한 정책과 지원책이 시급하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