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지상파 PD들이 케이블 방송국으로 대거 이적할 당시 업계에서는 변화의 바람을 예고했다. 지금껏 방송계는 지상파를 주축으로 흘러갔는데, 이제는 ‘케이블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심축이 비(非) 지상파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미디어 환경과 더불어 업계 및 대중의 행동이 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콘텐츠를 송출할 수 있는 미디어 채널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대중은 꼭 텔레비전(방송 채널)이 아니더라도 SNS, 동영상 사이트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즐긴다.
이제는 ‘어디’를 통해 콘텐츠가 생성되는 지보다, ‘어떤’ 콘텐츠가 보여지는 지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엔터테인먼트사도 이런 지각 변동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최근 엔터테인먼트사들은 PD들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콘텐츠에 참여하고 투자하는데 더 나아가 직접 제작하겠다는 의도다.
최근에는 YG엔터테인먼트가 MBC ‘라디오스타’의 조희진 CP와 ‘무한도전’의 제영재 PD, ‘진짜 사나이’의 김민종 PD에 이어 Mnet ‘음악의 신’을 연출한 박준수 PD까지 영입한다는 설이 돌았다.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콘텐츠 제작을 위한 인력을 구축하려고 함은 짐작해볼 수 있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이하 미스틱)는 종합편성채널 JTBC 여운혁 국장을 영입했다. 여 국장은 현재까지도 PD로 활동해오고 있긴 하지만 국장급이다. 미스틱이 높은 위치의 인사를 데려온 것은 다소 놀라운 행보다.
이에 대해 미스틱 관계자는 “장항준 감독과 김은숙 작가는 소속되어 있지만 PD는 영입이 처음이다. 아직 미스틱이 프로그램 등을 제작한 경험과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염두에 두고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운혁 국장의 직책이나 업무 등 디테일한 부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그를 영입한 배경에 ‘콘텐츠의 중요성’이 깔려있음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콘텐츠가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등에 있어, 앞으로 계속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향후 엔터테인먼트사는 결국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할 것 같다”면서 “그런 부분에 있어 여 국장이 많은 부분을 케어해주지 않을까 싶다. 엔터테인먼트사로서만 있었을 때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들 엔터에서 제작을 많이 하는 추세이긴 하다. 그래서 다들 PD를 영입하려 하는 건 아닐까 싶다. 연예인들은 이미 있으니 그들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찾는 것이다”면서 “구체적으로 전망할 수 없으나 콘텐츠가 다양해질 것이라는 데는 동의한다”고 전했다.
다양해지는 채널과 콘텐츠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배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엔터테인먼트사가 그 배경에 손길을 뻗고 있다. 이제는 방송사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으면 제작자들은 더이상 그곳에 머무를 필요가 없어졌다.
준비되어 있는 연예인들과 노하우를 지닌 제작자들이 만나 시너지를 낼지, 몸집을 불리는 엔터사들이 콘텐츠 독점을 가져올 지 지켜봐야할 듯하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