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반기에 다수의 스마트폰이 쏟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플래그십 모델뿐만 아니라 중보급형 스마트폰이 대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프리미엄 제품에서만 볼 수 있었던 다양한 기능이 보급형 폰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뿐만 아니라 중국업체 국내 공략도 본격화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7173만여대 판매량을 기록해 점유율 19.2%로 1위를 수성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로 전년 대비 판매량과 점유율은 감소했다. 애플도 신형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를 출시했지만 전년 대비 6.6%의 판매량 감소로 11.5%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이와 달리 중국업체 약진이 무섭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과 3% 미만 차이를 기록해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오포와 BBK 역시 판매량과 점유율이 소폭 상승했다.
세계 시장 흐름은 국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 저가형 스마트폰으로 국내서 활로를 모색하던 중국업체가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 선택폭 보장과 가입자 유치를 위해 이통사도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중국 폰을 들여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국내 출시된 중국 스마트폰은 화웨이 `P9`과 `P9 플러스` `비와이` `H`, TCL `쏠`, 레노버 `팹2 프로` 등 6종으로 자급제가 아닌 이통사를 통해 정식 판매됐다. 올해 새해 첫 스마트폰도 TCL `쏠 프라임`으로 낙점됐다. 이 밖에도 소니와 블랙베리, 애플 등이 새로운 제품을 국내에 쏟아냈다.
다수 중국 폰이 출시되긴 했지만 화려한 실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실패를 거울삼아 올해는 대응책을 갖추고 국내 시장에 재도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화웨이 P9은 일일 평균 판매량이 50~60대 수준이다. KT를 통해 출시된 비와이폰도 일평균 500대 수준으로 1만대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전용폰인 `H`도 일평균 300여대 팔리는 데 그쳤다.
김문기 넥스트데일리 이버즈 기자 (moon@nextdaily.co.kr)

◇ 갤럭시A `방수방진` K 시리즈 `지문인식`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찍부터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업을 공개했다.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폐막한 CES 2017에서 각각 2017년형 `갤럭시A`와 `K` 시리즈 등을 소개했다. `갤럭시S8`과 `G6`에 앞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교두보 역할을 담당한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5종, 7종 중보급형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7`과 `갤럭시A5`뿐만 아니라 `갤럭시J5` `갤럭시J7` `갤럭시 와이드`을 선보였으며, LG전자는 `K10`을 시작으로 `G스타일러스2`와 X시리즈인 `스크린, 스킨, 캠, 5, 파워` 등을 잇달아 내놨다.
올해 새롭게 공개된 2017년형 `갤럭시A`와 `K` 시리즈는 `중보급형의 프리미엄화`라고 요약할 수 있다. 높은 퍼포먼스보다는 최적화된 상태에서 프리미엄폰에만 적용돼 차별화됐던 기능이 새로 도입됐다.

2017년형 갤럭시A는 3·5·7 3종이 우선 공개됐다. 각각 5.7인치, 5.2인치, 4.7인치 화면 크기를 갖췄다. 2016년 갤럭시A가 전작과 다른 점은 `지문인식`이었지만 올해는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또는 러기드 모델인 `액티브`에만 적용됐던 방수방진 기능이 들어왔다. IP68 등급 방수방진 기능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물과 먼지에 대한 저항력을 높였다.
삼성전자 갤럭시A 시리즈는 삼성전자 모바일AP인 `엑시노스7870` 1.9㎓ 옥타코어 프로세서가 장착됐다. 구글 안드로이드 6.0.16 마시멜로 기반이다. 삼성페이를 위한 지문인식, MST와 NFC 등을 지원한다. 데이터와 이미지를 백업할 수 있는 삼성 클라우드, 개인정보보호 `보안폴더` 화면을 켜지 않아도 시간과 날짜 확인이 가능한 `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색상은 블랙 스카이, 골드 샌드, 블루 미스트, 피치 클라우드 4종이다. USB 타입C 포트로 변경됐다. 디스플레이 어느 곳으로도 이동할 수 있는 `플로팅 카메라 버튼`이 적용됐다. 디스플레이 광원을 사용한 셀피 플래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스와이프만으로 촬영 모드나 효과를 변경할 수 있는 간결한 사용자경험(UX)도 제공한다.
이달부터 러시아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순차 출시된다. 국내는 미정이다. 지난해는 1월 14일 갤럭시A7과 갤럭시A5가 출시된 바 있다.

LG전자는 CES 2017에서 5종 보급형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저가형 라인업인 `K 시리즈` 4종과 특화폰 `스타일러스3`다. K 시리즈는 `10·8·4·3`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K 시리즈는 20만원대 이하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으나 올해는 여기에 `지문인식`을 더해 차별화했다. 지난해 유일하게 국내 출시된 K10은 27만5000원 가격이 책정된 바 있다. 2017년 모델도 하드웨어 스펙을 견줘봤을 때 비슷한 가격대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카메라는 UX에 신경 썼다. 셀카를 찍을 때 스마트폰이 사용자 얼굴을 인식해 자동으로 촬영해주는 `오토샷`과 사진을 찍기 위해 화면을 터치할 필요 없이 화면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가 주먹을 쥐면 3초 후 자동으로 촬영해주는 `제스처샷` 등을 쓸 수 있다.
맏형인 K10은 미디어텍 MT6750 1.5㎓ 옥타코어 프로세서가 장착됐다. 5.3인치 HD 인셀터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후면 1300만 화소, 전면 500만 화소 카메라가 내장됐다. 구글 안드로이드 7.0 누가가 탑재됐다. 충전 커넥터는 기존 마이크로B타입이다.
K8는 퀄컴 스냅드래곤425 프로세서 기반 5인치 인셀터치 HD 패널이 적용됐다. K4는 퀄컴 스냅드래곤 210 프로세서와 5인치 인셀터치 기반 852×480 해상도 디스플레이, K3는 퀄컴 스냅드래곤 210 기반 4.5인치 854×480 온셀터치 패널이 안착했다.

특화모델인 `스타일러스3`는 미디어텍 MT6750 프로세서로, K10과 동일한 모바일AP를 탑재했다. 5.7인치 HD 해상도 인셀터치 패널이 내장됐다. 내장된 펜을 활용한 다양한 편의 기능을 갖췄다. 스타일러스 펜 끝 부분은 1.8㎜로 전작보다 약 40% 가늘어졌다.
펜을 꺼내면 최근 작성한 메모를 최대 15개까지 보여주는 `펜 팝 2.0`과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메모할 수 있는 `바로 메모`, 펜이 스마트폰과 멀어지면 알람이 울리는 `펜 지킴이` 등이 도입됐다. 지문인식 기능도 지원된다.
◇ 이통사-中제조사 협업 본격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새로운 중보급형 스마트폰을 공개할 당시 국내서는 하루 뒤 SK텔레콤을 통해 새해 첫 스마트폰이 출시됐다. TCL의 알카텔모바일코리아와 SK텔레콤이 합작해 설계한 `쏠 프라임`이다.
쏠 프라임은 신제품 이전에 많은 의미를 유추해볼 수 있는 스마트폰이다. 우선 중국 스마트폰이다. SK텔레콤에서 단독 출시했다. 국내 이통사와 협업을 통해서다. 중보급형 모델 가격이지만 성능은 프리미엄에 준한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트렌드를 조망해볼 수 있는 단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외산폰 무덤인 동시에 단말기 유통법으로 인해 소비자 선택권이 얇아진 상황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을 통해 제품이 쏟아졌지만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좀 더 저렴하면서도 특색 있는 제품이 요구됐으며, 이통사도 타사에서 다루지 않는 무기가 필요했다.
중국 제조업체와 국내 이통사 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중국에서 생산한 TG앤컴퍼니의 스마트폰을 `루나`라는 브랜드로, TCL의 알카텔모바일을 통해 `쏠`이라는 단독 브랜드를 구축했다. LG유플러스는 국내서 10만대 이상 판매량을 올린 `Y6`에 이어, 특화 요금제를 위한 `H`를 국내 소개했다. 증강현실폰인 레노버 `팹2프로`, 화웨이 카메라폰 `P9` 시리즈도 도입했다. KT는 화웨이와 협업해 `비와이`폰과 태블릿을 출시했다.
언급된 모든 제품군은 이통사 단독 모델로 분류된다. 저렴한 출고가에 지원금을 줄 뿐만 아니라 특화 프로모션을 설계하고 사은품을 대거 제공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통사의 적극 마케팅 공세가 이뤄진 스마트폰이다.

새해 첫 국내 출시 스마트폰이라는 타이틀을 따낸 쏠 프라임은 지난 2015년 국내 설립된 알카텔모바일코리아를 통해서다. 알카텔루슨트는 전기, 통신, TGV 등을 담당하는 프랑스 업체다. 2005년 중국 TCL과의 프랑스 알카텔이 자본 합작을 통해 조인트벤처인 알카텔모바일이 설립됐다. 이후 TCL이 알카텔 측 휴대폰 사업부문 지분을 매입하면서 `알카텔원터치`라는 브랜드를 구축한 바 있다.
SK텔레콤이 TCL 알카텔모바일코리아와 손잡고 내놓은 첫 스마트폰은 지난 2015년 4월 17일 출시된 `아이돌 착`이다. 당시 단통법 영향으로 중보급형 스마트폰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아이돌 착은 알카텔원터치 `아이돌 2S`를 기반으로 한 국내 버전 모델이다. 출고가는 33만9900원으로 책정됐다. 퀄컴 스냅드래곤 400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5인치 IPS HD 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누적판매량은 5만대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단독 브랜드인 `루나`를 구축하고 내놓은 TG앤컴퍼니 루나가 선풍적 인기를 끌자 SK텔레콤과 알카텔모바일코리아는 또 다른 브랜드인 쏠을 내놓는다. 루나의 인기를 이끌어온 여성아이돌그룹 `AOA` 설현이 광고모델로 나서면서 `제2의 설현폰`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누적판매량은 약 12만대 수준으로 비교적 선방했다.
쏠도 아이돌 착과 마찬가지로 알카텔원터치 스마트폰 중 하나인 `아이돌3`를 기반으로 한 국내 버전이다. 지난해 1월 22일 출시됐다. 출고가는 39만9300원으로 올랐지만 그만큼 합리적인 하드웨어가 적용됐다. 퀄컴 스냅드래곤 615 프로세서와 5.5인치 풀HD 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JBL이어폰과 2.4W 듀얼 스피커로 차별화했다.
지난 6일 출시된 세 번째 모델인 `쏠 프라임`은 알카텔원터치 `아이돌4S`를 기반으로 했다. 퀄컴 스냅드래곤 652 프로세서와 4GB 메모리, 1600만 화소 카메라, 3.6W 듀얼 스피커, QHD 해상도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갖춰 출고가는 43만3400원으로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