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ence] 2017 문화트렌드 `흥 권하는 사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극장가와 TV드라마, CF·대중가요 등 문화 전반에서 `흥`코드가 각광받고 있다. `흥`은 긴장해소와 삶의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의 기본 감성이다. 어려움이나 고통에 시달릴 때 선호도가 높다. 일각에서는 경직돼 있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반감이 `흥`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번 ET-ENT 기획에서는 문화 분야에 흐르고 있는 `흥`코드에 대한 현황과 전망 등에 대해 알아본다.

◇인간 의식흐름의 직접적인 투영 `광고계`, 최근 대세는 역시 `흥`

광고계는 문화산업 가운데서도 특히 사회의 이면과 흐름에 편승할 때가 많은 분야로 꼽힌다. 이는 짧은 시간 내에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해 행동을 유발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광고의 기본속성 때문이다. 2000년도 중반 이후 광고업계에서는 이른바 `감동` 트렌드가 주류를 이뤘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는 물론, 일반인의 반응을 토대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잔잔한 감동을 주는 광고물이 대세로 군림해왔다.

최근 광고에서는 지속적인 글로벌 경기침체와 정치 불안 등에 따른 경색된 소비심리를 활성화시키고자, 빠른 비트나 흥겨운 음악과 동작 등을 활용해 보다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실제로 동아오츠카의 건강음료 `오로나민C`나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 `플레이스테이션4`, 위드이노베이션 `여기어때`의 신규 캠페인광고 등 소비재나 서비스 광고에서 주로 확인된다.

동아오츠카는 메인모델 전현무의 깨방정 댄스를 앞세워, 신제품 `오로나민C`를 홍보하며 `흥 광고`의 선두가 되고 있다. (사진=동아오츠카 제공)
동아오츠카는 메인모델 전현무의 깨방정 댄스를 앞세워, 신제품 `오로나민C`를 홍보하며 `흥 광고`의 선두가 되고 있다. (사진=동아오츠카 제공)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나오고 있는 `오로나민C` 광고에는 전현무·홍진영 등의 스타들이 직접 홍겨운 `깨방정 댄스`를 선보이며 음료를 광고한다. 이 광고는 스타들의 역동적인 코믹댄스와 음악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로나민C 광고와 CM은 아프리카TV나 유튜브 등 MCN(Multiple Channel Network)분야 크리에이터(BJ) 사이에서 인기아이템으로 꼽힐 정도로 여전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4 광고이미지. (사진=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플레이스테이션4 광고이미지. (사진=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솔로·커플·유부남 3개 버전으로 구성된 `플레이스테이션4` 광고는 물품구매를 고민하고 있는 버전별 주인공에게 코미디언 김재우와 나몰라패밀리가 음악을 통해 구매의사를 부추기면서 결국 게임을 즐기게 된다는 내용을 주요 스토리로 한다. 이 광고는 게임 주류층인 남성의 고민을 대변함과 동시에, 최근 음악계 트렌드인 힙합 분위기를 적용하면서 구매 의욕을 부추긴다.

종합숙박O2O `여기어때` 캠페인 촬영스케치. (사진=위드이노베이션 제공)
종합숙박O2O `여기어때` 캠페인 촬영스케치. (사진=위드이노베이션 제공)

위드이노베이션의 `여기어때` 광고는 알바몬·배달의 민족 등의 CF를 통해 감각을 선보인 CF프로듀싱팀 `소년`이 만든 작품으로, 숙박문제로 다투고 있는 연인·가족·친구 사이에서 메인모델인 신동엽과 삼바댄서가 등장해 흥겹게 춤을 추면서 서비스를 홍보한다. 이 광고는 사람 간 갈등을 해결하는 서비스만큼이나 페스티벌을 연상하게 하는 분위기로 사람들의 `흥`을 돋우며 서비스를 인지시키고 있다.

문지형 위드이노베이션 CCO는 “유명 MC이자 코미디언인 신동엽을 활용해 최근 광고계에서 트렌드로 떠오른 페스티벌형 광고를 펼치며 종합숙박앱 여기어때 홍보와 서비스 이용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우리가 목표로 하는 `국내 숙박 카테고리`의 퍼스트 브랜드를 위한 첫 행보로 시작한 이번 캠페인이 향후 국내 숙박업은 물론 경제전반의 활성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병규 이노버즈 이사는 “감동코드 위주였던 광고들이 최근 젊은 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모바일 웹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역동성과 감각적인 요소들을 담은 형태의 광고로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이런 광고패턴은 한국인의 대표적인 정서인 `흥`과 연결되면서 소비패턴은 물론 사회문화 분위기도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가요계, `비수기 불식시키는 댄스의 흐름`

가요계에서 1월은 각종 연말 시상식과 축제가 끝난 뒤의 재정비시간으로 인식되면서 대표적인 비수기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가수들의 컴백과 데뷔가 빈번한 모습을 보이면서 2017년 가요계 별들의 전쟁을 예고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경기침체를 뛰어넘는 내수 활성화와 한류를 이끄는 주역으로 몫을 다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좌측 상단부터)신화, AOA, 우주소녀, 에이프릴, 비, 라비(그룹 빅스) 등 유명가수들의 1월컴백이 줄을 이으며 겨울 가요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사진=각 소속사 제공)
(좌측 상단부터)신화, AOA, 우주소녀, 에이프릴, 비, 라비(그룹 빅스) 등 유명가수들의 1월컴백이 줄을 이으며 겨울 가요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사진=각 소속사 제공)

근 20년간 활동 중인 장수 아이돌 신화와 원조요정 S.E.S.를 필두로, AOA·우주소녀·에이프릴·소나무·헬로비너스·CLC 등의 걸그룹과, 비(정지훈)·임슬옹·니엘(그룹 틴탑)·라비(그룹 빅스) 등의 남성 솔로, 수지(미쓰에이)·서현(소녀시대) 등의 여성 솔로, 악동뮤지션 등 혼성 듀엣은 이미 활동 중이거나 성공적인 컴백을 위한 최종 담금질에 들어갔다.

여기에 혼성그룹 K.A.R.D(카드)와 펜타곤·보너스베이비·바시티·드림캐쳐·믹스·일급비밀 등 신인 아이돌그룹들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비수기인 1월에 파격적으로 등장한 만큼, 종전까지 겨울 가요계에 주류를 이뤘던 잔잔한 발라드곡을 선보이지 않는다. 대신 퍼포먼스와 비트를 기초로 하는 댄스곡을 통해 대중을 매료시키며 `여름=댄스, 겨울=발라드` 공식을 깨고 있다.

(좌측부터) 혼성그룹 K.A.R.D(카드)와 보이그룹 펜타곤 등 다수의 신인그룹들도 2017년 초반부터 인지도 확대를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각 소속사 제공)
(좌측부터) 혼성그룹 K.A.R.D(카드)와 보이그룹 펜타곤 등 다수의 신인그룹들도 2017년 초반부터 인지도 확대를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각 소속사 제공)

이런 흐름은 대중에게 보다 확실한 인지도를 쌓기 위한 일환으로, 다수의 가수들이 경쟁자가 적은 비수기에 데뷔 또는 컴백을 동시에 결정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불경기일수록 미니스커트와 립스틱이 잘 팔린다`라는 현상에서 유래된 `스몰 럭셔리` 의 분위기가 음악 쪽으로 활성화되는 것과 함께, 최근 어려운 세태를 `흥`과 `리듬`을 통해 일시적으로나마 탈피하려는 사람들의 기본심리가 기저에 있는 것도 부수적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최근까지 사랑받았던 아이돌 가수의 음악장르 가운데 다수의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복고주의 음악계열인 레트로 계통의 댄스곡이라는 점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 영화·드라마, 세대공감 이어 `흥`코드로 탈바꿈

2017년을 관통하고 있는 대전제인 `흥`에 있어서, 영화나 드라마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도깨비`를 비롯해, `화랑` `푸른바다의 전설` 등 공중파와 케이블, 웹드라마 등의 영역을 넘어 흥의 코드는 연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드라마 `도깨비`는 전생의 아픔과 상처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담은 드라마로, 공유·김고은·이동욱·유인나 등 주인공들이 펼치는 감동과 개그코드가 안방 시청자들의 흥을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tvN 제공)
드라마 `도깨비`는 전생의 아픔과 상처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담은 드라마로, 공유·김고은·이동욱·유인나 등 주인공들이 펼치는 감동과 개그코드가 안방 시청자들의 흥을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tvN 제공)

먼저 드라마 `도깨비`는 전생의 아픔과 상처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주요테마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종전의 드라마 전개를 보자면 역대 멜로드라마나 같은 방송사에서 방영됐던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잔잔한 감동코드로 이어질 법하다. 하지만 공유·김고은·유인나·이동욱으로 이어지는 주인공라인은 감동코드 못지않은 개그로 시청자를 흥겹게 만들고 있다.

박서준·고아라·박형식·최민호 등 청춘스타들이 총출동한 작품으로 알려진 드라마 `화랑`은 현실 속의 개그감을 가미하면서 은은한 흥을 불러일으킨다. (사진=KBS 제공)
박서준·고아라·박형식·최민호 등 청춘스타들이 총출동한 작품으로 알려진 드라마 `화랑`은 현실 속의 개그감을 가미하면서 은은한 흥을 불러일으킨다. (사진=KBS 제공)

드라마 `화랑`은 박서준·고아라·최민호·박형식·이다인 등 청춘스타가 대거 등장하는 로맨스극으로, 신라시대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 등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서도 주인공 박서준(선우 역)과 고아라(아로 역), 박형식(삼맥종 역) 등은 현실 속의 개그감을 놓지 않는다.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전지현이 선보이는 파격적인 연기와 개그감으로 방영 초반부터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사진=SBS 제공)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전지현이 선보이는 파격적인 연기와 개그감으로 방영 초반부터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사진=SBS 제공)

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은 전지현·이민호·이지훈 등이 출연하는 판타지 로맨스로,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에 나오는 인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지현의 파격적인 연기와 함께 돋보이는 개그감으로 초반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 밖에도 인기 방영 중인 `낭만닥터 김사부`에는 임원희(장기태 역)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전부라 할 수도 있지만, 현실 풍자적인 면모에서 `흥`의 코드를 감추고 있다.

영화작품에서 보는 `흥`의 표출은 뮤지컬영화 `라라랜드`의 인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인 멜로나 공포물과는 다른 생소한 장르인 뮤지컬영화는 지난 2006년 `원스`를 시작으로 △2013년 `비긴 어게인` △2014년 `위플래시` 등이 개봉되면서 국내 관객을 끌어모으기 시작, 라라랜드까지 오면서 누적관객 수 3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흥행하고 있다.

영화 `라라랜드`의 한 장면. (사진=판씨네마 제공)
영화 `라라랜드`의 한 장면. (사진=판씨네마 제공)

특히 라라랜드는 원스나 비긴어게인이 가진 힐링성과 위플래시가 가진 역동성을 절묘하게 조합한 작품으로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이들 뮤지컬영화들은 한국인의 정서를 완벽하게 반영한 것은 아니지만, 흥겨움과 힐링의 코드를 관객에게 동시에 제공하면서 2017년 대한민국 국민들의 `흥`의 정서를 돌보고 있다.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한 장면. (사진= 월트 디즈니 코리아 제공)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한 장면. (사진= 월트 디즈니 코리아 제공)

애니메이션에서 살펴볼 수 있는 `흥`의 흐름은 현재 극장 상영 중인 `너의 이름은.`과 `씽`, 개봉예정작 `모아나` 등의 인기상승에서 찾아볼 수 있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그리움과 위로라는 대주제로 국내 관객의 마음을 치유하고, 뮤지컬 애니메이션인 씽과 모아나는 유사 장르의 기본코드인 `흥겨움`을 주제로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의 경우는 영화에 비해 친숙한 그림체와 말투 등으로 관객을 빠르게 사로잡을 수 있다는 애니메이션의 기본적인 속성을 토대로 사람들이 희망하는 치유와 `흥`의 코드를 보다 원활하게 파급시키며 인기를 얻고 있다.

애니메이션 `씽`의 한 장면. (사진=유니버셜 픽쳐스 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애니메이션 `씽`의 한 장면. (사진=유니버셜 픽쳐스 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요컨대 최근의 인기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들은 특유의 파급력을 바탕으로 한 `흥`과 치유의 속성을 통해, 이를 갈구하는 국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2017 대한민국, 내적치유 위한 `흥`의 수요 계속될 것

대한민국 문화 전반에서 볼 수 있는 `흥` 문화에 대한 주류적인 해석은 경제·사회현실에 따른 내적 치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대한민국은 지난 1970년대를 기점으로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상대적 풍요를 맞은 반면, 이를 계기로 대가족제에서 핵가족화, 독신가족화까지 개인단위로 쪼개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실직과 취업난 등의 문제, 세월호·국정농단 등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대규모 재난들이 발생해 국민의 정서에 내·외적으로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이를 감각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노력으로 공연계는 물론 가요, 영화·드라마, CF에 이르는 문화산업의 전 영역들이 활성화되면서, 이른바 `흥`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 소비층을 위한 작품뿐만 아니라 특정계층이나 마니아층을 겨냥한 작품은 물론, 토크형식을 적용한 북콘서트·인문학콘서트 등 새로운 장르가 힐링을 넘어 새로운 삶의 원동력을 주기위한 에너지원으로서 `흥`과 `힐링`을 북돋우면서 삶에 대한 희망과 심신의 안정을 주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2017년 정유년, 닭의 해 대한민국은 새해 벽두부터 펼쳐진 문화산업계 전반의 넘치는 `흥`으로 힘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한 올해 대한민국 전반과 문화계의 `흥` 성적표는 과연 얼마나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