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손잡은 데이코가 북미 럭셔리 가전시장 공세를 강화한다. 삼성전자 기술을 더해 제품을 혁신하고, 디자인과 마케팅도 힘을 합친다. 올해 데이코는 지난해보다 50% 이상 매출을 키우고 2년 안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나기 전 매출 수준으로 실적을 대폭 높일 계획이다.
척 휴브너 데이코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주방·욕실 전시회 `KBIS 2017`에서 기자와 만나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척 휴브너 CEO는 “삼성전자는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 측면에서 강점이 있고, 데이코는 주방가전과 채널 영업에 강점이 있다”면서 “양사 강점이 잘 결합해서 시너지를 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데이코의 결합은 양사 모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데이코는 럭셔리 가전시장에서 브랜드 파워와 유통망을 보유했고, 삼성전자는 제품을 혁신할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럭셔리 가전 시장에서 고전하던 보쉬도 `써마도(Thermador)` 인수 후 일약 시장 2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데이코 인수 후 곧바로 협업에 착수했다. 데이코는 디자인 하우스가 없기 때문에 인수 직후부터 삼성전자와 함께 상품기획을 했다. 삼성전자는 콘셉트만 가지고 있던 럭셔리 빌트인 제품 구상을 데이코 브랜드를 통해 제품화했다.
양사 협업 결과는 데이코가 KBIS 프라이빗 전시룸에 공개한 새 제품 라인업 `모던`이 대표적이다. 모던 라인업은 삼성전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사물인터넷(IoT), 냉장고 내부 카메라, 스마트폰 연동 등 신기술을 도입했다. 사용자인터페이스(UI)도 개선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사용하기 까다로운 소재인 `그라파이트 스테인리스`를 적용하는데 삼성전자 기술지원이 있었다. 냉장고를 제품 라인업에 넣어 빌트인 풀 패키지를 완성하는데도 삼성전자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데이코는 삼성전자에 인수되기 전까지 월풀 냉장고로 라인업을 구성해왔었다. 삼성과 협업해 만든 모던 라인업은 오는 3월 뉴욕 맨해튼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데이코와 협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 사장이 CES 행사를 마치고, KBIS를 찾아 데이코 부스를 챙길 정도다.
올해 데이코 매출 목표는 지난해 대비 50% 성장이다. 내년까지는 10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나기 전 매출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진출 시장도 확대한다. 데이코는 현재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만 제품을 판매하는데, 올해 호주를 시작으로 유럽 등으로 진출 지역을 확산할 계획이다.
럭셔리 빌트인 시장 경쟁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 북미만 해도 압도적인 1위 사업자인 서브제로를 비롯해 써마도, 바이킹, 모노그램, 젠에어, 밀레 등 쟁쟁한 강자가 포진해 있다. 다만 일반 프리미엄 가전시장 보다 빠른 속도로 시장이 커지는 것은 호재다.
휴브너는 “럭셔리 빌트인 소비자층이 40대까지 확대되며 젊어진다”면서 “모던 라인업은 넓어지는 럭셔리 빌트인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시너지를 잘 내서 성장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올랜도(미국)=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