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스플레이 교차구매 후방생태계로 넓혀야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TV용 액정표시장치(LCD)를 공급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최종 공급이 성사되면 LG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삼성 TV가 등장하게 된다. 그동안 앙숙에 가까운 두 그룹이 협력한다는 것은 낯선 풍경이다. 정부가 반강제로 서로 부품을 교차 구매하라고 요구할 때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한국 전자업계에도 상전벽해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과 LG의 협업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일본, 대만, 중국에서는 자국 기업끼리 부품 교차 구매가 활발하다. 이왕이면 자국 기업 제품을 사용, 국부 유출을 막자는 정서도 강하다. 유독 한국만 삼성과 LG로 갈라서 비즈니스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LCD 교차 구매는 하나의 신호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삼성은 중국으로부터 배터리를 추가 구매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인 LG화학을 두고 해외 기업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았다. LCD로 물꼬가 터진 만큼 앞으로 배터리, 반도체 등 다른 부품에서도 활발한 거래를 기대한다. 이제는 자존심보다 실리와 국익 관점에서 경영자들이 결단해야 한다.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다. 바로 교차 구매가 후방산업 생태계로도 확산되는 것이다. 삼성과 LG는 그동안 협력사 줄 세우기에 열을 올렸다. 경쟁사에 납품하는 장비, 소재, 부품 업체와는 거래를 꺼렸다. 그 결과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도 삼성이든 LG든 한 곳만 상대로 영업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고 기업을 안방에 두고도 후방기업은 반쪽짜리로 전락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삼성과 LG의 LCD 협력이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다면 우리 후방산업계에도 글로벌 메이저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모처럼 조성된 상생 협력 분위기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