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장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각종 첨단 신기술을 적용한 스마트카는 물론 친환경차에 이르기까지 자동차는 이제 기계부품 집합체가 아닌 전자장치 결정체가 되고 있다. 미래 자동차에 안전을 위한 각종 운전자 지원시스템이 속속 접목되면서 자동차 전장화 및 복잡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 간 상호작용 증가와 복잡성은 안전에 대한 국제표준이 생겨나게 된 배경이다.
자동차 전자장치 기능안전성과 관련된 국제 표준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국제 표준화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ISO)가 자동차 소프트웨어와 전자부품의 오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고, 전장시스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1년 11월 제정한 ISO 26262다.
두 번째는 지난 1999년 업체 평가를 위해 유럽 자동차 업체가 적용하기 시작한 차량용 SW 개발 프로세스 표준인 ASPICE(Automotive-Software Process Improvement and Capability dEtermination)다. ASPICE는 총 31개 제품의 개발 프로세스 성숙도를 측정해 레벨을 5단계로 나눠 평가한다.
마지막 국제표준은 CMMI(Capability Maturity Model Integration)로,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부설연구소 주관으로 지난 2000년 제정된 SW 개발 프로세스 표준이다. ASPICE처럼 자동차용으로 특화된 표준은 아니지만 전자장치 일체에 적용되는 기준으로 SW개발 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세스 개선 가이드로 활용된다.
자동차 부품업체가 반드시 이들 표준에 따라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표준을 준수한다는 인증을 받는 것은 그만큼 제품의 품질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의미며, 그만큼 영업활동을 하는데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부품업체는 이들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 역시 이들 표준에 대한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2년 세계 자동차 부품업체 최초로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과 차선유지보조장치(LKAS)의 소프트웨어에 대해 ISO 26262인증을 받았다. 또 그 후로도 2013년 주차보조장치(SPAS)의 소프트웨어와 에어백 제어장치(ACU) 시스템, 2014년 전자제동장치(ESC) 시스템, 15년 전자조향장치(EPS) 시스템에 대해 인증을 취득하는 등 인증 받는 품목과 종류를 꾸준히 늘렸다.
현대모비스는 개별 부품에 대한 인증에서 더 나아가 이번 12월에는 전장부품 연구개발 프로세스 자체에 대한 ISO 26262 인증을 획득했다. 이 개발 프로세스에 적용되는 대상은 제동〃조향〃현가장치, SPAS〃LKAS〃AEB 등의 메카트로닉스, 오디오〃AVN 등 인포테인먼트, 그리고 친환경 핵심부품에 이르는 현대모비스가 개발하고 있는 모든 전장부품이 해당된다.
프로세스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체계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회사의 설계 품질을 신뢰할 수 있고, 생산 과정 상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이 프로세스를 통해 개발된 제품도 ISO 26262 인증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차량에 적용되는 전장부품 설계가 복잡해지고, 전장부품 간 시스템 연계가 중요해지면서 개별 제품에 대한 인증에 더해 프로세스 고도화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