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를 받으면서 삼성그룹 경영 시계는 사실상 멈췄다. 그룹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소환에 이어 그룹 1인자 이재용 부회장까지 소환되며 상황에 따라 심각한 경영 공백까지 맞게 됐다.
12일 삼성그룹 관계자는 “연말이나 연초 정기 인사 이후 그룹 차원에서 각 계열사에 경영 메시지를 주고 이에 따라 사업 전략을 수립해야 하지만 그룹 컨트롤 타워 기능이 마비된 상황”이라면서 “일상 경영 활동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이 부회장은 올해를 `뉴삼성` 원년으로 삼고 경영 전면에 나서 지주사 전환 검토라는 로드맵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연말부터 정국을 삼킨 최순실 사태에 연루되면서 일상 경영 활동까지 멈췄다. 연말 정기 인사부터 기약 없이 미뤄졌으며, 경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통상 연말 인사 이후 연초엔 계열사별로 올해 사업 전략을 구체화하고 한 해 경영 계획을 세분화해서 추진하는데 올해는 인사부터 미뤄져 모든게 불투명한 상황”이라면서 “내 자리, 내 상사 자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업 추진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삼성은 그룹 신성장 동력인 전장 사업과 바이오를 비롯해 스마트폰 부활, 반도체 투자 확대 등 챙겨야 할 현안이 하나같이 중대하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9조3000억원으로 삼성전자가 인수한 미국 전장 기업 `하만` 인수 본계약도 올해 중요 사업 과제다. 하만 인수 이후 사업 수주를 위한 본격 후속 조치에 경영진 관심이 쏠려야 하는 상황이다.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발표도 예고돼 있다. 갤럭시노트7 쇼크를 극복할 신작 갤럭시S8 출시 등 중요한 경영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세계 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의 대내외 이미지 실추가 막대하다. 앞으로 삼성 글로벌 영업 마케팅, 신규 사업 수주 등 악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가 우려된다.
인공지능(AI),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등 신사업 확대를 위해선 관련 기업 투자, 인수가 활성화돼야 하지만 이 또한 불투명해졌다. 그룹 수뇌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선 리스크 있는 투자,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을 적극 확대하기 위한 과감한 연구개발(R&D)과 투자에는 최종 결정권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이 필요하다”면서 “현 상황에서 삼성은 일상의 형식에 그친 경영 활동 외에 대내외 불경기를 극복하고 사세를 적극 확대할 동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