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초점] ‘이태곤 폭행사건’으로 보는 연예인들의 슬픈 이면

사진=엔터온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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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연예인은 늘 웃는 얼굴이어야 한다.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생기더라도 꾹 참아야한다. 요즘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들도 많아졌지만, 그 범위가 아직도 넓지 않다.

배우 이태곤은 최근 폭행사건에 휘말렸다. 목격자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이태곤이 악수요청에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그를 비아냥거리고 손가락질하며 폭행을 가했다. 이로 인해 이태곤은 코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이번 사건의 흐름은 왠지 낯설지 않아 보인다. 아직 진위여부는 대질과 조사가 끝나야 알겠지만, 포인트는 일이 발생한 원인이다. 연예인들이 대중과 얼굴을 마주하며 겪는 고충들이 잘 나와 있다.

◇ 팬서비스, 해도 안 해도 문제

먼저 한 연예인이 불미스러운 사건과 연루될 경우 ‘이태곤 폭행사건’처럼 연예인의 이름이 붙는다. 이 단어에는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나와 있지 않지만, 대부분이 무의식적으로 연예인을 가해자로 인식한다. 판단의 기준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닌 ‘연예인과 비(非) 연예인’이 돼버린다.

관계에 있어서도 일방적이다. 목격자에 따르면 이태곤은 악수요청에 살갑게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이처럼 연예인이라고 해서 모든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펼쳐지고 있는 경우는 많다.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강의에 참석해 정종철과 사진을 찍은 일반인은 SNS에 사진을 올리며 정종철의 외모를 비하하는 글을 올렸다. 신소율 역시 자신과 같은 야구장을 찾은 일반인과 사진을 찍어줬지만, 돌아온 것은 “신소율 표정이 좋지 않아 기분이 상했다”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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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효 역시 지인의 결혼식장에서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줬다가 ‘바쁜 척’을 했다는 이유로 욕을 먹었다. 당시 김원효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가끔 회의감이 든다. 사회 보러 가서 신부님을 먼저 만나야 하는 게 맞는데도, 20분간 사진 찍다가 그제야 만나러 가는데”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유세윤은 자신의 SNS를 통해 “왜 사진 찍기 싫다는데도 계속 사진찍자 그래요. 대체 왜”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를 본 한 누리꾼이 “나 유세윤 봤어. 여기 사진 봐봐! 헐 대박! 아마 이런 이유일 듯”이라고 그를 위로하자, 유세윤은 “날 좋아하는 게 아닌 그냥 자랑거리. 내 기분이고 뭐고”라며 당시 상황이 누리꾼의 말과 비슷했음을 내비쳤다.

◇ 팬서비스 강요도 ‘갑질’이다

이태곤 사건 역시 그랬다. 한 무역회사 대표의 아들이라고 알려진 가해자의 지인은 한 매체를 통해 “이번 사건을 자랑처럼 떠들고 다닌다”고 말했다고 한다.

연예인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이들의 태도는 이태곤에 폭행을 가한 이의 행동과 묘하게 일치하는 부분이 느껴진다. 정말로 팬이어서 반가워하는 게 아니라, 연예인을 자신을 과시하려는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니 애정과 배려가 담긴 행동이 나올 수가 없는 현실이다.

현재 여론은 이태곤 사건에 대해 ‘금수저의 갑질’이라고 말하지만, 비단 이태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대중들의 행동에서도 은연중에 ‘갑질 마인드’가 깔려있다.

연예인이 팬서비스를 거절하는 경우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가 많다. 민낯이거나 지인과 함께 있는 경우, 혹은 이미 다른 팬의 요청을 거절했거나 너무 많은 이들이 몰리는 경우 등이다. 일정 중에는 급하게 이동해야 하는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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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부는 이런 배경은 고려치 않고 자신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노한다. 기저에는 “지가 뭐라고”와 같은 것들이 깔려있다. 그런데 그 ‘뭐’가 맞다. 연예인도 사람이고 사생활이 있는 이들이다. ‘팬서비스’는 말 그대로 ‘서비스’인 것이지 당연하게 요구할 권리는 아니다.

◇ 연예인을 ‘사람’으로 대하는 그날까지

더 안타까운 점은 함부로 행동을 할 수도 해명할 수도 없어 억울함을 삼켜야 한다는 것이다. 팬서비스를 해줘도 욕을 먹는다. 사건 당시 이태곤과 자리에 함께했던 지인은 이태곤이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증언했다. 연예인의 신분이기에 섣불리 행동하지 못했던 것으로 비춰진다. 정당방위를 해도 어쨌든 ‘때렸다’ 혹은 ‘욕했다’는 등 꼬리표가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연예인들은 사람들의 무례함에 입을 다물고 귀를 닫아야 한다. 속절없이 좋게 좋게 넘어가야 한다. 악수를 하지 않은 것도, 사인 및 사진 요청을 거절한 것도, 조금 퉁명스럽게 대답한 것도 모두 연예인에게는 ‘죄’가 되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팬서비스를 받으면 가치 있는 듯 여기면서도, 막상 속내는 헐값으로 취급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부득이하게 팬서비스를 못할 경우 죄송하다고 사정을 말씀드리면 보통 이해를 해주시긴 한다. 하지만 아닌 경우, 싫은 소리를 하셔도 웃으면서 갈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급한 일이 있을 수도, 곤란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는데 연예인이라고 해서 꼭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연예인도 똑같이 사람이니까 사람 대 사람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