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이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대한 압박을 높이면서 현대자동차도 미국 제2공장 건립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미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토요타 등 글로벌 업체가 잇따라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내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이 글로벌 기업에 대한 미국 내 투자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미국 제2공장 건립이나 신설 생산라인 증설 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7년 연속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고, 미국 앨라배마 공장(HMMA) 가동률이 100%를 넘어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압박에 대비하지만 구체적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현대·기아차가 미국 2공장 건립 또는 공장 라인 증설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본다. 북미 시장 전초기지인 앨라배마 공장은 2015년 말 가동률이 103.9%로 생산 실적이 생산 능력을 추월한 상태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 판매 물량 중 65%를 현지 생산으로 충당하고 있고 35%는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기아차는 미국 판매 물량 중 현지 생산 비중이 41%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해 지난해 9월 멕시코 공장을 짓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활용한 무관세로 미국에 우회 수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멕시코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미국에 판매될 경우 높은 관세(35%)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매년 성장하는 수요도 미국 공장 추가 건립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전년(138만7528대) 대비 2.5% 늘어난 142만2603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7년 연속 연간 최대 판매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으며 기아차도 새 기록을 경신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모두 77만5005대가 팔려 전년도 76만1710대보다 1.8% 증가했다. 지난해 8월 미국시장에 출시한 `제네시스 브랜드` G80은 5개월 동안 6948대가 팔렸다. 기아차는 지난해 총 64만7598대가 판매돼 전년(62만5818대)대비 3.5% 증가했다.
현대·기아차 판매 증가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견인했다. 현대차 대표 SUV 차종인 싼타페와 투싼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각각 13만1257대, 8만9713대 판매됐다. 싼타페는 전년대비 11.1%, 투싼은 무려 41.1% 판매가 증대됐다. 기아차도 스포티지와 미니밴 카니발(현지명 세도나)도 전년보다 각각 50.9%, 20.4% 증가한 8만1066대, 4만4264대를 각각 판매했다.

때문에 기아차가 조지아공장에서 수탁 생산 중인 싼타페 물량을 줄이려는 계획도 현대차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아차는 지난해 11월 유럽과 미국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한 기업설명회에서 조지아공장에서 생산하는 싼타페 생산 물량을 줄이고 기아차 미국 생산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아차는 조지아공장에서 연간 35만대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10만대가 현대차의 위탁생산 물량이다.
다만 현대차가 해외에 공장을 지으려면 노조와의 합의가 필요하다. 현대차와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 내용에는 생산·연구·정비 부문 하도급, 공장 이전 및 축소, 공장별 생산 차종 이관 등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심의,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보호무역주의`는 멕시코 등 인근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국경세`를 물리는 것이 골자다.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3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해왔다.

최근 포드는 총 16억달러(1조9200억원) 규모 멕시코 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하고 미시간에 7억달러(8400억원)를 투입해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미국 오하이오공장과 미시간공장 개편에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하고 기존 멕시코공장에서 생산하던 픽업트럭 RAM 1500을 미시간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멕시코 공장 건립 계획을 고집하던 토요타도 트럼프 압박에 `백기`를 들고,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앞으로 5년간 미국에 100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모기업인 다임러도 미국 앨러배마공장에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