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배우 김하늘의 변신을 담은 영화, ‘천재 감독’이란 수식어를 가진 충무로의 젊은 감독 김태용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여교사’.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민감한 소재로 왈가왈부 말이 많았다. 그것은 개봉 이후 관객수로도 이어졌다. 관객수는 16일 기준 겨우 11만 930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이다.
영화를 본 사람은 많지 않지만, 온라인에선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부분 불호이기 때문이다.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는 “이런 영화를 왜 보냐? 정사 신 보러?”라고 묻는다. 대중들이 염려하는 정사 신은 초반과 마지막에 한 번 씩, 그리고 상징성을 띤 장면으로 한 번 더 나온다. 어떤 영화는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기 위해 노출이나 베드신을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도 넣는 경우도 있지만, 이 영화에선 인물들의 감정 흐름에 필요한 신이다.
두 명의 여자 교사와 한 명의 남자 제자의 관계를 다뤘다는 사실, 그리고 영화를 소개하는 ‘파격’ ‘문제작’이란 단어는 대중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상업영화’와 ‘파격’이 붙으면 한 방향으로 사고가 굳어진다. 이 영화는 ‘벗는’ 영화라고 와전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하늘은 엔터온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타깝다. 나조차도 ‘여교사’ 제목이 그렇게 느껴질지 몰랐다. 나는 대본을 먼저 봤기 때문에 제목이 깔끔해서 좋았다. (수식어가 없어) 제목에 어떤 의미도 없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오해를 하고 보더라도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실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물론 배우의 이런 확신과 달리 영화를 보고도 ‘공감이 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영화인가?’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어떤 영화든 카메라가 따라가는 한 인물의 마음을 ‘공감’을 할 때, 그 영화는 개인에게 ‘좋은 영화’가 된다. 그래서 많은 관심을 받는 상업영화는 15세 이하 관람가를 바탕으로 한 대중적인 소재를 준비한다. 하지만 김태용 감독은 사람들이 깊숙히 감춰놨던 인간의 내면을 들춰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영화인이다.
이 영화는 ‘착함과 나쁨’을 여러 방향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주인공 효주(김하늘 분)와 그 반대편에 있는 혜영(유인영 분)의 선악 구조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성질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베드신에만 집중한다면 ‘여교사’는 ‘나쁜영화’가 된다.
무엇이든 이원법으로 나누는 것은 어려운 일이듯 ‘착하다’와 ‘나쁘다’도 딱 잘라 나눌 수는 없다. 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를 착한 사람, 나쁜 사람으로 쉽게 나눌 수 없으니까 말이다. ‘여교사’의 흥미로운 지점은 보는 사람마다 진짜 나쁜 사람이 누구냐에 대한 대답이 다르다는 것이다.
앞서 제작보고회에서 김하늘은 효주의 열등감에 공감하냐는 질문에 “공감이 간다. 관객들은 효주 입장에서 공감할 수도, 혜영이 입장에서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 공감을 하더라도 디테일한 감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재밌으실 것이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김하늘 인터뷰에서 ‘효주는 나쁜 사람이고 혜영은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에 “그 반대이지 않나요?”라고 진심으로 궁금해 하며 되물었다. 그리고 유인영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맑은 악역’이라는 말에 “혜영이가 왜 악역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우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악역은 혜영이다. 현실에서도 사람들은 혜영과 같은 인물에게서 맑은 면만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착한 사람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 감독은 혜영을 ‘맑은 악역’이라 불렀고, 만약 관객들이 이 영화에서 이야기 하는 착함과 나쁨에 대해 공감하지 못 한다면 호불호가 나뉘는 것이다.
혜영은 이사장인 아버지에 재벌 약혼자까지 모든 것을 가진 사람으로서 악의 없이 친절을 베풀지만, 효주는 집안도 별 볼일 없고 10년 된 무능한 남자친구에게도 버림받아 아등바등 살아간다. 혜영은 이사장이 있다는 거짓말을 한 후 효주를 자기 멋대로 불러내는데, 그로 인해 효주는 기분이 상한다. 효주의 기분은 쿨하게 잊어버리는 혜영의 성격은 좋아 보이고, 상처받은 것에 연연해하는 효주는 못나 보인다. 학생들도 혜영을 착하다고 말한다. 핸드폰으로 혜영의 치마 아래를 찍은 학생을 발견하고 효주는 단호하게 핸드폰을 빼앗지만, 혜영은 핸드폰을 돌려주며 “이번 한 번만 봐준다”며 웃는다. 덕분에 더 못된 이미지가 된 효주는 학생에게 욕을 얻어먹는다.
같은 대학교 출신인 혜영이 자꾸 친한 척을 하고 상사가 그 사실을 강조하자 효주는 “저는 잘 기억이 안 나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데, 이 신에 대해서 김하늘은 “효주야 말로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 기억이 안 나는데 자꾸 친하다고 하니까 사실을 얘기한 것뿐이다”고 설명했다.
김하늘은 “혜영이가 좋은 사람은 아니다. 너무 가진 게 많고, 다들 자기만 위하는 상황인데, 그 정도 나이가 됐을 때는 그 부분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사장 딸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모두 우쭈쭈 해주는데, ‘그건 좋은 마음이야’라고 그냥 생각해 버린다. 다양한 매체가 많기 때문에 그 사실을 모르고 있으면 안 된다.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갖고 있는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했다. 효주는 비정규직 교사고, 혜영은 바로 정규직이 됐는데, 그것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피해를 주는 사람인걸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모르는 것 자체가 나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두 여자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파국으로 치닫는 ‘키’가 되는 재하(이원근 분) 역시 ‘악’의 한 축을 담당한다. ‘여교사’에서는 효주와 혜영이 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 재하는 앞서 ‘거인’에서 최우식이 맡은 영재처럼 사람과 상황에 따라 스스로 선함과 악함을 조절하며, 순수하면서도 영악한 모습을 그렸다. 그는 엔터온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 명의 캐릭터 중에서 가장 나쁜 캐릭터는 누구인 것 같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또는 현실적인 상황이라면 재하라는 캐릭터가 가장 영악한 캐릭터인 것 같다. 선생님인 효주의 마음을 가지고 놀았고, 면전에 대고 ‘나한테 뭘 바라고 베푸신 건 아니죠? 설마 선생님이 되어가지고’라는 말을 한다. 그만큼 혜영에 대한 갈망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여교사’가 흥미로운 것은 이 때문이다. 논란이 된 ‘여교사’는 여러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관람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