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 경쟁에 채권손실평가 우려까지...근심 커지는 중소형증권사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확대 가능성에 4분기 증권업계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불확실성 해소에 대형 증권사는 기대감을 보이는 반면 수익 기반이 취약한 중소형사는 업권 내 경쟁 심화로 인한 근심이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다. 유진투자증권은 주요 6개 증권사 당기순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16.5% 감소했을 것으로 관측했다. 대신증권도 지난해 4분기 대형 증권사 4개사 당기순이익이 24.5% 줄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중소형 증권사 실적은 대형사보다 더욱 좋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장 먼저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교보증권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08% 감소한 622억9400만원을 기록했다. 교보증권은 3분기까지 총 668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4분기에만 50억원가량 적자가 발생한 셈이다.

NICE신용평가는 26개 증권사 가운데 7개 증권사가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가운데 5개사는 중소형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부정적 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시장에서 증권사 주가는 상승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현재 증권업 지수는 연초(535.21) 대비 8.52% 상승한 580.83까지 올랐다.

업계에서는 초대형 IB 전환, 시중금리 급등으로 인해 발생한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증권업종은 불확실성 해소와 신사업 기대감으로 낮은 가치가 회복되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채권평가손실과 위탁매매 수익은 당분간 불안정하겠지만 타사 대비 우수한 고객 기반과 발행어음 취급 등 신규 IB업무로 꾸준히 수익성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형 증권사와 달리 중소형사들은 되레 걱정이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날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전체 거래대금은 5조6509억원으로 지난 2014년 4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 확충에 아직 나서지 않은 중견급 증권사마저 대형 증권사가 등장하면서 소매영업 경쟁력 상실 우려가 나온다”며 “차별화 없이 살아남기 힘든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도 심해지는 추세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전체 증권사 당기순이익에서 중소형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분기 20%에서 지난해 1분기 15%까지 감소했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1실장은 “경쟁심화, 대형사에 우호적 규제환경 등으로 중소형 증권사 사업기반이 약화될 것”이라며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수익성 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자료:NICE신용평가
자료:NICE신용평가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