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공여 등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특검의 대기업 현직 오너 구속영장 1호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는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죄로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들어낸 것으로 풀이한다.
박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 핵심은 국민연금에 삼성 합병 찬성을 직접 지시했느냐와 그 대가로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 및 최순실씨 모녀에게 430억여원을 지원했는지 여부다. 특검은 최순실과 박 대통령을 `한 지갑(경제공동체)`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삼성 합병 찬성 지시 사실을 인정, 구속됐다. 이 부회장까지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뇌물을 받은 박 대통령과 최씨에 대한 특검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특검 수사 과정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뇌물죄 정조준…헌재 판결에도 영향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씨 모녀에게 건넨 돈은 `뇌물`이라고 결론 내렸다. 또 삼성이 최씨에게 건넨 돈의 성격을 결국 박 대통령에게 준 돈과 같다고 해석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구속영장 청구는 결국 박 대통령에게도 뇌물죄 적용 근거로 할 수 있는 결정타로 작용한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을 제3자 뇌물죄와 직접 뇌물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삼성 합병을 돕는 대가로 제3자인 최씨 모녀에게 돈을 주게 했다면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다. 그동안 특검은 제3자 뇌물 혐의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직접 당사자로 보는 입장으로 방향을 바꿨다. 직접 뇌물죄가 제3자 뇌물보다 더 중한 범죄다.
직접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박 대통령과 최씨 간 재정 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특검은 그동안 최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과 박 대통령과의 재정 관계 연결고리를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특검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판결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의 혐의 입증은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헌재가 특검 수사를 온전히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특검의 대통령 수사 내용은 헌재 탄핵 심판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靑, 설 연휴 이전 朴 입장 추가 발표 고심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삼성그룹 못지않게 긴장한 곳이 청와대다.
박 대통령은 추가로 직접 메시지를 내놓는 방안을 놓고 고심을 하고 있다. 특검의 수사 과정으로 여론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입장 표명 시기는 이달 설 연휴 직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짙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뭔가를 하려면 그래도 설 이전에는 해야지 않겠나”고 말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검찰과 특검의 일방 주장만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박 대통령 측이 불리한 상황에 처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특검이 이 부회장을 구속하면서 박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일 신년 인사회에 대한 비판론도 적지 않은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론전보다는 헌재 출석을 통해 직접 입장을 밝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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