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특별기획/특허강국으로 가는 길><칼럼>장진규 변리사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2016년은 국정 전반에 걸친 사상초유의 난맥상으로 온 국민이 충격을 받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다양한 검증과정을 거쳐 업무를 수행해야 할 사람이 아닌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적임자가 아닌 사람이 자리를 차지해 발생한 인사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장진규 하합동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장진규 하합동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지식재산권(IP)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첨단 지식사회에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 중 하나가 특허권이다. 특허권은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다. 내 사업 영역에 경쟁자가 진입하는 것을 억제하는 방어무기이자 특허침해자 공장을 폐쇄하거나 물건 판매와 영업을 금지하는 공격무기다. 그런데 무기를 엉터리로 만들었다면 정작 필요할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필자가 기업 특허담당자로 근무할 때 어느 법무사가 자신의 특허권에 기초해 경고서한을 보내온 적이 있다. 통신 및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담보설정등기를 자동 처리하는 특허였다. 하지만 특허명세서 핵심인 청구범위 해석의 기본 법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명세서를 작성해 써먹을 수 없는 엉터리 특허였다.

그런데 그 엉터리 특허를 검토하던 중 대한변리사회 홈페이지의 변리사 정보공개 배너를 클릭한 결과, 특허출원 대리인이 상표출원을 위한 홈페이지만 운영하던 상표전문 변리사였고, 해당 특허사무소에는 화학분야 변리사만 한 명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상표 변리사와 화학 전공 변리사밖에 없는 사무소라면, 서버와 통신 기술 특허를 출원하기 위해 과연 누가 발명자와 상담하고 명세서를 작성했을까.

변리사 같은 전문 서비스를 국가자격으로 관리하는 것은, 최소한 전문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변리사회에 등록하지 않은 무면허 변리사나 변리사 자격이 없는 직원이 명세서를 작성했다면 의뢰인이 지불한 비용과 국가자격제도를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 실제 필자가 종사하는 업계의 부끄러운 단면이지만 변리사가 아닌 직원이 특허명세서를 작성하고 변리사 검수도 없이 특허를 출원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필자가 대학에 근무하던 시절 다른 공동 출원인이 지정한 특허법인에서 변리사가 아닌 직원이 발명자와 상담 후 직접 명세서까지 작성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특허 무효율이 높아 효용성 논란이 발생하는 가운데 특허권자 권리행사에 소극적인 법원의 태도, 그리고 부끄러운 일을 자초한 변리업계의 암묵적 관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은 아닐까.

이처럼 현실이 녹록지 않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인적 용역과 마찬가지로 변리 서비스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강력한 IP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적임자인 변리사를 찾는 것이야말로 최적의 해결책일 것이다. 하지만 등록 변리사만 수천 명인 현실에서 이는 쉽지 않으므로 몇 가지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대한변리사회 홈페이지에는 `변리사 정보공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 해당 변리사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해당 변리사가 소속된 특허법인 홈페이지에 소개된 경력과 조합하면 나의 발명에 대한 적임자인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대국민 특허정보검색 서비스인 키프리스에서 동종업계 선도기업 특허를 검색했을 때, 관련 특허출원을 수행한 대리인 정보를 참고할 수 있다. 차후 해당 선도기업과 이해관계가 대립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적어도 분야별 IP 선도기업이 어느 특허사무소 또는 변리사에게 업무를 위임하는지 파악하는데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특허사무소나 변리사를 선정한 후에는 누가 실무를 수행하는지 관리해야 한다. A라는 변리사를 신뢰해 특허출원 업무를 위임했으나, B라는 무면허 변리사 또는 비(非)변리사인 직원 C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닌지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A가 직접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것을 용인한 경우에도 B나 C의 처리능력이 탁월하다면 B나 C가 다른 사건 업무도 수행하도록 지정할 수 있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인공지능이 완전히 변리 서비스를 대체하기 전까지는 적어도 변리 업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나의 발명이 엉터리 특허가 되지 않으려면 적임자인 변리사를 선임하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 정착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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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규 하합동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jinkyu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