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 2014년 새롭게 선보인 울트라PC 라인업인 `그램`은 말 그대로 1㎏ 이하의 무게를 실현한다는 목표로 설계된 노트북이다.
처음 나온 `그램`은 13인치에서 1㎏ 미만 무게를 선보였다. 이후 무게를 더 낮추고 크기를 줄여 휴대성을 강화하는 한편, 14인치대도 1㎏ 미만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는 15인치 그램까지도 무게를 낮추면서 전 라인업이 모두 완전한 `그램`을 실현했다.
드라마로 비유하자면 지난해까지 `그램`은 `1㎏ 미만의 휴대성`이라는 제목의 `시즌1`이었다. 올해부터는 새로운 `시즌2`가 시작된다. 시즌1에서 풀어냈던 스토리는 역시 `시즌2`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등장인물도 동일하다. 물론 새로운 인물도 추가됐다. 바로 `배터리`가 주인공이다.
김문기 넥스트데일리 이버즈 기자 moon@nextdaily.co.kr
◇휴대성과 생산성에 대한 도전, 이번엔 `시간`
휴대성과 생산성은 양립하기 어려운 관계다. 성능을 올리기 위해서는 더 좋은 부품을 쓰거나 새로운 부품을 추가해야 한다. 즉, 크기와 무게가 늘어난다. 반대로 크기와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타 부품들을 빼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일반 노트북은 얇은 두께와 무게를 갖추고 있지만 높은 성능을 필요로 하는 게이밍 노트북은 그보다 더 크고 무겁다.
그간 LG전자는 `그램`을 통해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요소를 최적화하는 데 집중했다.
LG전자는 PC분야에서 킬로그램(㎏)을 그램(g)으로 바꾸자는 의미로 `그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결과 2014년 첫 `그램 13`이 출시됐다. 980g이라는 가벼운 무게에 디자인과 성능, 편의성까지 챙기는 데 성공했다.
1년 후 LG전자는 무게는 동일하지만 화면 크기를 더 키운 `그램 14`를 내놨다. 화면 크기가 더 커졌지만 동일한 무게를 구현할 수 있음이 입증됐다. 이 후 `그램`은 소비자의 많은 관심 속에 출시 22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그램은 15.6인치 대화면을 구현하면서도 동일한 980g 무게를 유지했다. 그간 출시됐던 `그램 13`과 `그램 14` 장점을 뽑아 완성형 모델로 업그레이드했다.
올해는 완성된 `그램`의 내실을 키우는 데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우선 소비자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LG전자가 자체 실시한 소비자 조사 결과,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오래 쓸 수 있는 노트북에 대한 요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문제는 기존 `그램`이 갖고 있던 크기와 무게였다. 휴대성을 유지하면서 사용시간을 늘리려면 배터리 측면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LG전자는 여러 방법 중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물리적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서도 LG화학 신소재를 적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사용한 모델은 `13Z970-GR30K`으로 13.3인치 화면 크기를 갖춘 `2017년형 그램13` 제품이다. LG전자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벤치마크 결과를 살펴보면 `모바일마크 2007`에서 밝기를 60니트로 무선을 끈 상태에서 간단한 문서작업만을 진행했을 때 약 24시간 정도를 버텼다.
`모바일마크 2014`에서는 밝기를 150니트로 올리고 무선인터넷을 연결한 상태로 간단한 문서작업을 했을 때 약 18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했다. 동영상 재생 시간은 밝기 100니트에서 무선을 끈 상태로 약 17시간을 유지했다.
◇ `그램13`으로 업무시작, 남은 잔량 `45%`
다양한 테스트 툴을 통해 LG 그램13 2017년형 제품에 대한 배터리 측정 결과 값이 도출되고 있다. 이러한 방법도 중요하겠지만 실생활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예컨대 스마트폰 LTE 속도는 이론상 속도와 실제 속도가 다르다. 이론상 하향 최대 500Mbps 속도가 나온다 할지라도 실제로 필드에서는 150Mbps 안팎의 속도를 낸다. 주위 환경과 건물 밀집도, 트래픽 추이와 날씨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LTE 신호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노트북도 마찬가지다. 디스플레이 화면 밝기를 조절하거나 문서작업을 하면서도 수많은 브라우저를 이용할 때, 가상 프로그램을 구동시켜 일정량의 리소스를 빼갈 때, 머리를 식힐 겸 게임을 즐길 때 등 사용조건에 따라 배터리 소모량이 달라진다.
본래 쓰던 메인 노트북을 봉인했다. 2017년형 그램13을 메인 노트북과 동일한 환경으로 설정했다. 많은 고민 끝에 충전 어댑터는 휴대하지 않기로 했다. 어댑터가 필요한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당황스러움`도 충분히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후 노트북을 켜 업무를 시작했을 때 시간과 배터리 사용량을 측정하고, 퇴근할 때 시간과 남은 배터리량을 견줘보기로 했다. 하드코어 유저는 아니지만 하루 종일 노트북을 끼고 살아야 하고, 단순 문서작업뿐만 아니라 이미지나 영상 작업도 꽤 하는 편이다. 평균 수준은 측정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첫날 오전 9시 1분에 시작해 오후 6시 25분까지 사용했을 때 남은 배터리 사용량은 `54%`로 나왔다. 밝기는 40에서 50 사이를 오갔다. 와이파이는 항상 켜 둔 상태였다.
둘째 날은 오전 8시 56분에 시작해 오후 6시 17분까지 사용 결과 배터리는 `38%`를 가리켰다.
마지막 셋째 날은 오전 8시 42분에 시작해 오후 6시 29분까지 `45%` 배터리 사용량이 남았다.
사흘간 사용해본 결과 점심시간을 제외한 약 8시간 동안 평균적으로 총 배터리 절반 정도 수준인 45%가 남은 것이 확인됐다. 퇴근 후에도 2~3시간을 더 사용했는데, 배터리는 양호한 수준으로 남았다. 결론적으로 어댑터 없이 하루는 거뜬하다. 어댑터를 따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가방은 더 가벼워진다. 외부에서 노트북을 쓸 때 콘센트를 찾으러 다니는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덤이다. 충전 속도가 빠르다는 것 또한 강점이다. 완전 방전 시 20분 충전에 총 24% 배터리가 충전됐다.
LG전자는 오래가는 노트북을 위해 2017년형 `그램`에 기존보다 2배 가까이 커진 60Wh 배터리를 장착했다. 부피 증가를 최소화하면서 배터리 충전재를 늘리기 위해 신소재인 카본나노튜브를 사용했다. 휴대성을 유지하면서도 물리적 배터리량을 늘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리적 배터리량이 늘어나면서 충전에 대한 불편함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잦은 충전을 위해 어댑터와 휴대용 충전기를 들고 다니면서 부피와 무게에 손해를 보는 것보다는 훨씬 깔끔하다.
◇ 사용자에게 귀 기울인 결과, 강화된 `편의성`
외관상으로 2016년형과 2017년형의 디자인과 사용자경험(UX)이 달라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속을 뜯어보면 꽤 많은 곳들이 개선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구성품부터 만족스럽다. USB타입C 커넥터가 달린 이더넷 어댑터와 파우치가 동봉됐다. 키보드 보호필름도 있다. 이것만으로 따로 구매할 액세서리가 세 개 정도는 줄어든다. 케이스는 펄 화이트 코팅이 적용되면서 지문이나 이물질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졌다.
좌우 측면을 살펴보면 다양한 포트가 자리하고 있어 높은 확장성을 보여준다.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두께와 무게를 줄이다보면 주요 포트를 제거하는 때가 많다. USB타입C만 덩그러니 있는 노트북도 출시됐다. 그램13은 오히려 반대다. 좌측에는 USB 3.0, HDMI, USB타입C 포트가, 우측면에는 USB 3.0, 오디오 단자, 마이크로SD카드슬롯을 배치해뒀다.
인텔의 최신 7세대 카비레이크 CPU가 장착됐다. 사용한 제품은 i3 코어가 내장됐다. 메모리는 DDR4를 적용했다. 기본 탑재 메모리는 메인보드에 온보드로, 향후 업그레이드를 위한 확장 슬롯을 구비해뒀다. 메모리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사용자 요구를 반영해 별도 설계했다.
사용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발열과 소음 쪽이다. 제품을 쓰면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타 제품은 자판 상단부분의 따뜻함(?)과 팬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보는 때가 많았는데, 그램13에서는 이를 잊고 있었다. 그만큼 발열과 소음부분에 상당히 신경 썼음을 느낄 수 있다.
효과적 열 방출이 가능하다면 그만큼 소음도 줄어든다. LG전자는 팬 날개 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소리가 적게 나는 소재를 활용했다. 팬은 기존대비 크기를 40% 더 키웠다. 방출 통로도 2배 더 넓어졌다. 소음과 발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LG전자는 상판과 하판에 각각 비밀병기를 숨겨 놨다. 디스플레이 부분은 상단 8.9㎜와 좌우 5.9㎜의 얇은 베젤 크기를 갖추고 있다. 베젤이 얇아지면 화면이 뒤틀리거나 파손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LG전자는 내구성을 높인 초슬림 강화 패널을 적용했다. 초슬림 강화 패널은 탄성이 좋은 소재를 사용해 패널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한다. 상판에 힘을 가하면 살짝 휘어지는 수준이지만 일부러 휘어보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하단부인 본체는 게이밍 노트북에 주로 적용되는 백라이트가 붙었다. 백라이트는 2단계로 작동한다. 이 기능 또한 사용자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개인적으로는 전원 버튼이 움푹 파여 있어 꽤 유용했다. 실수로 눌리지 않도록 꽤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DTS 헤드폰X 솔루션이 내장됐다. 유선으로 연결된 헤드폰 또는 이어폰 사용에 있어 최적의 오디오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디스플레이 블루라이트 파장을 감소시켜주는 `리더모드`와 노트북을 열면 자동으로 부팅되는 `오픈부팅`, 배터리 관리 `파워 매니저`, 문제해결을 위한 `LG상담센터` 등도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