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친근한 매력을 어필했던 김종민의 이면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늘 꾸준히 제 자리에 서 있었고, 지는 척 하지만 이기는 지혜와 내공을 지니고 있었다. 그 결과, 김종민이 데뷔 후 처음으로 연예대상을 받게 되는 날까지 이르렀다. 김종민은 지난해 연말, ‘1박2일’로 2016 KBS 연예대상의 영광을 누렸다.
“주변에서 기뻐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감사해요. 가족들도, 친척들도 눈물을 흘렸다더라고요. 코요태 멤버들이나 회사 식구 분들도 기뻐해주셨고, 호동 형은 날아갈 듯이 기쁘다고, 수근이 형은 기분 좋아서 술 마시러 간다고 하신 게 생각나요. 아무래도 혼자서 대상을 받게 된 것에 대해 뿌듯한 건 있어요. 코요태가 상을 받을 땐 ‘신지야 잘했어’ 그런 게 있었거든요. (웃음)”
벌써 여러 번 대상 수상 소감을 말하는 것일 텐데도, 김종민의 말투에는 진심과 겸손함이 어렸다. 코요태 활동 당시 대부분의 공을 신지에게 돌리던 김종민은 혼자 이뤄낸 쾌거에 멋쩍으면서도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대중들도 흐뭇해했다. 모두가 유난히 김종민의 대상을 바랐고, 바람이 이루어지자 그 누구보다 공감하며 기뻐했다.
“사람들이 왜 공감을 해줄까 고민해봤는데 정확한 답은 모르겠어요. 잘해서 그런 것 같지도 않고 그저 고정멤버일 뿐인데요. 생각해보면 짠해 보이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다들 자신들이 상 타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시청자들은 굴곡진 제 방송인생을 지켜보셨는데, 그 분들 인생도 굴곡이 있다 보니 대입이 잘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2000년 그룹 코요태로 데뷔해 벌써 데뷔 18년차가 된 김종민은 긴 연예계 생활만큼 힘든 시기도 겪었다. 그런 그에게 대상은 길라잡이 같은 존재가 됐다.
“‘이쪽 길이 맞나’ ‘잘 안되는데 계속 해야 하나’ 고민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 상을 받으니 ‘그 길이 맞았구나’ 안도감이 생겼어요. 그 생각에 굉장히 기뻐요. 너무 밑바닥까지 갔어서 지금 굉장히 높게 올라온 느낌이에요. 방황했던 시절에 대한 보상과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전문 예능인이 아님에도 대상을 받은 것에 대해 부담이 느껴질 법도 하다. 하지만 김종민은 자신의 강점인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중심을 잡고자 한다. 그가 우직하면서도 현명하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시청자 분들이 기대를 많이 하실 것 같아요. 하지만 전 기대를 할 만큼 뭔가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뭘 더 해야지’ 그런 건 없어요. 더 잘할 것 같지도 않고, 똑같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꾸준히 열심히 해서 최고점을 찍었는데 여기서 뭘 더 잘하겠어요. 못하더라도 오래 방송을 했으면 좋겠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그러다보니 김종민은 ‘KBS 대상의 저주’에 대해서도 낙관적이었다. ‘KBS 대상의 저주’란 KBS 연예대상을 받고난 뒤 부침을 겪게 되는 징크스 같은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김종민은 “저주를 받은 분을 몇 분 아는데 굉장히 힘들어 하시더라”며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이어 “그런데 잘 이겨내시더라. 행복하게 사시는 분도 계시고 잘 견뎌서 ‘1박2일’ 하고 계시는 분도 계시고. (웃음) 선배님들도 잘 이겨내시니 그 길을 잘 보고 간다면 나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겁이 안 난다. 대상 만져본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종민은 욕심이 없었다. 다만 자신의 능력을 잘 파악하고 활용할 줄 아는 현명함과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열정은 있었다.
“MC가 되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 MC들은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전 그런 건 못하고, 옆에서 북돋아줄 수 있는 역할이라면 충분히 만족해요. 더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지금까지 망가지고 캐주얼한 걸 많이 보여드렸는데, 몸으로도 하지만 말도 잘 할 수 있는 2017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사람들 앞에서 말 잘 하려고 연습도 하고 있고, JTBC ‘말하는대로’도 일부러 나간 거예요. 말을 잘 못해서 사람들과 있으면 겁이 나거든요. 사람들과 공감하면서 조금씩 이겨내려 하고 있고, 강연 등을 하며 제 인생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