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100만원, 사무실도 없던 청년 창업가가 2년 뒤 일자리 1500개, 누적 거래액 200억원을 달성했다. 김동환 백패커(Backpackr) 대표가 주인공이다.
그는 2014년 6월 수제품(핸드메이드)을 팔 수 있는 플랫폼 아이디어스(idus) 앱을 개발, 대박을 쳤다.
공예나 조각, 의상, 보석, 목공 등을 전공한 디자이너 대부분이 판로 개척에 실패해 기술을 살리지 못하는 점에 착안, 사업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한 해 평균 2만명씩 핸드메이드 전공자를 배출하는데 이들 가운데 5% 정도만 전공을 살린다”며 “재야에 숨은 고수들에게 사업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 바람은 금세 이뤄졌다. 지난해 거래액 155억원을 올렸다. 누적 거래액은 200억원에 이른다. 처음 100억원을 찍는데 2년 2개월이 걸렸고, 나머지 100억원은 불과 6개월만에 돌파했다. 입소문을 타고 이른바 수제품 장인들이 몰렸다. 현재 1500명이 활동하고 있다.
백패커는 작가들에게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받는다. 한 달 5만원씩 정액제다. 작가 중에는 1년에 6억원을 벌기도 한다. 한 달에 8000만원을 챙기는 작가도 있다. 도자기, 수제 목걸이, 금속 공예 액세서리, 뜨개질 등 품목별로 골고루 인기가 높다. 여름에는 수제 음식도 잘 나간다. 수제 조청과 식초를 많이 찾는다.
작가 구성은 다양하다. 아이를 키우느라 공예 일에 손놓고 있던 주부, 판로를 찾지 못해 의상 디자인 사업을 접었던 40대 가장까지 사연 있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김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저가 중국 제품에 밀리고, 시간, 공간 제약을 받는 오프라인에서는 팔 곳이 마땅치 않다”며 “일할 기회를 줘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승승장구하는 김 대표에게도 배고픈 시절이 있었다. 2012년 11월 자본금 100만원으로 백패커 간판을 내걸었다. 하지만 법인 등기 작업에만 40만원이 들어갔다. 월세를 내고 나니 남는 게 한푼도 없었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당시 직원도 자신을 포함해 단 두 명뿐. `월급 없이 일하자`는 각오로 출발했다.
회사 이름 백패커의 사전적 의미는 배낭 안에 식량을 넣고 도보 여행을 하는 사람이다. 가방을 내려놓는 곳이 곧 일터라는 생각으로 지은 사명이다. 김 대표는 커피숍을 전전하면 꿈을 키워나갔다. 당장 돈벌이가 필요해 유료 앱도 제작했다. 회사 문을 연 뒤 1년간 40개를 개발했다. 사업 밑천이 이때 만들어졌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공예 역사는 2000년에 달한다. 전통이 깊은 만큼 훌륭한 작가도 많다”며 “단기적 목표는 국내에 수공예를 알리는 것이고, 이후 세계시장에 진출할 목표”라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