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출범-경제·통상] `아메리카 퍼스트`…한미 FTA 재협상·환율조작국 지정 등 경계해야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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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발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20일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세계경제는 불확실성에 빠졌다. 한국 정부와 기업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1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을 대상으로 한 전 세계 수입규제는 총 184건이다. 이는 전년보다 9건 증가한 수치다. 그 중 미국은 23건의 수입규제를 한국에 제기했다. 이는 신흥국 인도(32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입규제 규모다. 또 2015년 기준 전 세계 반덤핑 조사 개시 230건 중 미국은 42건을 실시해 세계 1위 반덤핑 조사국으로 올라섰다.

진짜 문제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한 지금부터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한국무역협회도 최근 `주요 인선으로 본 미국 신행정부 통상정책 전망 및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심화하고 불확실성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종건 KOTRA 워싱턴무역관장은 “지표 상 미국 무역적자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2015년 3660억달러로 2000년 대비 4배 이상 급증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FTA 등 자유무역협정 성적표도 수치로만 봤을 때 초라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 멕시코 상품교역 수지는 2015년 60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미 FTA 체결 이후 4년 만에 대 한국 상품교역 적자는 2배 이상 증가했다. 현지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무역적자로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600만개가 증발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선에서 힘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미 대통령 공언대로 신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당장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협상 수준이 아닌 일부 조정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18일 한국을 방한한 매튜 굿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강연회에서 “한미 FTA 재협상은 NAFTA보다 정책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면서 “단기적으로 재협상은 이뤄지지 않겠지만 일부 조정은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도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를 재협상할 것인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라며 “취임 초기부터 한미 FTA 전면 재협상이나 FTA 폐기를 선택하진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 FTA에서 무역적자가 심화되는 부문에 부분 협상을 벌이거나 FTA 협의사항 중 이행되지 않는 부분을 이행하라고 한국에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압박할 가능성 역시 제기된다. 한국은 이미 환율관찰국으로 지정됐다. 환율조작국에 지정된 후 1년간 개선하지 않으면 미국기업 투자제한, 미국 조달시장 참여 금지를 포함한 무역제재를 받는다.

한국이 아닌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상황도 문제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중국 수출과 수입에 악영향을 끼친다. 중국에 중간재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에도 부정적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강경발언을 쏟아냈지만 미국이 섣불리 경제제재를 실행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협력실 차장은 “기조는 유지하겠지만 트럼프가 선거기간 중 근거 없이 내뱉었던 발언은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미국은 의회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에 수입규제든, 환율이든 트럼프 행정부 조치에 수위조절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요구하는 공정거래를 준수하는 한편, 편중된 무역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종건 KOTRA 워싱턴무역관장은 “수출은 `선`이고 수입은 `악`이라는 개념을 탈피해 수출뿐만 아니라 수입 및 투자진출도 고려한 포괄적 경제협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슈를 선점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해 협상에서 `줄 것은 주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논리와 명분을 축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무역 기조를 바꿀 때마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국가가 멕시코인데 미국 무역 의존도가 80%이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에 집중된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별 반덤핑 조사개시 추이(단위 : 건)(자료 : 한국무역협회)>


국가별 반덤핑 조사개시 추이(단위 : 건)(자료 : 한국무역협회)

<형태별 대한국 수입규제 월간동향(단위 : 건)(자료 : 한국무역협회)>


형태별 대한국 수입규제 월간동향(단위 : 건)(자료 : 한국무역협회)

<국가별 대한국 수입규제 월간동향(단위 : 건)(자료 : 한국무역협회)>


국가별 대한국 수입규제 월간동향(단위 : 건)(자료 : 한국무역협회)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