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이미 내각 구성부터 전 오바마 행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며 전통 화석연료 사용량을 늘리겠다고 공언해 온 것처럼 에너지부 장관에는 화석연료주의자인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 환경청 장관에 스콧 프루이트 오클라호마주 법무장관을 각각 낙점했다. 북미 석유·가스시장 확대에 따른 세계 에너지 혁명 촉발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우리 에너지 기업의 활발한 대미 협력 활동이 요구된다.
세계 에너지 업계가 트럼프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포인트는 석유·가스 생산 확대에 따른 국제 유가 변동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의 경쟁구도, 러시아와의 공조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북미산 석유와 가스가 국제 자원시장에 풀릴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통 화석연료 시장의 가격경쟁이 예상된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에서 남서부 방향으로 약 220㎞ 떨어진 이글포드 애너다코 공구.](https://img.etnews.com/photonews/1701/915060_20170119184827_700_0001.jpg)
자원수입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긍정적 요인이 많다. 미국이라는 새로운 대형자원 도입 채널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석유와 가스가격 하락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원 수출로 경제 활동을 해 온 국가는 엄청난 경쟁자가 생긴 셈이지만 제조업 중심 국가에는 단가 인하 기회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석유·가스산업 육성 의지도 확고하다. 미국 경제 활성화의 시작을 화석연료 산업 부흥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석유 자급자족을 넘어 해외시장에 내다파는 수준까지 생각하면서 석유·가스 산업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해 경제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때마침 OPEC 회원국이 석유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도 조금씩 반등하는 상황이다. 자원 업계는 국제유가 오름세가 계속되면 북미 셰일오일 사업이 재개되는 이른바 `셰일밴드`가 다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석유·가스산업 육성은 관련 인프라 건설시장 활성화로 연결될 전망이다. 당선 이후 지금까지 대규모 인프라 투자 확대 의지를 밝혀왔고, 임기 초반 가시적 성과를 내고자 인프라 정책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2025년까지 3조달러가 넘는 재원이 필요한 상황인만큼 이를 감당하기 위해 민간 협력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 진출 기회도 열릴 전망이다.
미국과 캐나다를 잇는 키스톤XL 송유관 건설 사업 재개가 대표적이다. 키스톤 송유관 사업은 캐나다 원유를 미국 남부까지 수송하는 1897㎞ 길이 송유관을 건설하는 것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환경오염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 석유업계는 키스톤 사업 재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사업 규모도 크지만 시공, 자재, 운영 부문에서 석유공사를 비롯해 국내 에너지·건설업계 참여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에너지 업계는 미국 석유·가스 확대 정책 전환을 기회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자원 수급 여건 강화와 가격 안정, 도입처 다변화를 기회로 삼아 경쟁력을 기른다는 구상이다. 특히 다른 지역보다 웃돈을 주고 자원을 구매해야 했던 아시아프리미엄 관행 해소에도 기대를 건다.
셰일오일 붐과 함께 이미 미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도 있다. GS에너지는 미국 셰일오일 광구에 투자했고 GS칼텍스는 최근 국내기업 최초로 미국산 오일 200만배럴을 도입하기도 했다.
가스업계 역시 미국 셰일가스 수입 확대에 따른 기존 시장질서 재편을 예상한다. 특히 국제 가스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지위 상승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는 세계 2위 천연가스 수입국임에도 계약 시 의무도입과 도착지 제한조항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 셰일가스 수입을 계기로 기존 불평등 계약조항의 수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셰일가스 분야에서는 2012년 GS에너지가 네마하 유전, 2014년 SK E&S가 우드퍼드 가스전에 각각 투자했다.
정부 차원 노력도 요구된다. 미국은 자원개발 인프라와 제도가 잘 정비돼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와 협의해 아시아행 수송 여건을 개선하면 협력 확대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원분야 공동 연구개발(R&D)과 공동 투자사업 진행에서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그나마 올해 자원개발 분야에서 1000억원 규모 특별융자 예산이 마련된 점은 긍정적이다.
우태희 산업부 2차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당히 보수적인 에너지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변수가 있는 만큼 모니터링과 함께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면서 “올해 하반기부터는 미국 사빈패스 셰일가스가 들어오는 등 추가 협력 여지도 많다”고 말했다.
< 가스기업 미국 셰일가스 투자 현황 >
< 가스기업 미국産 LNG 장기계약 체결 현황 >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