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이란 말을 들어본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길을 걷다가 통신사 대리점에서 마주쳤거나, 온라인에서 만났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주변에 이미 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생소하게 느껴졌던 알뜰폰이 생각보다 우리 주변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우리나라 열 명 중 한 명이 사용하고 있을 정도죠. 하지만 알뜰폰이 뭐냐고 물으면 의외로 아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부터 알뜰폰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알뜰폰이 뭔가요?
알뜰폰 정식 명칭은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입니다. MVNO는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약자입니다. 참고로 우리가 이동통신사로 부르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MNO`라고 합니다. MVNO와 MNO가 비슷하죠? `V`에 해당하는 `가상`이 들어가는 게 바로 알뜰폰입니다. 알뜰폰은 이통사 통신망을 빌려서 사용하기 때문에 자기 망이 없죠. 그래서 `가상 통신망을 가진 사업자`라는 의미로 MVNO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라거나 MVNO라고 하면 너무 딱딱하고 와닿지 않죠? 휴대폰은 전국민이 사용하는 필수 서비스인데 이름이 이렇게 어려워서는 곤란할 겁니다. 사람들이 사용하려고 하지 않겠죠. 고민 끝에 방송통신위원회가 2012년 새로운 이름을 공모했고, 애칭으로 선발된 게 `알뜰폰`입니다. `생활비를 아끼다`는 의미를 담은 순우리말 `알뜰`에 `폰`을 붙인 것이죠. 부르기 편하고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알뜰폰은 잘못된 명칭입니다. MVNO는 휴대폰을 말하는 게 아니라 통신사업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하려면 `알뜰통신`이 돼야 합니다. 알뜰폰 사업자 모임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에 착 달라붙는 이름을 고르다보니 알뜰폰이 널리 쓰이게 됐습니다.
◇알뜰폰은 왜 필요한가요?
통신산업을 `네트워크 산업`이라고 합니다. 전국에 대규모 통신설비를 구축해야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동통신 기지국을 전국 방방곡곡에 촘촘히 세워야 하는 것이죠.
네트워크 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죠. 전국에 수만 개 기지국을 세우고 관리하는 게 쉬운 일일까요? 신기술이 나오면 기지국을 전부 새로 깔아야 합니다. 수조 원의 투자가 필요하죠. 아무나 이런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나라에서 통신사는 세 개 또는 네 개밖에 없습니다.
시장경제 기본원리는 `경쟁`입니다. 다수 사업자가 경쟁을 해야 가격이 내려가고 소비자가 이익을 본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죠. 그런데 통신사가 서너 개밖에 없고, 이들이 담합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통신 소비자는 꼼짝없이 비싼 가격에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알뜰폰은 이동통신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전국망을 구축할 사업자가 많지 않으니, 전국망을 가진 사업자한테 망을 빌려서 사업을 하도록 허용해주는 것이죠.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겁니다. 외국에선 이미 보편화한 서비스입니다. 우리나라는 2011년 7월 공식 도입해 38개 사업자가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알뜰폰 장점과 단점은 뭔가요?
알뜰폰은 이통사 통신망을 빌려 사용하기 때문에 통화나 데이터 품질이 동일합니다. 도로에 비유하자면, 주인이 사용하든 빌린 사람이 사용하든 도로는 같은 도로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빌린 사람이 사용한다고 도로가 갑자기 울퉁불퉁해지지는 않겠죠?
요금도 쌉니다. 직접 통신망을 깔지 않기 때문에 `원가`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죠. 정부가 조사를 해보니 알뜰폰 평균요금이 이통사보다 2만원가량 저렴하다는군요. 같은 통화량과 데이터를 반값에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휴대폰은 본인 것을 사용하고, 유심만 가입하는 `유심요금제`를 활용하면 요금은 더욱 내려갑니다.
알뜰폰은 이통사와 달리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체 대리점이 부족한 것이죠. 대신 전국 대부분의 우체국에서 알뜰폰을 판매합니다. 우체국 온라인 사이트나 `알뜰폰 허브(www.알뜰폰.kr)` 또는 각사 홈페이지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편의점도 파는 곳이 늘었습니다.
서비스가 이통사만 못한 점은 고쳐야 합니다. 판매하는 휴대폰이 다양하지 못한 점도 아쉽습니다. 정부가 알뜰폰 성장을 적극 지원한다고 하니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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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