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임 대통령의 경제 정책)가 굉음을 내며 가동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직 취임 이전에 300회가 넘는 트위터링으로 국내외 대기업들을 압박해 미국 내 잔류와 투자 유치를 끌어냈고, 중국을 경제 적국으로 삼아 맹공을 가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최대 덕목으로 꼽히는 자유무역주의의 룰(규칙)을 만들고 지키는 일을 스스로 저버렸다.
언론들은 “트럼프의 불가측성이 그의 특성 가운데 가장 가측되는 것”이라고 비아냥거리지만 트럼프랠리라 불릴 정도로 금융 시장이 활기를 띠니 세계 경기가 그의 불가측성에 휘말린 형국이다.
문제는 지금부터 본격 드러날 트럼프노믹스의 모습이다. 과거 레이거노믹스(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기인 1981~1989년에 실행된 공급 중시 경제 정책)를 본따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하지만 그때와 경제 환경이 달라 두 정책을 맞비교하는 건 무리다. 그러나 두 정책이 주요 타깃 국가로 일본(레이거노믹스)과 중국(트럼프노믹스)을 지목하고 전선을 넓혀 가는 신 산업 정책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1981년 1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고 난 뒤 곧바로 필라델피아에서 고위급 미팅이 있었다. 그리고 3월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이 간사가 돼 워싱턴 정책입안자, 노조 대표, 기업 대표, 유명 경제학자 300명을 모아 심포지엄을 열었다. 당초 갓 출범한 레이건 정부에 정책 제언을 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최고 리더십 그룹이 불과 몇 주 전에 발표된 레이거노믹스를 면밀히 검토하는 자리가 됐다.
당시 모든 부문의 리더들은 대공황기인 1930년대 이래 1970년대 말까지 미국의 산업 정책이 거의 바뀌지 않았고 작동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공통으로 하고 있었다. 경제 번영은 눈에 보이지 않고 스태그플레이션 및 인플레이션과 실업, 생산성 저하, 에너지 비용 상승 등으로 미국이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위기 국면으로 빠져 들고 있어 산업 정책을 재검토해 힘있는 나라로 되돌려야 한다는 결론이 심포지엄에서 도출됐다.
심포지엄에서 나온 제언은 `새로운 미국 산업 정책을 향해?`라는 제목의 책으로 정리됐다. 참여한 수많은 저명 인사 가운데 헨리 키신저와 피터 드러커도 있었다. 1980년대 미국 무역 상대국들을 옥죈 통상법 301조의 강화와 슈퍼 301조 등장이 그 귀결점이었다.
이러한 레이거노믹스에 비춰 트럼프노믹스에서도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 백악관에 신설하는 `국가통상회의(NTC)`다. NTC는 대통령에게 통상 교섭 전략을 조언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제조업과 노동자를 제일로 생각, 국방 산업의 건전상과 무역 및 제조업의 안전보장 측면에서의 역할 전략을 짠다.
경제계 수뇌들이 모인 조언 조직 `대통령 전략·정책 포럼`도 지켜봐야 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경영자들(현재는 16명)이 `강한 미국`을 내걸고 대통령과 손을 잡은 정경 협력 기구다.
트럼프노믹스의 특징은 주요 인사에서 보듯 정통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이념과 월스트리트를 쥐고 있는 유대계 투자 기관인 골드만삭스의 상법이 결합된 것으로 보면 된다. 요즘 헤리티지재단이 축제 분위기이고 골드만삭스의 홈페이지 방문이 쇄도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레이거노믹스의 산업 정책이 통상 일변도였다면 트럼프노믹스는 통상과 제조를 아우른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염두에 두고 실리콘밸리를 끌어 안고, 미국 전통 제조 기업을 챙겨 주는 또 다른 신 산업 정책이다. 대변혁 시대의 산업 정책은 훨씬 폭넓고 정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