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 2017)은 도시 소년과 시골 소녀의 이야기다.
도쿄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즈하`는 어느 날 서로 몸이 바뀌어 버린다. 타키와 미즈하는 처음에는 꿈인 줄로만 알았던 상황이 현실임을 자각하게 된다. 미즈하를 찾아나선 타키는, 3년 전 이토모리 마을이 1000년만에 나타난 `티아매트 혜성`에 의해 파괴됐으며, 미즈하를 포함한 마을 주민 대부분이 그때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실제로 혜성 충돌로 인한 지구 멸망 가능성은 늘 제기됐다. 유럽 우주국(ESA)은 국제 학술지에 지구에서 64광년 떨어져 있는 혜성 `글리제 710`이 135만년 후에는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실었다. 연구진은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오르트 구름`을 통과한 후 태양계로 진입하며 여러 혜성과 충돌하면서 생긴 파편이 지구에 떨어지면 지구가 멸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 위력 때문이었을까. 혜성은 오랫동안 미신의 대상이었다. 카이사르가 암살됐을 때나 런던 대화재가 발생했을 때 혜성이 나타났다는 이유로 `재앙의 징조`로 여겨지곤 했다. 그 편견을 깨뜨린 데에는 한 영국 천문학자의 공이 컸다. 그는 같은 혜성이 1531년, 1607년, 1682년에 출현했으며 1758년에 돌아올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하며 혜성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에드먼드 헬리. 우리가 혜성을 볼 때마다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그로 인해 혜성은 `우주 사절`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기 ?문이다.
최근 그 `우주 사절`이 지구에 다시 방문했다. 나사(NASA)는 14일 혜성 `C/2016 U1 네오와이즈`가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지구를 근접 통과했다고 밝혔다. 해당 혜성이 지구와 이토록 가까워진 것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공전궤도가 수백만년인데 혜성의 수명은 100만~200만년에 불과해 다시는 지구에 오지 못한 채 소멸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토모리 마을 밤하늘을 수놓은 혜성의 모습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영화 속 혜성은 `1000년만에 돌아온`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때마침 열린 마을 축제와 어우러져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뽐냈다. 다만,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점에서 `잔인한 아름다움`이었던 셈이다.
감독은 혜성 충돌이라는 소재에 동일본대지진 때 일본 사람이 느꼈던 충격을 담아냈다. 하지만 대재앙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내보내는 이토모리 마을 이장의 모습에서는 2014년 4월의 비극이 연상됐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