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싱가포르 석유화학기업 주롱아로마틱스(JAC) 인수전에 우리나라 대형 화학기업이 뛰어들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사 주력 제품인 파라자일렌(PX)은 정부가 공급과잉 품목으로 지정한 테레프탈산(TPA) 원료다. 정부 TPA업종 진단과 화학업계가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종합화학은 싱가포르 JAC 인수를 추진한다고 22일 각각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6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데 이어 10일 예비입찰도 통과했다. 한화종합화학도 예비입찰을 통과했으며 중국, 일본 다수 화학기업도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투자 부담으로 JAC가 파산했던 것을 감안하면 인수전은 예상 밖 흥행으로 받아들여진다. JAC는 SK종합화학, SK건설, SK가스 등 SK컨소시엄과 해외 기업이 합작해 2011년 싱가포르에 세운 석유화학기업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가면서 2015년 9월 파산 절차를 밟았다.
JAC 투자 매력이 다시 높아진 것은 주력 제품인 방향족 제품 가격이 최근 반등했기 때문이다. JAC는 연간 PX 60만톤, 벤젠 45만톤, 혼합나프타 65만톤, 액화석유가스(LPG) 28만톤을 생산한다.
PX 스프레드(원료·제품가격 차이)는 2015년 톤당 200달러대를 오가다 지난해 8월 40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올해도 400달러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PX를 원료로 쓰는 TPA와 최종 제품인 페트(PET) 수요 사이클도 당분간 개선될 것으로 보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TPA 거래 가격은 지난달 톤당 630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연초 대비 10% 가량 상승한 수치다. 중국 내 폴리에스테르 생산 설비 가동률이 올해 80%를 넘어서면서 원료가 되는 TPA 수요가 크게 늘었다.
업계는 롯데케미칼, 한화종합화학이 JAC와 시너지를 낼수 있다고 분석한다. 롯데케미칼은 PX에서 PET로 이어지는 생산설비를 수직계열화했다. 지난해 방향족 사업부 실적이 턴어라운드하면서 외형 확장에 자신감을 가진 상태다.
한화종합화학은 TPA를 직접 생산하고 있으며 자회사 한화토탈이 JAC와 비슷한 사업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경영 효율성, 시너지 측면에서 다른 기업 대비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TPA를 공급 과잉 품목으로 지정하고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으로 관련 사업을 재편해야 한다고 진단했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롯데케미칼 내부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PX 등 방향족 시황이 유지될 것으로 판단 한 것 같다”며 “아시아 석유제품 거래 허브인 싱가포르라는 지리적 이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JAC 가치가 높지 않은데다 설비 효율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원가 절감,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높이 산 것으로 사업 경쟁력 제고로 구조조정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방향족= 나프타 등을 분해해 생산되는 석유화학제품 가운데 벤젠·톨루엔·자일렌·에틸벤젠·페놀·크레솔 등 방향족화합물 제품을 통칭한다. 섬유제품이나 음료수 용기로 쓰이는 페트(PET) 원료인 테레프탈산(TPA)을 만드는 파라자일렌(PX)이 대표적이다.
-
최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