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13년 만에 돌아온 이영애가 폭풍 같은 변화를 몰고온다. 이영애는 딱딱한 이미지의 현모양처로 남아있던 사임당을 탈바꿈시키며 새로운 사임당을 만들어냈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홀에서 SBS 새 월화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윤상호 PD와 박은령 작가를 비롯해 이영애, 송승헌, 오윤아, 양세종 등이 참석했다.
‘푸른 바다의 전설’ 후속으로 방송되는 ‘사임당’은 조선시대 사임당 신씨의 삶을 재해석해 그의 예술혼과 불멸의 사랑을 그린 퓨전 사극 드라마다. 고단한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 분)이 신사임당이 남긴 기록으로 추정되는 수진방 일기와 의문의 미인도를 발견하며 이야기가 시작되는 타임슬립 구성이다.
이 작품은 히스토리(History)가 아닌 ‘허스토리(Herstroy)’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현모양처 이미지에서 벗어나, 여자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신사임당의 모습을 담고자 하는 의도다.
이날 박은령 작가는 “‘사임당’에서 주목한 부분은 워킹맘이다.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가 엄마로서의 삶보다 예술가의 삶이 중요했던 사람이 자기희생을 얼마나 아름답게 하는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것은 동서막론하고 힘든 일”이라며 “사임당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남긴 유언이 ‘삶을 선택하라’다. 삶을 능동적으로 선택해서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가 사는 것을 강조했다”고 주안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송승헌 역시 드라마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임당의 이야기는 뼈대만 가지고 가고 전혀 알지 못했던 사임당의 예술가로서 모습, 말썽쟁이 남편을 두고 아이를 어렵게 키워가며 조선시대 부조리함을 바꾸겠다는 억척스러운 모습 등 알지 못하는 모습을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애는 결혼 후 복귀작으로 ‘사임당’을 택했다. 2004년 ‘대장금’ 이후 13년 만의 작품이다. 이영애는 작품의 어떤 매력에 매료됐을까.
이영애는 “메시지도,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재미가 있었다”면서 “사임당이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500년 전 살았던 사임당이 지금 살아있었다면 이러지는 않았을 듯 싶었다. 우리가 정해진 이미지로 생각했던 사임당에 새로운 인물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우연히도 이영애가 전작과 동일하게 사극을 택한 점 또한 흥미롭다. ‘대장금’ 때는 미혼의 젊은 이영애였고, ‘사임당’의 지금은 기혼의 성숙해진 이영애다.
이영애는 “사임당에서 대장금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미혼일 때 연기했던 대장금보다, 이제 엄마가 돼서 연기하는 사임당의 색깔이 더 깊고 표현의 폭이 넓어지고 달라진 부분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두 캐릭터의 차이점을 밝혔다.
뛰어난 화가인 사임당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한 달 정도 민화를 배웠다던 이영애는 “사임당의 남겨진 그림이 그리 많지는 않다. 드라마에서는 아기자기한 민화도 보여주지만, 열정적인 사임당이 그렸을 법한 그림도 표현해보자 싶었다”며 드라마를 통해 새로 태어난 사임당의 그림을 상상해봤음을 전했다.
다만, ‘사임당’의 장르는 퓨전사극이기에 역사적으로 뒤틀린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기본적인 뼈대를 유지하지만, 새로운 것들을 위해 억지로 꾸미지는 않았음을 알렸다.
윤 PD는 “‘사임당’은 현대와 과거를 평행적으로 끌고 가는 형식이 특이한 것이지, 진정한 사극으로 파고 들어갔을 때 시청자들이 느낄 형식은 전통적인 게 강할 것이다”라면서 “사극을 포장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퓨전사극은 대하사극을 보는 태도와 차이가 있다. 그 점을 생각하고 오픈마인드로 보셨으면 좋겠다”면서도 “사임당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부분들은 잘 박혀있다”면서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이 잘 조화를 이뤘음을 강조했다.
‘사임당’은 30부작으로 진행되며, 오는 26일 오후 10시부터 1, 2회가 연속 방송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