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칼럼] 영어책 거부하는 아이, 챕터 북으로 술술 넘어가는 비밀

[정인아 칼럼] 영어책 거부하는 아이, 챕터 북으로 술술 넘어가는 비밀

최근 ‘10살 영어자립! 그 비밀의 30분’을 출간하고 아이 영어 교육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게 됐다. 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답을 드리고자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엄마가 질문 해 왔다. “아이가 그림책만 좋아하고 한 페이지에 글자 수가 몇 줄 안 되는 영어 책만 봅니다. 영어를 접한 지도 2년이 넘어서 이제는 챕터 북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진도가 나가질 않아 답답하네요. 아이가 챕터 북을 무조건 싫어해요.”
너무나 공감이 가는 고민이다.

그림으로 가득 찬 쉬운 영어책을 잘 읽던 아이도 그림이 줄어들며 글이 늘어나는 챕터 북을 만나면 거부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챕터가 나눠져 있는 책을 챕터 북이라고 칭한다. 얇은 챕터 북도 쉬운 동화책보다는 글자 수가 많고 두께가 있다는 얘기다. 그림 위주의 책을 보아온 아이들이 챕터 북 단계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서 ‘10살 영어자립! 그 비밀의 30분’에서도 이 단계를 1차 장벽으로 표현했다.

‘영어책을 거부하는 우리 아이, 어떻게 하면 스스로 영어책을 즐기게 할 수 있을까?’

해법은 바로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 하는 것! 즉 엄마가 아이와 함께 읽고,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책을 만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책을 찾아주는 것이다.

귀찮아도 함께 읽는다

나도 이 시기에 장벽을 경험했다. 영어책을 잘 읽던 아이가 챕터 북을 읽을 시기가 되자 내가 권해준 챕터 북을 거부했다. 고심하다가 생각한 방법! ‘엄마와 함께 책 읽기.’ 아이가 아기였을 때 한 장 한 장 함께 책장을 넘기며 동화책 읽어주던 생각이 났다. 아이가 영어책을 혼자 읽기 전으로 돌아가 처음처럼 다시 시작해 보기로 한 것이다.

아이가 거부한 책을 과감히 덮고, 7~8세 여자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쉬운 챕터 북’ 네 권을 빌려와 보여주었다. ‘Junie B. Jones’, ‘Tiara Club’, ‘Rainbow Magic’, ‘Cam Jansen.’ 모두 표지 그림이 예쁘고 재미있다고 정평이 난 영어 책 시리즈이다. 네 권의 책을 부채모양으로 펴 놓고 물어봤다. “자, 이 중에서 뭐가 제일 재미있어 보여?” “나 영어책 읽기 싫은데.” 속에서 ‘욱’ 화가 났다. 일부러 알아보고 도서관까지 가서 빌려왔는데 이 짜증나는 방응이란. 그래도 꾹 참고 말했다. “응, 알았어. 오늘은 한 장, 그러니까 두 페이지만 읽을 거야. 엄마 한 페이지, 서린이 한 페이지. 알았지? 일단 제일 재밌어 보이는 책만 골라봐.”

그제야 아이가 책을 골랐다. 아이가 표지의 제목을 읽었다. “Junie B. Jones?" 바로 이어지는 나의 추임새. “야, 이름 완전 특이하다.” 아이가 책을 펼쳤다. "My name is... I just like B and that's all." 시작이 흥미로웠다. 아이도 그렇게 느낀 모양이었다. 아이가 첫 페이지, 내가 두 번째 페이지를 각각 소리 내어 읽었다. 그리고 ‘쿨’하게 내가 먼저 책을 덮었다. 정말 두 페이지만 읽고 책을 덮자 아이가 좀 의아해 했다. 다음 날도 아이와 함께 한 페이지씩 읽었다. 그리고 말했다. “오늘부터 한 페이지씩 늘려갈까? 오늘은 각자 두 페이지씩 읽는 거 어때?” 고개를 끄떡이는 아이. 이렇게 매일 페이지를 조금씩 늘려가며 읽기를 열흘 정도 진행했다. 지루했지만 참았다.

책을 다 읽자 아이가 말했다. “나 이 책 시리즈 다 읽을래. 너무 재미있어.” 성공이었다. 짜릿하기까지 했다. 다른 부모들도 나의 기분을 이해하리라. 그 후로 아이가 다시 혼자 영어 책을 스스로 읽게 되었고 앞서 빌려왔던 나머지 시리즈들도 모두 읽었다.

홈런 북을 만날 때까지 쉬운 책부터!

그래도 아이가 계속 책 자체에 손을 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포기하지 않는 것!’ 다시 말해, 부모가 포기하지 않고 아이가 좋아할만한 책을 계속 보여 주는 것이다.

챕터 북 한 두 권 권해주고 아이가 읽기 싫어한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아이 성향을 파악하고, 좋아할 만한 종류의 챕터 북으로 시작해 본다. 처음에 ‘Junie B. Jones’를 권해보고 거부한다면 ‘Cam Jansen’ 시리즈를, 이것도 싫어한다면 ‘Marvin Redpost’ 시리즈 등을 보여주는 방법이 있다. 중간에 조금 더 쉬운 버전의 챕터 북인 ‘Nate the Great’나 ‘Horrid Henry Early Reader’시리즈 등도 번갈아 소개해줘 보자. 남자 아이가 주인공인 가장 쉬운 종류의 챕터 북이다. 이런 식으로 아이가 손에 잡고 읽고 싶은 책이 나올 때까지 재미있고 쉬운 챕터 북을 계속 안겨주도록 한다.

[정인아 칼럼] 영어책 거부하는 아이, 챕터 북으로 술술 넘어가는 비밀

△왼쪽부터 ‘Junie B. Jones’ ’Marvin Redpost‘ ’Nate The Great‘ ’Horrid Henry Early Reader‘ 시리즈

‘10살 영어자립! 그 비밀의 30분’, ‘5단계 서린이와 엄마가 쏙쏙 뽑은 알짜 책 리스트’에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기) 챕터 북 리스트를 5백여 권 수록해놓았다.

충분한 양의 리스트 속에서, 부모가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아이가 좋아하는 ‘홈런 북(크라센 박사가 말한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권만 성공하면 그 다음부터는 훨씬 쉽다. 시리즈 중 한권을 좋아하면 그 시리즈의 모든 책들을 읽히도록 하자. 시리즈를 끝내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챕터 북에 익숙해지게 된다.

‘주의할 것’은, 아이의 읽기 수준이 좀 높다 하더라도 챕터 북을 처음 접할 때는 읽기 쉬운 ‘초기 챕터 북’을 권해줘야 한다는 것. 그리고 비슷한 수준의 쉬운 챕터 북을 백 권 이상 읽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쉬운 챕터 북으로 읽기 근육을 단련해 놓아야 두꺼운 챕터 북으로 거부감 없이 점프할 수 있다. 처음부터 내용이 심오하거나 두꺼운 챕터 북을 던져줘서는 안 된다.

과욕은 금물이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영어가 몸에 배도록 진행한다. 이것이 아이의 영어 자립을 성공으로 이끄는 정도라고 믿는다.

아이들에게 맞는 초기 챕터 북 리스트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5단계 알짜 책 리스트를 많은 시간을 들여 수록하였다. 챕터 북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자, 이제 방법을 알았고 책도 준비가 되었다. 1차 장벽을 넘어, 우리 아이들이 모두 영어 자립을 이루는 그날 까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나아가자!
그리고 ‘포기하지 말자!’

정인아

육아, 교육 칼럼니스트. 제일기획에서 국내 및 해외 광고를 기획 하고, 삼성탈레스, 나이키코리아 광고팀장을 지냈다. 육아를 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아이가 스스로 즐기게 하는 영어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를 딸에게 적용하여 성공했으며, 그 방법을 공유하여 도움이 되고자 책을 썼다. 저서로 『10살 영어자립! 그 비밀의 30분』, 『난 육아를 회사에서 배웠다(공저)』가 있다.
참고 도서

[정인아 칼럼] 영어책 거부하는 아이, 챕터 북으로 술술 넘어가는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