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ㅣ영화] ‘더 킹’ 김아중-김소진의 강렬한 존재감, 세 남자 배우 잡는다

┃속칭 ‘남성 영화’라 불리는 작품에서 여배우가 주연이라 하더라도 존재감을 드러내긴 어렵다. 사회 전반에 고착된 잘못된 시선 때문이다. 그러나 뜻밖의 존재감으로 김아중과 김소진은 ‘더 킹’을 ‘남성 영화’가 아닌 ‘영화’로 희석시켰다.┃

사진=NEW 제공
사진=NEW 제공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더 킹’은 조인성부터 정우성, 류준열, 배성우까지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네 남자의 조합으로 개봉 전부터 단숨에 기대작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들뿐 아니라 김아중, 김소진 두 여배우가 존재감을 강하게 발산했다. 남성 캐릭터들이 가득한 영화 속에서 강한 주체성을 지닌 여성 캐릭터였다.

김아중은 이제껏 드라마 ‘원티드’. ‘펀치’, ‘싸인’ 등에서 능력 있고, 주체성이 명확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그리고 ‘더 킹’에서도 그러한 연기 내공을 끌어와 매력을 십분 발휘했다. 임상희 역을 맡아 박태수(조인성 분)의 아내로 분했다. 그녀의 첫 등장은 감탄을 자아낸다. 세련된 고급차에서 내린 후 남자를 응징하는 김아중의 시퀀스는 압도적인 아우라를 뽐낸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의 아내들은 남편을 조용히 지원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대부분이었다. 임상희는 달랐다. 우아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상희의 모습에 이끌린 태수와 결혼한 이후, 태수에게 물질적으로 힘을 실어주며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한다.

태수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모습은, 우정출연이라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남편인 태수 위의 권력자로 군림하며 그의 진취성을 이끌어내기까지 한다. 한재림 감독은 “혼자 충분히 영화를 끌고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배우들 중 한 명이며, 아주 작은 뉘앙스까지도 연출자와 상의하며 섬세하고 정확한 연기를 하려는 모습에 감탄했다”고 극찬했다.

사진=NEW 제공
사진=NEW 제공

관객들이 “그 여검사 누구냐”라고 의문을 품게 만든 여검사 김소진도 영화에서 뜻밖의 존재감을 발휘하며 눈길을 끈다. 추악한 행위를 일삼는 남성 검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정의를 수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김소진은 많은 연극에 출연하며 성장을 거듭해온 인물이다. 마치 ‘더 킹’의 한강식(정우성 분)이 검사 길의 정석을 밟아온 것처럼 김소진은 연극계의 정석 코스를 걸어온 배우다. 그리고 2012년 영화 ‘더 테러 라이브’ 속에서 하정우의 전 부인인 이지수 기자로 등장하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상대 배우인 하정우의 연기력에 결코 뒤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기세를 누르는 듯 했다. 연극으로부터 쌓아온 사용된 풍부한 발성과 내공 덕일까. 당시에도 정확한 딕션과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그녀를 향해 관객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 킹’에서도 유감없이 그 면모를 선보인다. 예고편에서부터 “대한민국 역사상 이 정도의 쓰레기들이 있었습니까”라고 외치는 김소진의 목소리는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함에도 불구하고, 역시 그녀의 강점인 또랑또랑한 발음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았다.

또한 스크린 안으로 넘어오면서 김소진의 연기는 더욱 남다른 존재감을 펼친다. ‘더 킹’ 내에서도 많은 여성 캐릭터들은 성적으로 이용되거나, 남성 캐릭터를 받쳐주는 소모성을 띄며 등장한다. 물론 현실을 철저히 반영하기 위해 이루어진 결과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도전적인 안희연 검사의 캐릭터는 쾌재를 부르게 한다. 권력의 최상위 꼭대기에서 군림하는 한강식과 박태수 등을 정면 돌파 식으로 상대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조곤조곤하게 명확한 논리를 설명하며 권력자들을 향해 우스운 조롱을 날리는 모습까지 더해져 ‘걸크러쉬’를 유발했다. 그 덕에, 관객들에게 ‘사이다’를 건네주며 완벽한 신스틸러로 자리매김하는 데에 성공한다.

‘더 킹’은 분명 남자 배우들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다. 그러나 김아중과 김소진으로 인해, 중심을 받히는 한 축이 존재함을 보여줬다. 더욱이 그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은 분량임에도, 뛰어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은 것은 ‘더 킹’의 흥행은 남자 배우들만의 몫은 아님을 말해준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