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ㅣ영화] 오스카 사랑을 받으려면 ‘실화’를 바탕으로 해라

사진='라이언' '핵소 고지' 포스터
사진='라이언' '핵소 고지'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오래 전부터 꾸준히 실화 영화에 대한 선호를 드러냈던 아카데미 시상식은 올해도 그 사랑이 변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2월 26일 개최를 앞둔 가운데, 24일(현지시간)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를 공식 발표했다. 작년 88회 시상식에서는 가톨릭 사제 성추문을 폭로한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스포트라이트’가 각본상 및 작품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실화를 기반으로 한 많은 작품들이 수상을 휩쓸었다.



비록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가 독식 수준으로 최다 14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나, 이미 각종 시상식에서 휩쓴 작품이었기에 예상됐던 바. 동시에 실화 작품을 그린 영화들도 다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작품은 6개의 부문의 후보에 오른 ‘라이언’과 ‘핵소 고지’다. ‘라이언’은 다섯 살에 길을 잃고 호주로 입양된 사루(써니 파와르 분)가 구글어스로 25년 만에 집을 찾아가는 감동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작품상, 각색상, 촬영상, 음악상, 남우조연상, 그리고 니콜 키드먼이 여우조연상의 후보로 지명됐다. 이미 기존에 2016 할리우드 필름 어워드에서 니콜 키드먼이 수상했던 이력이 있어 기대를 모은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의 가장 치열했던 전투에서 무기 하나 없이 75명의 생명을 구한 영웅 데스몬드 도스의 전쟁 실화를 그린 작품 ‘핵소 고지’의 선전은 미국 아카데미에서만 드러난 게 아니다. 제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5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으며, 2016 전미 비평가 협회 ‘올해의 영화’로 선정됐다. 이번 미국 아카데미에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편집상, 음향상, 음향효과상 총 6개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사진='히든 피겨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사진='히든 피겨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배우 앤드류 가필드가 실존 인물인 영웅 데스몬드 도스 역을 맡아 감정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특히, ‘핵소 고지’는 멜 깁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을 뿐더러 미국이 열광하는 전쟁 영웅을 소재로 내세웠기 때문에 수상이 더욱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3개 부문의 후보에 오른 ‘히든 피겨스’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1960년대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 개발 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이끌었던 나사 프로젝트의 숨겨진 여성 천재들의 실화를 다루며 이미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흥행을 이어간 작품. 그에 걸맞게 작품상, 각색상 후보에 올랐으며 이미 2011년 ‘헬프’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옥타비아 스펜서가 다시 한 번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다시 한 번 여우조연상의 영광을 누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재키' '러빙' '플로렌스' 포스터
사진='재키' '러빙' '플로렌스' 포스터

더불어 여우주연상 후보에는 무려 세 가지의 실화 작품 주인공들이 이름을 올렸다. 먼저, 미국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인인 재클린 케네디의 짧지만 빛났던 순간을 그린 ‘재키’의 나탈리 포트만이다. 비록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은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에게 트로피를 내어주며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언제나 오스카는 종잡을 수 없기에 유력 후보 중 하나인 나탈리 포트만이 ‘블랙 스완’ 이후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 기대해볼 만하다.

에티오피아 출신인 루스 네가가 여우주연상에 오른 ‘러빙’ 역시 실제 이야기를 다뤘다. 1958년 타 인종간의 결혼으로 버지니아에서 추방된 러빙 부부가 빼앗긴 시민권을 놓고 벌이는 위대하고 아름다운 여정을 담아낸 실화 작품으로, 제69회 칸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1%의 재능과 99%의 자신감으로 카네기 홀에 선 음치 소프라노(메릴 스트립 분)와 사고전담 매니저(휴 그랜트 분) 그리고 맞춤형 연주자(사이먼 헬버그 분) 그들의 실화 이야기를 그린 작품에서도 여우주연상의 후보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무려 20번째로 오스카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를 모은 배우 메릴 스트립이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80)로 처음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후, ‘소피의 선택’(1983)으로 첫 여우주연상을, ‘철의 여인’(2012)으로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녀가 세 번째 여우주연상의 트로피를 거머쥐게 된다면 새로운 역사, 그 자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사일런스' '딥워터 호라이즌' 포스터
사진='사일런스' '딥워터 호라이즌' 포스터

이 외에도 17세기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한창인 일본으로 목숨을 걸고 떠난 2명의 선교사의 이야기를 담은 대서사 실화 작품 ‘사일런스’가 촬영상 하나의 후보에 올랐다. 이어 ‘딥워터 호라이즌’은 지난 2010년 발생된 딥워터 호라이즌 호의 석유 유출 실화 사건을 다루며 시각효과상과 음향편집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후보에 오르며 오스카의 ‘실화 애정’을 입증한 가운데, ‘라라랜드’의 강력한 아성을 이기고 깜짝 수상에 힘을 쓸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더불어 앞서 말한 작품 대부분이 국내 관객을 찾아올 계획으로, 극장가에도 아카데미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