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정우성➀] 밑바닥을 연기한 정우성에게서 느껴지는 우아한 품격

글 : 이예은 기자 / 사진=NEW 제공 / 디자인 : 정소정
글 : 이예은 기자 / 사진=NEW 제공 / 디자인 : 정소정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정우성이 사회를 향해 또다시 강한 돌직구를 던졌다. 평소, 거침없이 소신 발언을 하던 그가 권력의 추악함을 응집해놓은 캐릭터 한강식으로 직접 분해서 권력자들을 끌어내렸다. 우아하지만 코믹한 연기로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최고 권력자의 민낯을 까발리는지, 실제로 어딘가에 한강식이라는 인물이 실존하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왔다.

‘더 킹’은 “한국만큼 권력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있을까?”라는 한재림 감독의 물음으로부터 시작된 영화로, 박태수(조인성 분)가 대한민국의 절대 권력자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 세상의 높은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작품이다. 대한민국 30년 역사를 쫓으며 권력자들의 민낯을 아주 우습게, 노골적으로 들춰내어 유쾌하게 풍자와 해학을 버무렸다.

극중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며, 세상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검사 한강식은 필요에 따라 사건을 기획하고 권력을 주무른다. 마치 국민과 국가가 자신의 것인 양 굴며 오만하고, 자신을 ‘역사’라고 일컫는 인물이다. 정우성은 최대한 열심히 망가졌다.

“시나리오 보자마자 한강식을 무너뜨려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강식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상이에요. 현재도 검찰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데, 모든 검사가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바르게 한다면 멋진 직업이에요. 정의 구현하는 검사들도 많죠. 그 중 일부가 상위 몇 프로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움직이고, 초심을 가지고 들어갔던 순수한 검사들의 양심이 오염되는 과정 중심에 있던 인물이 한강식이잖아요. 그래서 꼭 무너뜨리고 싶었어요. 따로 크게 준비한 것은 없고, 일단 검사 선서를 봤어요. 그리고 한강식이 무엇에 대한 표상인가 고민했어요. 무형의 이미지를 한강식으로 형상화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에 검사들의 일상이나 검사들의 일반적인 것들을 굳이 따로 찾아볼 필요는 없었어요. 극중 한강식이 일장연설을 하던 근대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는 이미 쭉 관심이 계속 있었거든요.”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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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정우성에게선 한재림 감독을 향한 깊은 신뢰가 오롯이 느껴졌다. 한 감독은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관상’ 등 여러 작품을 통해 그만의 독특하고 세련된 연출 실력을 증명했다. ‘더 킹’에서도 역시, 사회적 메시지를 제대로 담아내며 재미있는 만화적 연출까지 함께 선보였다.

“함께 작업하는 건 좋았어요. 한재림 감독은 좋은 감독이자 좋은 작가예요. 자신이 써내려간 텍스트를 영상으로 옮기는 데에 있어서 고민과 이미지들이 굉장히 명확했어요. 타협하지 않고 원하는 것들을 다 얻어내려고 하는 강한 의지도 있더라고요. 그러다보니까, 오히려 작업하는 과정들이 더 단순한 느낌이었어요. 원하는 게 명확하니까요. 또 하자고 하시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더 킹’으로 인해서 더 진화된 한재림 감독이 되었잖아요. 앞으로의 작업이 궁금하기도 하고요.”

파격적인 내용뿐만이 ‘더 킹’이 가진 힘이 아니다.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조인성과 정우성 그리고 류준열의 만남이었다. 이미 톱스타 자리에 있는 두 배우와 한창 열렬히 활동하고 있는 신예 류준열의 조합은 신선한 시너지를 기대케 했다.

“인성이는 동료배우로서는 처음 만났어요. 예전에 지오디 뮤직비디오 찍을 때, 저는 감독이었고 조인성과 신민아가 주연으로 출연한 적은 있어요. 지금은 되게 멋진 조인성이 되어있더라고요. 인성이는 세트장 안에서 배우로써의 애티튜드를 지키고 그것을 찾아가려고 노력해요. 또, 캐릭터에 대해 깊이 파고들기도 해요. 그래서 듬직하기도 하고 기뻤어요. 그런 멋진 후배를 통해서 선배로써도 자극 받아요. 준열이랑도 같이 붙는 장면은 거의 없었는데 자세가 정말 좋더라고요. 공교롭게도 준열이의 드라마 촬영이 갑자기 시작되면서 영화랑 스케줄이 겹쳤어요. 그래서 강원도랑 부산을 오가면서 굉장히 피곤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씩씩했어요. 오히려 ‘다 그런 거죠. 괜찮습니다.’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더라고요. 자기감정 위주로 상황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전반적인 통찰력을 가지려고 하는 그런 모습이 보여서 그 친구 더 좋은 배우가 되겠구나 싶어요.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요.”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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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데뷔 20년 차가 된 정우성은 이제, 어딜 가나 대선배 위치에 서있다. 그러나 조금도 오만하지 않고 권위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후배들과 술 마시는 걸 즐기며 동등한 위치에서 소통한다.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지도 않는다. 대신, 몸소 보여준다. 후배들이 자연스레 그 모습을 흡수시킬 수 있도록, 자신이 먼저 올바름을 자처한다.

“현장에서는 조금 더 경험이 많은 동료일 뿐이에요. 현장에 있는 제작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는데, 저답게 현장에 있자고 생각했어요. 제가 현장에 어떻게 임하는 지 봤을 때, 그들이 얻어갈 것이 있다면 좋은 거니까요. 동료 배우들이 제 자세를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이야기 해주니까 그 또한 기쁘고 고마워요. 가르침이나 깨우침은 말로 전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더 킹’의 관객수를 기대하냐는 질문에도 정우성은 여유가 넘쳤다. 작품에 대한 확신도 있을뿐더러, 온전히 관객을 믿을 뿐이었다. 최악의 권력 인물을 무너뜨리려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심한 정우성의 ‘더 킹’을 어찌 보지 않을 수 있을까.

“관객수를 기대하면 매일 다치고 힘들어요. 그래서 기대를 안 하는 게 정답이에요. 주어진 관객수에 감사해하고, 더 많은 분들이 보시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킹’이 지닌 강한 본질적 메시지를 공유해주셨으면 하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에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