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정우성② ] “문제의식 캐릭터 도전? 선배인 내가 용기 내야해”…진정한 ‘더 킹’

글 : 이예은 기자 / 사진=NEW 제공 / 디자인 : 정소정
글 : 이예은 기자 / 사진=NEW 제공 / 디자인 : 정소정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아수라’나 ‘더 킹’은 제 캐릭터를 투영해서 사회와 시대에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의식을 던지는 역할이기 때문에 선택한 거예요. 또, 그런 건 선배인 제가 용기 낼 필요가 있어요.”

정우성은 데뷔 초반부터 영화계에서 손꼽히는 미모(?)를 가진 배우다. 그리고 자신 역시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기도 하다. 미디어를 통해서 합리적인(?) 자아도취로, 위트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던 그는 인터뷰 당시에도 드문드문 장난기 어린 모습을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묵직하고 진중했다. 삐뚤어진 사회를 다시 한 번 더 비꼰 정치 풍자극 ‘더 킹’을 선택한 이유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주연이 아니며 주인공 조인성의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작품이다. 옆에서 조인성이 돋보일 수 있도록 묵묵히 받쳐주는 선택을 했다.

“영화는 러브스토리나 정의로운 히어로 여러 가지 감성을 관객들과 나눌 수도 있지만, 시대 정서를 동반해서 사회에 문제의식을 제기할 필요도 있어요. 신인이나 후배들에게 그런 것에 대한 의식을 강요하고, 그런 것들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에 우선적으로 하라고 얘기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선배로써 그리고 여러 장르를 경험한 배우로써 어떤 무게감을 지닐지, 영화를 통해서 어떻게 대중과 사회와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건 보여줘야죠. 물론, 앞으로도 전반적으로 제가 그럴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에요.”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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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작품 선택 하나에도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는 신중한 모습의 정우성은 정치적 발언부터 현 시국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는 배우 중 하나다. 어쩌면 위험하기까지 한, 소신 발언들을 대담하게 내뱉는 모습에 대중들은 환호했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그것은 멋있는 게 아니고, 당연한 상식을 이야기할 뿐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맞는 말을 했다고 불안한 심리를 갖는다는 게 우리나라 분위기가 잘못됐다는 반증이에요. 민주주의 국가라는 헌법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죠. 알아서 조심하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든 권력은 바람직한 권력이 아니에요. 자유롭게 토론을 하면 되는 거고, 인격 모독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법 안에서 판단을 내리면 되는 거예요. 당연한 상식선 안에서 하는 소리를 정의롭고 용기로 보이는 우리나라가 슬퍼요.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요.”

진취적이고 용감한 발언과 일침은 인터뷰 도중에도 계속됐다. 현 시국에 대한 안타까움이 어느 정도인지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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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주인공은 국민이어야 해요. 민주주의 국가라고 헌법에 쓰여있잖아요. 선택도 국민이 하는 것이고, 지도자를 뽑는 게 아니라 국민을 대변하고 대신해서 일할 사람을 뽑는 것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존중과 존경 받는 거고요. 그런데 지도자라는 단어 안에 안주하면서 권력을 휘두르고 이양 받은 힘을 마음대로 쓰는 건 잘못됐어요. 그것을 벗어난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으면 그 나라가 위태로워지는 거죠.”

그가 이런 발언을 서슴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준공인’에 가까운 배우가 지닌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배우생활 20년 차가 된 선배이자 40대가 된 이 남자는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뿜어내고 있었으며 진짜 ‘어른’이었다.

“저는 이제 선배잖아요. 그리고 40대 중반이 된 기성세대로 접어드는 사람으로서 청년 실업 문제나 아르바이트생들의 모습을 봤을 때 여러 가지를 느껴요. 이 사회가 바르게 돌아가고 있는 게 맞나 자문했을 때, 미래 세대를 위해서 고쳐야 할 게 많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 저는 여러 사람에게 바른 소리가 전달 될 수 있는 입장이니까 그런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의식하고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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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에서 춤도 춰 봤으니, 영화 ‘라라랜드’같은 멜로가 해보고 싶다는 정우성은 의외로 로맨틱코미디작품으로 대중과 만난 적이 없다. 그가 보여주는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은 ‘네 머릿속의 지우개’와 같은 가슴 절절한 멜로에서만 발견할 수 있었다. 진지하면서도 줄곧 유쾌한 모습도 함께 보여주던 그가 선보일 ‘로코’ 특유의 멋진 남자 주인공을 대중들이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그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가치관도 확실했기 때문에 신중을 취할 뿐이었다.

“로맨틱코미디는 해본 적이 없어요. 저도 하고 싶어요. 사실 ‘로코’가 연기 난이도가 상중에 상이에요. 시나리오를 잘 쓰기도 힘들고요. 오히려 ‘로코’는 굉장히 유연한 삶을 산 60대 감독이 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요. 물론, 그것도 코미디스럽지는 않지만요. 왜냐하면 사랑에 대한 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랑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서로에게 어떤 의미로 주어지는지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시야를 가지고 작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랑을 판타지만을 가지고 하는 것은 여유가 없다고 봐요.”

한재림 감독의 ‘연애의 목적’과 같은 영화에 출연을 권장하자 “연애의 목적이요? 박해일 씨 캐릭터처럼 목적성을 두고 하는 건, 저랑 성향에 맞지 않아요.(웃음)”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