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설 연휴 마지막날까지 각기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와 대통령 대면조사 등 숙제를 풀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헌재는 이번 주 중 소장 권한대행을 선출하고 국회 소추위원단과 대통령 측 변론 공방을 이어간다. 특검은 내달 초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비롯한 청와대 압수수색, 최순실씨 조사 등 일정에 집중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주 법·정치적 책임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운명의 2월을 맞는다.
헌재는 31일 헌법재판소 청사 1층 대강당에서 박한철 소장 퇴임식을 열고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 운영에 들어간다. 선임재판관인 이정미 재판관이 임시권한대행을 맡아 내달 1일 10차 변론부터는 8인 재판관 체제로 탄핵심판을 지휘하게 된다. 재판관은 일주일 내 정식 권한대행을 선출할 예정이다.
박 헌재 소장은 앞서 자신의 퇴임에 이은 이정미 재판관 임기만료일인 3월 13일 이전까지 탄핵 심판 결론을 내리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정으로 진행된다면 탄핵심판 변론은 사실상 2월내 마무리 절차를 밟아야 한다.
박 대통령 대리인 측은 퇴임할 박 소장이 향후 심리 일정을 제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 대통령 측은 추가 증인신문 등 보다 충분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국회와 대통령 대리인 양측은 2월 변론기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10차 변론기일인 내달 1일엔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유민봉 전 국정기획수석,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을 각각 소환한다. 이들은 박 대통령 측이 추가 신청한 증인이다. 내달 7일 11차 변론기일엔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법정에 나온다. 9일 12차 변론기일엔 조성민 전 더블루K 대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한편,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씨에게 오전 11시까지 특검으로 나오라고 통보했으나 또 다시 출석을 거부했다. 최씨는 특검팀 검사가 조사 중 폭언하는 등 강압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출석에 불응했다.
특검은 최씨가 출석을 계속 거부하면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조사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내달 초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을 앞둔 가운데 공범으로 지목된 최씨를 상대로 뇌물 혐의를 반드시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특검 판단이다.
특검은 앞서 최씨 딸 정유라씨의 이대 입시비리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 최씨가 6차례 소환에 불응하자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최 씨를 강제로 조사실에 앉혔다.
박 특검팀은 또 이날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특검이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피의자를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 대면 조사를 앞둔 박근혜 대통령은 설 연휴 동안에도 별도 일정 없이 특검 대면조사와 헌재 심리에 대비한 법리 검토에 집중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 시한을 2월 초로 잡고 박 대통령 측과 시기와 장소를 조율 중이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그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 측은 2월 둘째 주쯤 특검 조사를 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결정을 늦추기 위해 무더기 증인신청과 대리인단 일괄사퇴, 그리고 대통령 본인 심판정 출두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을 고심 중이다. 또 추가 여론전 방향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내용이 없다”면서 “여론 추이를 보면서 추가 메시지 전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