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靑 훈민정음 해례본 보관 중” 진술 확보…진본 가능성 매우 희박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관 중’이라는 의외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러 정황 등을 따져볼 때, 이 해례본이 국보급 가치를 가진 진본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지난 2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특검은 모 IT업체의 대표인 한모 씨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내 청와대에서 보관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씨는 안 전 수석에게 이 해례본을 직접 전달하려 했으나, 안 전 수석이 사양하자 택배로 청와대에 해례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씨는 안 전 수석을 통해 대기업 납품 등을 부탁하기 위해 이 해례본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안 전 수석은 이 해례본을 보관하라고 보좌관에게 지시했고, 이후 청와대에서 보관 중인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확보한 진술에는 이 해례본의 문화재적 가치 여부에 대한 정보는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례본은 존재가 알려진 진본이 간송본과 상주본 등 단 2권 뿐이다. 그중 상주본은 행방이 묘연해 확인할 수 있는 진본은 간송본(간송미술관 소장) 1권이 유일하다.
만약 한씨가 상주본을 찾아내 안 전 수석에게 보냈다거나,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는 새로운 3번째 해례본을 찾아냈다면 이는 문화‧학술적 초대형 사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IT 중소기업 대표인 한씨가 문화‧학술계에 특별한 소양을 지녔다는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으며, 사정 당국도 당시 조사된 해례본이 ‘문화재적 가치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청와대에 보관 중인 훈민정음은 훈민정음을 기념하는 단체들이 간송본을 토대로 똑같은 재질과 형태로 만든 영인본(사본)일 가능성이 높다.
영인본은 수십만 원의 금액으로 일반인도 구매할 수 있다
이윤지 기자 yj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