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김주혁] 따뜻함도 섹시함도, 김주혁만의 매력으로

출처 : 나무엑터스 / 글 : 이주희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출처 : 나무엑터스 / 글 : 이주희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배우 김주혁은 편안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처음 봐도 마치 오랫동안 알아왔던 사람처럼 친근하다. 그래서인지 김주혁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따뜻한 캐릭터를 맡아 왔다.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을 통해 이미지는 더 굳어졌다.

그런 그가 영화 ‘공조’에서 데뷔 이래 첫 악역을 맡았다. 김주혁에게서 차가운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가능할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이런 우려가 무색하게 이전의 연기와 차원이 다른 깊이를 드러냈다. 그의 강한 눈빛에는 북한 최대의 범죄 조직의 리더인 차기성의 서사를 모두 담았다.



“첫 악역이라 걱정 했다. ‘1박 2일 통한 이질감도 고민됐다. 그래도 완성본을 보니 어색하게 보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악역을 한 이유는 악역에 대한 매력보다는 다른 이미지에 대한 갈증이 컸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로맨틱코미디가 많이 들어왔었는데, 똑같은 장르를 계속 하면 사람들이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다. 악역은 내게 ‘히든카드’가 아닐까 싶었다. 내가 악역을 못할 것이란 생각은 안 해봤다. 물론 내가 가지고 있는 이전의 이미지를 안 벗어나도 좋다. ‘구탱이 형’ 좋지 않나.(웃음)”

갈증이 큰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도전하게 되면, 그것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신중할 수밖에 없다. ‘공조’의 차기성은 김주혁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적합한 캐릭터였다. 영화 전체적으로 현빈이 액션을, 유해진이 밝은 쪽을 맡고 있다면, 김주혁은 전체를 아우르는 어두움을 가지고 있다. 차기성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다. 차기성은 북한에서 탈출한 이유를 “썩어빠진 윗대가리 아래서 인민이 되기 싫었다”라고 설명하는데, 이 말은 차기성이 영화에서 설득력 있는 악역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다.

“그냥 악역이 아니라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에 대한 앞 이야기를 생각해 봤다. 아마 차기성도 배신을 당했을 것이다. 신념에 대한 밑바탕 스토리를 구축한 것이다. 이런 사연을 품고 연기하면 처음 등장하는 걸음걸이부터 달라진다.”

차기성은 총을 쏠 때도 질질 끄는 것 없이 한 번에 쏴버린다. 거래 상대가 위조지폐 동판 값을 낮추려는 수작을 부릴 때는 오히려 2배, 3배를 부르는 대담함도 있다. 자비심은 없지만, 한편으론 결단력 있는 사람이다. 이런 모습은 연기하는 배우에게도 시원함을 선사했을 것이다.

“시원한 건 맞다.(웃음) 머뭇거렸으면 캐릭터가 안 살았을 것이다. 군 출신들은 실제로 그렇지 않을까. 차기성을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몸동작이었다. 거의 움직이지도 않는데, 잔 동작이 많으면 힘이 빠지고 약해 보인다. 상대방을 볼 때도 인상을 막 쓰는 게 아니라 그냥 빤히 본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섬뜩하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출처 :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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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현빈-유해진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차기성은 오프닝과 엔딩을 책임진다. 게다가 악역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제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공조’는 현빈-유해진의 뻔한 투톱 브로맨스가 아닌, 범죄영화로서 확실히 무게를 잡아냈다. 다만 김주혁은 자신의 역할이 적었다고 쿨하게 인정했다.

“분량 고민은 벗어난 것 같다. 거기에 대한 집착을 할 나이는 아니다. 물론 내 입장에선 주연이면 좋다.(웃음) 하지만 배우들이 현실을 파악해야지 자기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징징대는 것은 한심한 거다. 배우는 자기 포지션이 어딘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헛된 꿈을 꾸면 안 되다. 물론 내려갔으면 자극받고 한 단계씩 올라가면 된다.”

이번 역할을 위해 김주혁은 액션부터 사투리까지 많은 것을 신경 썼다. 그중 가장 많은 극찬을 받은 것은 예상외의(?) 다부진 몸이었다. 함께 노출을 감행했던 현빈은 개봉 전부터 김주혁의 몸관리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조명발이다.(웃음) 촬영감독이 잘 찍어줬다. 앵글을 잘 맞춰주셨고, 분장도 많이 도움을 줬다. 너무 검게 분장을 해주셔서 ‘왜 이렇게 까매?’하고 물어보기도 했다.(웃음) 여기에 조명까지 넣으니까 잘 나온 것 같다. ‘나의 절친 악당들’ 때와 외적으로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때는 흰머리를 염색한 거였고, 이번엔 진짜 흰머리다. 염색을 안 하니까 흰머리가 많더라.(웃음) 몸은 현빈이 훨씬 좋다. 나는 살을 완전히 빼는데 한계가 있더라. 너무 빼면 얼굴이 쏙 빠진다. 그게 딜레마다. 어릴 때는 적당히 라인이 예쁜데, 나이를 먹으니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출처 :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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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몸관리로 김주혁은 ‘섹시하다’라는 말을 많이 듣기도 했다. 지난해 개봉한 ‘비밀은 없다’에서도 지적이고 섹시한 인물을 맡은 바 있기 때문에 따뜻함에서 섹시함으로 전향한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섹시함은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웃음) 배우는 어떤 면에서든 섹시해야 한다. 내가 로코를 또 할 수도 있는데, 다른 장르에서도 다른 의미의 섹시함을 준다면 바랄 게 없겠다. 기본적으로 섹시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노력해야 한다.”

김주혁의 새로운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호평했지만, 오히려 그는 자신에게 낮은 점수를 줬다. 앞으로 자신의 모습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그동안 겪어온 세월 동안 보는 시선이 더 깊어졌고 하고 싶은 게 더 많아졌다고 했다. 때문에 관객들도 그의 끊임없는 도전기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악역 변신 점수는 50점정도 주고 싶다. 너무 낮은 것 아니냐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더 할지 모르니까 여분을 둬야 할 것 같다.(웃음) 요새는 의욕이 차올라서 정말 기쁘다.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 거린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의지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나. 역할이 작든 크든 열심히 할 것이다. 배우는 하면 할수록 몸이 예민해지기 때문에 쉬지 않으려고 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