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칼럼>미국특허소송의 재판적 동향

김성훈 미국 WHDA 특허변호사
김성훈 미국 WHDA 특허변호사

트럼프의 당선으로 화제가 됐던 2016년 말, 미국 대법원은 미래 특허소송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의 상고를 허락하며 한해를 마무리했다.

지난 2014년 크래프트(Kraft)는 TC 하트랜드(TC Heartland)를 상대로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TC 하트랜드는 회사가 위치한 인디애나 지방법원으로 사건 이송을 요청했지만 델라웨어 지방법원 및 연방항소법원 모두 기각했다. 크래프트는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향후 특허소송의 재판적(venue) 이슈를 다루게 될 이번 사건 상고를 허락했다.

그동안 특허권자에게 우호적인 판결을 내렸던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은 특허괴물의 주요 무대였다. 미국특허소송은 몇몇 지방 법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2015년에는 전체 특허 사건 3분의 2가 5개 지방법원에 몰렸다. 실제 같은 기간 동안 절반에 가까운 특허 사건이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에 접수된 통계 자료도 있다.

그동안 여러 법안들이 소수 지방법원에 특허 사건이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그동안 의회 입법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법정지 선택(forum shopping) 문제를 이번 판결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법원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판결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뒤집는다면 미국특허소송 대응 자체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은 분명하다. 만약 대법원에서 회사의 법인이 있는 곳으로 재판적을 제한하면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이 아닌 많은 회사의 법인이 있는 델라웨어나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으로 사건이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 다음으로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특허 사건이 몰리는 실정이다. 특허소송 자체가 생소한 다른 주 지방법원에서 사건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심지어 특허소송 사건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특허괴물이 비교적 사소한 사건은 접수하지 않을 것이고 비용이 큰 소송보다는 협상으로 분쟁을 해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유지한다면, 법안을 통해 재판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최근 대법원 판결은 지방법원 판사들의 특허 사건에 대한 권한을 확대하는 경향을 보인다. 재판적 이슈도 각 사건별로 지방법원 판사 재량에 맡기는 취지로 판결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지방법원 판사들이 사건 초기부터 사건 관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문가들은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에 특허괴물이 제기한 소송이 몰리는 이유로 특허권자에게 우호적인 판결뿐 아니라 판사들의 특허 사건 전문성 및 효율적인 사건 처리 경향을 꼽는다. 즉 기술 상업화보다 소송을 통한 손쉬운 이윤 추구가 목적인 특허괴물에게는 신속하고 예측 가능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이 최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텍사스 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숫자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대법원 판결 경향상 결국 자기 입맛에 맞는 다른 법원으로 법정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지방법원 판사 권한 확대 경향에 따라 항소심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거나, 최소한 지점이 있는 곳을 법정지로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사건은 앞으로 학계와 미디어, 특허권자 등 기타 여러 관련 단체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정부에서 양당 지지 아래 추진했던 재판적 관련 입법도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 까지 잠시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새 행정부의 특허 관련 정책 방향을 알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다.

특허괴물과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에서 수많은 특허전쟁을 치르고 있는 한국 대기업들은 피고인 동시에 수천 건의 특허를 보유한 특허권자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에도 미국 내 일자리 확보를 위해 압력을 가하는 이 시기에, 미 대법원이 기존 재판적 판례를 뒤집어 특허 사건이 특정 법원에서만 진행하도록 할지 관심을 기울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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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미국 WHDA 특허변호사 SKim@WH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