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화학기업 다우케미칼의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을 사들인다. EAA는 일부 글로벌 화학 기업만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다우케미칼 에틸렌아크릴산 사업 인수로 일거에 글로벌 선두 EAA 제조사로 떠올랐다. 정유 사업 대비 시황이 안정되고 수익성이 높은 화학 사업에 통 크게 투자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2일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다우케미칼 EAA 사업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3억7000만달러(약 4260억원)다. 미국 텍사스 프리포트와 스페인 타라고나 생산설비를 포함해 제조 기술, 관련 지식재산권(IP), 상표권을 넘겨받는다.
EAA는 고부가 기능성 접착 수지로, 주로 알루미늄 포일이나 폴리에틸렌 등 포장재용 접착제로 쓰인다. 듀폰, 엑슨모빌 등 극소수 글로벌 정유·석유화학 기업만 생산한다. 제조사는 5개 안팎이다. 화학 시장에선 EAA 사업을 `클럽비즈니스`라 일컫는다.
다우케미칼은 프리마코라는 브랜드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은 단번에 EAA 1위 업체로 떠오르게 됐다.
인수전에는 10여개 화학기업이 뛰어들었다. 우리나라 기업으론 SK이노베이션이 유일했다. 알짜 사업으로 분류된 EAA 사업을 두고 군침을 흘리는 기업이 많았지만 예상을 깨고 SK이노베이션이 승전보를 올린 데에는 최 회장의 혁신 의지가 작용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CEO 세미나에서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데스 될 수 있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강하게 주문했다.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사업 집중 투자는 사업 구조 혁신과 맥을 같이한다. 최 회장은 2014년 1조6000억원 규모의 파라자일렌(PX) 공장 건설 투자를 시작으로 3조원 규모의 중국 우한 나프타크래커(NCC) 합작 등 석유화학 부문 고도화를 진두 지휘했다. 다우케미칼은 듀폰과의 합병으로 반독점규제 적용을 받게 됨으로써 일부 사업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최 회장이 인수전을 적극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6년 동안 화학과 윤활유에 집중 투자했다. 3분기 기준으로 화학사업(SK종합화학, SK인천석유화학), 윤활유 사업 등 비정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까지 불어 났다.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은 “시장 환경 변화에 내성이 강한 고부가가치 화학사업 구조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게 됐다”면서 “사업 구조 혁신을 위한 전략 투자를 지속, 장기로는 중국 등 신흥국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고부가가치 화학, 석유 개발, 전기자동차 배터리·정보전자사업 중심으로 최대 3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