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연구소를 설립한다.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OLED에서도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직접 OLED 신기술 확보에 나서면서 이른바 `OLED 굴기` 프로그램이 가동된 셈이다.
2일 현지 언론과 국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TCL은 `광둥성 프린팅플렉시블디스플레이 혁신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운영은 광둥주화프린팅기술공사가 맡는다. 정부가 직접 OLED 연구소를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CL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구소 설립을 국내외 디스플레이 업계에 알리고 관련 기업에 참여를 독려해 왔다. 패널 제조사, 장비, 소재 등 디스플레이 분야 기업 다수가 참여한다. 오픈 플랫폼 형태로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공동 연구한다. RGB 방식의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연구하며, 4.5세대 하프컷 규격의 패널 양산을 목표로 잡았다.
TCL은 7월 광저우에 건물을 완공하고 연구개발(R&D) 장비를 반입할 예정이다. 주화 건물이 들어서는 주변에는 이미 관련 기업들이 사무소를 마련했다.
주화에는 국내 장비기업 주성엔지니어링도 참여한다. 잉크젯 프린팅 장비기업 카티바를 비롯해 일본 닛산화학, 알박, 스미토모와 독일 머크 및 미국 듀폰 등 글로벌 장비·소재 기업이 다수 참여한다.
최근 중국 패널 제조사는 일제히 플렉시블 OLED 양산 설비에 투자하고 있다. 에버디스플레이 등 일부 패널 제조사가 중소형 리지드 OLED를 양산하고 있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시장을 약 96% 점유하는 등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율, 품질 등 기술력 전반에서 한국산 OLED와 몇 년 격차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디스플레이 투자 중심이 LCD에서 OLED로 이동했다. 현지 정부도 OLED 투자를 적극 지원하며 OLED 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일부 1~2개 제조사를 제외하면 OLED 수율이 50%에 미치지 못한다. 새롭게 투자한 플렉시블 OLED는 기술 난도가 더 높아 당초 목표한 대량 양산 시점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지에서는 플렉시블 OLED 투자 열풍 우려도 제기됐다. 기업마다 수조원을 투자해 설비를 마련하고 있지만 실수익 발생 시점, 생산 패널 물량 예측 등 난망으로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소 설립은 현지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국가 차원에서 OLED 기본 기술력을 다져서 기술 수준 전반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중장기로는 OLED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소재, 장비, 공정 등 생태계 전반을 조성해 시너지를 내는 것도 목표다.
기술력을 높이면 스마트폰과 TV용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명, 건축 등 다양한 응용 분야로 확대하는 기회도 노릴 수 있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이 선점한 하이엔드급 OLED가 아닌 중급형과 보급형 시장을 우선 목표로 투자하고 있다”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하는 체계를 갖춰 내수 시장을 장악하면 세계 OLED 시장에서 일정 정도의 체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게 현지 정부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