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QM6 운전 중 사고가 날 뻔했다.
오르막길에서 정차 후 출발하려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차량이 뒤로 밀린 것이다. 다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액셀러레이터로 발을 옮기려고 하자 다시 차량이 밀렸다. 결국 기어를 P로 바꾸고 시동을 다시 걸어서 재출발해야만 했다. 이후에도 시동꺼짐은 여러 번 발생했지만 르노삼성자동차는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차가 지난해 출시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가 시동 꺼짐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발생한 차량은 대부분 `오토스톱&스타트` 기능을 켜놓은 상태에서 정차 중에 발생했다. 오토스톱&스타트 기능은 연비를 높이기 위해 차량이 신호대기 중인 상황에서 시동이 꺼졌다가 다시 작동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QM6는 정차 후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시동이 다시 켜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차는 정차 중 운전자가 운전석에서 몸을 떼는 동작을 해서 시동이 꺼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QM6는 시트에 센서가 있어서 신체 접촉이 없으면 운전자가 차량에서 나간 것으로 인식해 자동으로 시동이 꺼진다. 또 안전벨트를 풀거나 문을 열어도 엔진이 완전히 꺼지도록 설계됐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정차 중에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시트에서 몸이 떨어져서 시동이 꺼졌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오르막길 또는 내리막길 등 브레이크를 깊숙히 밟아야 하는 조건에서 엉덩이가 시트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시동이 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QM6 시동꺼짐 현상은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지난해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한 SM6는 리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는 SM6 시동꺼짐 현상이 발생했을 때 운전자들이 오토스톱&스타트 기능에 대한 적응 부족 때문이라고 치부했다. 이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일부 운전자에게는 “오토스톱&스타트를 끄고 타라”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행 중 시동꺼짐 현상은 오토스톱&스타트 기능이 적용되지 않은 2.0LPe 모델에서도 발생했다. 르노삼성차는 뒤늦게 원인파악에 나섰다. 결국 지난해 9월 국토부는 SM6 엔진제어장치(ECU) 오류로 내리막길 등을 관성 주행하다가 과부하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연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리콜명령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시동이 꺼지는 조건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설정돼 있어서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주행 중 시동꺼짐은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운전자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차량 결함이다. 갑자기 시동이 꺼지면 조향장치인 스티어링 휠과 제동장치인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QM6 시동꺼짐 현상은 차량 판매가 늘어나면서 운전자 사이에서 점차 알려지고 있는 문제”라면서 “르노삼성차가 임시 대응으로 서비스센터에서 오토스톱 기능을 비활성화시키거나 시트 센서 민감도를 낮추는 등 조치를 제공하고 있는데 사고 위험이 높은 결함인 만큼 빨리 원인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