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부활`...완성차 업계 현지 투자확대·대열정비

지난 몇 년 동안 두 자릿수 판매량 감소율을 기록했던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부활하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 시장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완성차 업체들이 투자를 단행하면서 대열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다른 제조사가 생산을 줄여온 가운데서도 현지에서 생산차종을 늘려온 현대자동차는 신차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 주도권을 노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러시아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신차 라인업도 보강하고 있다.

러시아 지역 자동차 판매량은 2014년 249만대(전년 대비 10.3%↓), 2015년 160만대(35.7%↓), 2016년 142만대(11.3%↓) 등으로 매년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 가치 하락, 저유가, 유럽 경제 제재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최근 유가가 살아나고 러시아 경기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는데다 정부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올해에는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기업인협회(AEB)는 올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전년 대비 4% 증가한 148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세계 자동차 시장 성장을 견인했던 유럽이나 미국 시장이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는 러시아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투자를 줄이지 않았던 현대차는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그동안 러시아 시장에 다시 기회가 올 것으로 보고 생산·판매 조직을 그대로 유지했다. 신차 출시도 이어갔다. 지난 8월에는 소형 SUV 크레타를 출시했다. 11월에는 제네시스 G90(한국명 EQ900)를 출시하고 제네시스 브랜드를 한국, 북미, 중동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론칭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8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크레타 라인을 점검하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러시아 시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면서 시장이 회복됐을 때를 대비하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현대차 쏠라리스는 지난해 러시아 브랜드를 제치고 베스트 셀링 1위에 올랐다. 올해에는 소형 SUV 크레타 트림을 추가하고 신형 쏠라리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 쏠라리스
현대차 쏠라리스
지난 해 8월 정몽구 회장이 러시아 공장의 크레타 생산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지난 해 8월 정몽구 회장이 러시아 공장의 크레타 생산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라인을 축소했던 업체들은 잇따라 라인 확대 계획을 밝혔다. 다임러는 2억유로를 투자해 모스크바에 연간 3만대 규모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BMW는 현지생산업체 투자를 확대한다. 인력을 감축하고 단축근무를 시행했던 포드는 주 4일 근무에서 주 5일 근무로 늘려 생산량을 확대한다.

신차 출시도 이어질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현지 생산한 법인차량에 대한 세금 혜택을 겨냥해 신형 티구안을 러시아에서 생산해 공급할 예정이다. 혼다와 스코다 등도 SUV 신차를 준비 중이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전망. 출처=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전망. 출처=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