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명성만 앞세워 지방자치단체에 충전소(슈퍼차저) 부지 무상 제공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또 한국 진출을 빌미로 여러 기업과 협약을 맺어 놓고 실제 사업 진척 없이 도움만 챙겨 가고 있어 업계의 불만이 거세다. 또 지난해 한국 구매 희망자들로부터 예약 구매 신청을 받은 뒤 수개월째 별다른 후속 조치 없이 예약금만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행태가 법정 문제로까지 비화하진 않겠지만 도를 넘어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세계 스타필드하남은 지난해 8월 개장했지만 테슬라 매장은 7개월째 오픈하지 않고 있다. 당초 테슬라는 지난해 하반기 매장을 연다고 밝힌 바 있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702/920013_20170205161930_287_0001.jpg)
5일 지자체와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최근 한 광역지자체에 전용 급속충전소 `슈퍼차저`를 구축할 부지를 무상 제공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 외곽과 고속도로가 인접해 있으면서 식당·커피숍이 있는 교통 요지여야 한다는 자세한 주문까지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조만간 부지 실사를 앞뒀다.
이에 해당 지자체는 최종 결정을 앞두고 고심에 빠졌다. 슈퍼차저 유치로 전기자동차 보급에 유리하고 단체장의 치적은 되겠지만 부지 임차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 지자체 관계자는 “테슬라와 전기차 협력 차원에서 논의하다가 충전소 부지 무상 제공을 요청 받았다”면서 “협의로 풀어가겠지만 우리 지자체에 돌아오는 실익 없이 무작정 (테슬라 요청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식 NDA` 전략도 논란에 휩싸였다. 보통 기업 간 비밀유지협력(NDA)을 맺은 후 멀지 않은 시일 내 본 계약이 이뤄지거나 협약을 파기한다. 그러나 테슬라는 지난해 7월 한국 진출 선언 이전부터 전기차 충전기 등 분야별 중소·대기업 약 10곳과 NDA를 맺은 후 시장 공동조사나 실도로 테스트, 한국 정부 정책 정보 등 협조만 받아 가고 실제 사업 진척은 없었다.
NDA를 맺은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NDA를 맺은 뒤 본계약을 기대했지만 현재까지도 업무 협조만 받아갈 뿐 계약과 관련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법정 다툼이야 없겠지만 기업 경영 상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감추지 않았다.
일반 구매 희망자들의 원성도 높다. 지난해 4월 초 테슬라 사이트를 찾아 `모델3` 차량 예약구매 금액으로 1000달러를 예치한 A씨는 지금까지 아무런 후속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 8월에 한글 사이트를 연 뒤 역시 `모델S` 예치금으로 200만원을 낸 B씨도 최근 메일을 보내 항의했으나 “기다려 달라”는 답변 메일만 받았을 뿐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한국인 예약 구매자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면서 20억원이 넘는 돈이 1년 가까이 묶여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기차 업체 관계자는 “테슬라 특유의 마케팅 전략에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지만 테슬라가 한국 고객과 약속한 출시일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 별도 공지조차 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면서 “지자체나 업계, 정부 모두 `테슬라에 묻혀 가기`에서 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