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 급등으로 증권 업황 전반이 부진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0% 넘게 증가했다. 동양매직(현 SK매직) 지분 처분 이익 300억원이 희망퇴직 등으로 발생한 각종 손실을 상당 부분 메웠다.
NH투자증권의 동양매직 매각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보여 준 대표 사례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계열사 간 협력이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주된 수익 모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월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은행 프라이빗에쿼티(PE)단과 NH투자증권 IB사업 부문 내에 PE 부서를 NH투자증권 산하 PE본부로 통합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가진 광범위한 중소·중견기업 네트워크와 옛 우리투자증권 IB 경쟁력을 결합한 대표 사례”라고 평가했다.
올해 초 합병을 마친 KB증권도 KB금융 계열사와의 협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KB금융그룹은 KB증권이 핵심 분야로 내건 기업투자금융(CIB)과 자산관리(WM) 부문에 지주-은행-증권 3사 겸임 체제를 도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한투증권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은 카카오뱅크 지분 50%를 보유한 대주주다. 한투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모집한 자금 관리와 온라인 영업망을 금융투자 상품 판매에 활용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지분 4% 인수로 인한 영업망 확대 가능성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미래에셋대우는 최대 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을 필두로 계열사 간 연계를 강화하는 추세다. 그동안 단순 지주사에 머물러 있던 미래에셋캐피탈은 합병 이후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자동차 금융 서비스 개시에 이어 네이버, 셀트리온 등 국내 유수 기업과의 민간 벤처펀드 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른 대형 증권사와 달리 삼성증권은 우선 자산관리 및 IB 부문 간 시너지 확보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삼성생명은 삼성증권 지분을 30.1%까지 늘리면서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에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지분 인수 직후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 특혜 의혹 여파 등으로 당분간 계열사 단위 협업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계열사 및 부문 간 협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고액 자산가와 기업금융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가 PE와 벤처펀드를 꾸준히 확충하는 것도 어음으로 조달한 단기 자금으로 은행과 경쟁하기보다 펀드 출자에 활용하는 것이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증권사의 어음 발행을 통한 대출은 시중은행을 활용하기 어려운 신용등급이 다소 낮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