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특허강국으로 가는 길>(4)정책금융 탈피 못한 IP담보대출

“지식재산권(IP)은 담보성이 있고 담보로 제공할 수 있으나, IP 가치가 소유자 역량에 크게 의존하고 유통 시장이 없어 채무를 갚는(대물변제) 기능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중소기업기반정비기구 `지적재산권 담보대출 가이드` 일부다.

국가지식재산교육포털(IP-ACADEMY)에 게재된 `IP 금융의 모든 것` 중 주요장면/ 자료: IP-ACADEMY `IP 금융의 모든 것` 화면 캡처
국가지식재산교육포털(IP-ACADEMY)에 게재된 `IP 금융의 모든 것` 중 주요장면/ 자료: IP-ACADEMY `IP 금융의 모든 것` 화면 캡처

◇정책금융 탈피 못한 IP담보대출

시행 5년차인 IP담보대출이 정책금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여전히 IP담보대출을 꺼린다.

특허청과 산업은행은 창조경제를 표방하며 2013년 IP담보대출을 시행했다. 중소·중견기업이 물적 담보 없이도 IP를 담보로 최대 20억원을 대출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기업체가 보유한 IP 가치를 평가 기관에서 산정하면 산업은행이 평가 결과를 참고해 IP를 담보로 자금을 대출하고, 부실이 발생하면 회수지원펀드가 IP를 매입하는 구조다.

두 기관은 IP담보가치 평가용으로 개발한 모형(로열티 공제법)이 과거 특허담보대출 걸림돌이었던 `특허 거래 시장 부재`와 `특허 담보력 부재` 등을 해소하리란 기대도 밝혔다.

조경선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평가센터 소장은 “로열티 공제법이 제품에 적용해 매출이 발생한 특허만 담보 가치로 인정해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접근”이라며 “시장에서 검증된 특허여서 부실이 발생해도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간 금융권의 IP담보대출은 저조하다. 2014년 특허청은 우리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과 IP담보대출 업무 협약을 맺었지만 관련 상품을 출시한 것은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2013∼2015년 전체 IP담보대출액 2125억원 중 산업은행(1137억원)과 기업은행(959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98.6%다.

◇“은행권에 IP담보대출은 무리”

시장에서는 은행권 IP담보대출은 처음부터 무리라는 평가가 많았다. 보수적 금융기관인 은행이 언제든 무효가 될 수 있는 특허를 담보로 대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허청과 IP담보대출 업무 협약을 체결한 시중 은행 한 관계자는 “건전성을 강조하는 은행이 부실 위험을 떠안고 IP담보대출에 나서긴 쉽지 않다”며 “은행권 IP담보대출도 신용과 매출을 우선 고려하고 IP는 참고만 하는 일반 여신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열티 공제법 타당성과는 무관하게 은행이 IP담보대출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배동석 ID벤처스 감사는 “현재 IP담보대출은 IP를 담보로 설정하지만 다른 기업 대출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허청이 2013년 펴낸 `IP담보대출을 위한 IP가치평가 모델연구` 보고서도 일본 `지적재산권 담보대출 가이드`에 실린 “IP담보대출이 기업 신용에 따르는 일반 대출과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언급했다.

오세일 인벤투스 변리사는 “2014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회의에서 `IP거래시장이 없어 IP담보대출로 부실이 발생하면 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자 `옳은 의견이지만 IP담보대출로 IP금융 활성화가 우선 필요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IP노믹스]<특허강국으로 가는 길>(4)정책금융 탈피 못한 IP담보대출

◇“IP담보대출에서 IP투자로”

일부 전문가는 `고위험 고수익`인 IP 속성을 인정하고 IP투자를 확대하자고 제안한다.

고위험 고수익 선호자 중심으로 IP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자는 주장으로, IP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존 IP담보대출 등과는 다른 접근이다.

배동석 감사는 “IP는 언제든 무효가 될 수 있는 위험이 큰 자산”이라며 “IP 권리성을 엄격하게 따져 특허펀드 투자 여부 등을 결정하고 원금 손실이 발생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투자자가 주축인 IP투자가 IP금융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밝혔다. 정책금융 대신 실시료 또는 특허침해 손해액 등에 초점을 맞춘 IP금융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신중론도 있다. 최철 한국외대 교수는 “안전성이 떨어지는 IP금융을 단기간에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초기 단계인 만큼 IP금융 정착 여부는 시간을 두고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동시에 “IP금융 종착점은 민간 금융권”이라며 “시장에서 IP금융이 형성될 것인지는 지속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세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www.ipnomics.co.kr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