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은 자본주의 사회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자본주의 사회가 고도화 될수록 금융도 발전한다. 금융이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말은 달리 표현하면 금융의 생명은 수익성이라는 뜻이다. 특히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패러다임이 전환하면서 선진국에서는 지식재산권(IP)을 이용한 다양한 금융상품이 소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기술금융`이라는 이름으로 IP를 활용하는 금융상품이 정책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IP금융이란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 부동산 같은 유형담보물 없이도 IP만으로 자금을 수혈 받는 제도로 크게 IP담보와 IP보증, IP투자로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IP금융 활성화로 기술은 있으나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IP 가치를 인정해 대출을 받고, 투자 받는 상품이 소개된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지만 IP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는 IP금융 현실을 살펴보겠다.
IP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2014년 금융위원회는 IP 평가를 수행하는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을 지정해 시중 은행에서 기술금융(IP금융)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했다. 최근에는 자체 평가인력을 보유한 은행 여섯 곳은 자체적으로 TCB 기능을 수행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활성화되는 IP금융에서 IP는 담보물 또는 투자대상인 핵심자산이기 때문에 정확한 IP 가치산정은 IP금융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IP는 토지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어서 가치 판단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적절한 IP 평가 방법론은 오래 전부터 중요한 이슈였다. 대표적인 IP 가치평가방법으로 시장접근법과 이익접근법, 비용접근법이 언급된다. 시장접근법은 부동산처럼 공개되고 활성화된 거래시장이 없다는 이유로, 비용접근법은 IP 활용가치를 소요된 비용으로 측정하는 것은 IP 특징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이익접근법(DCF)이 널리 사용된다.
이익접근법이란 IP 가치를 산정할 때 해당 IP 활용으로 얻을 수 있는 미래가치(순현재가치)를 추정해 불확실성을 할인율에 반영해 현재 평가시점 가치로 환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미래가치와 불확실성을 고려하는 이익접근법은 담보물의 담보가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어 IP금융에 적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익접근법으로 담보물 또는 투자대상인 특허 가치를 판단하는 경우 특허의 잠재적 가치와 본질적 가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술은 누가, 어떻게, 어디서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상이할 수밖에 없다. 좋은 기술이라도 경영진 전문성이 떨어진다면 기술사업화는 성공할 수 없으며, 조금 기술이 변변치 않아도 마케팅이나 원가절감 등으로 사업이 크게 성공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기술 우수성을 기초로 특허 가치를 판단하는 경우 사업화에 수반되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미래가치를 겨냥해 산정한 가치는 그만큼 불확실성을 내재한다.
이처럼 특허기술 활용 가능성을 예측해 판단한 가치를 특허의 `잠재적 가치`라고 한다. 잠재적 가치를 판단할 때 중요한 점은 설령 특허가 담고 있는 기술이 우수하거나 향후 시장에서 널리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평가 시점에서 특허권 자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은 정의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기술 외에 사업화 성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아 불확실성이 크다. 따라서 특허의 잠재적 가치는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활용 주체에 투자하는 경우 활용될 수 있는 가치이며, 특허권 자체에 투자하거나 특허권을 담보물로 평가할 때 담보물 가치를 가늠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가치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면 특허의 본질적 가치란 무엇일까. 우선 특허의 본질적 역할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내가 가진 땅에 울타리를 쳐서 제3자 출입을 막을 수 있다. 토지에 울타리를 쳐서 “여기는 내 땅”이라고 말할 수 있듯 내가 가진 기술은 특허로 “내 기술”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기술에 배타적 사용권한을 인정하는 것이 특허의 본질적 역할이다. 특허문서는 기술 관련 권리관계를 담고 있는 권리문서로 제3자가 무단으로 특허기술을 사용하면 특허권자는 이를 금지할 수 있고, 무단사용 대가를 요구할 수 있으며, 특허기술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특허는 특허기술을 누군가가 사용하거나 사용하려고 할 때 본질적 역할을 수행하며 특허의 본질적 가치 역시 이때 발생한다. 표준특허를 예로 들 수 있는데, 표준특허로 인정받으면 해당 표준기술을 사용하는 업체에서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이때 사용료는 특허기술을 사용해 사업을 영위해 얻는 수익이 아니라 특허권 자체로 얻는 수익이다. 따라서 특허가 무효가 되지 않는 이상, 특허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확실시 된다. 그만큼 특허가치 불확실성은 낮아진다.
이처럼 특허권 자체, 그리고 특허의 본질적 역할 수행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특허의 `본질적 가치`다. 본래 특허의 본질은 보호하는 기술에 대한 독점배타적 권리여서 특허 가치는 미래 기술 활용 가능성을 통해 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판단시점에서 특허권 자체로 얻을 수 있는 가치라고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특허의 잠재적 가치에 비해 불확실성 역시 낮다.
IP금융은 IP를 담보물로 보느냐 투자대상으로 보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IP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보는 IP투자의 경우 문제되지 않지만, 자산안정성이 중요한 IP담보는 불확실성이 높은 특허의 잠재적 가치보다는 특허의 본질적 가치에 기초해 자금을 집행하는 것이 타당하다. 담보대출은 담보물의 자산안정성이 매우 중요한데 미래가치로 담보대출을 실행하는 것은 자칫 부실화를 낳을 우려가 크다. 특히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IP 담보대출, IP 보증은 특허의 잠재 가치를 판단하는 이익접근법을 토대로 이뤄져 우려스럽다. 대출금 회수 시점에 담보물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부실화가 초래될 수 있고, 이러한 문제점은 자칫 IP금융 정착에 큰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IP금융을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니라 수익을 낼 수 있는 특허, IP담보대출의 경우 실질적인 담보가치가 있는 특허를 선별하는 평가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특허는 법률로서 인정하는 권리이며, 그 권리라 함은 기술을 독점할 수 있는 가치다. 따라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특허권에서 기술하고 있는 권리 독점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특허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변리사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 나아가, 특허가 제대로 된 담보가치를 인정받도록 법원 전문성과 소송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급변하는 시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지식재산권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상세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www.ipnomics.co.kr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세일 인벤투스 대표변리사 steveseil.oh@inventusi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