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강성모)은 최시영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티플리션 힘이라 불리는 물리적인 힘을 이용해 에멀전을 제작하는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에멀전은 물속에 기름 방울이 안정되게 분산돼 있거나 기름 속에 물이 분산된 구조를 말한다.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지만 적정량의 계면활성제를 넣고 섞어주면 적절히 분산된다.
계면활성제 대신 고체 입자를 사용해 안정시키는 피커링 에멀전은 처리과정이 복잡하고 적용 범위가 좁아 유용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피커링 에멀전 표면을 화학적으로 처리하는 대신 수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고분자 입자를 더 큰 고체입자와 함께 섞어 디플리션 힘을 유발해 에멀전을 안정화하는데 성공했다.
디플리션 힘은 많은 수의 작은 입자가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큰 입자를 뭉치게 만드는 힘이다. 큰 입자끼리 서로 끌림을 유도한다. 그동안은 고체와 고체 입자끼리만 적용됐다.
하지만 연구팀은 작은 입자로 고분자, 큰 입자로 고체 입자와 기름 방울을 사용해 고체와 액체 사이에서도 디플리션 힘이 적용되는 것을 증명했다. 다양한 종류의 다공성 고분자 물질을 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다공성 고분자는 넓은 표면적을 이용해 분리막이나 조직공학, 약물 전달체 및 센서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 교수는 “고체 콜로이드 입자들 사이에서만 이용되던 디플리션 힘을 고체 입자와 액체 방울 사이에 구현한 첫 사례라 학술적인 의미가 크다”면서 “화학적인 힘이 아니라 물리적인 힘으로 안정적인 에멀전을 형성하기 때문에 고체 입자와 고분자 종류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고, 특수 목적에 맞는 맞춤형 다공성 물질도 제작할 수 있어 산업 및 국가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