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영화] 제89회 오스카의 키워드는? ‘라라랜드’와 ‘탈 백인주의’

출처 : 아카데미 시상식
출처 : 아카데미 시상식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키워드는 ‘디카프리오의 칠전팔기’였다. 오는 26일 미국 LA돌비 극장에서 개최되는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오스카)의 키워드는 배우가 아닌 작품 ‘라라랜드’에 집중되어 있다. ‘라라랜드’는 작품상, 남ㆍ여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미술상, 의상상, 편집상, 주제가상(2개), 음악상, 음향믹싱상, 음향편집상 등 총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이는 지난 1950년 ‘이브의 모든 것’, 1998년 ‘타이타닉’과 함께 최고 기록이다.

앞서 ‘라라랜드’는 ‘오스카 전초전’이라 불리는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부터 남ㆍ여주연상, 음악상 등 7관왕을 차지했다. 때문에 오스카에서도 몇 관왕을 차지할 것인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오스카는 골든글로브와 달리 드라마/뮤지컬코미디 부문으로 나뉘지 않기 때문에 후보는 더 쟁쟁하다. ‘컨택트’ ‘핵소 고지’ ‘히든 피겨스’ ‘라이언’ ‘문라이트’ ‘펜스’ ‘로스트 인 더스트’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함께 후보에 올랐으며, 특히 ‘문라이트’는 제74회 골든글로브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의 작품상을 차지한 ‘라라랜드’와 함께 드라마 부문의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감독상으로는 ‘라라랜드’가 가장 강력한 후보다. 앞서 ‘라라랜드’는 역시 또 다른 오스카의 지표가 되는 제69회 미국감독조합(DGA)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거머쥐면서 오스카에 한 발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감독조합 시상식의 결과는 69년 동안 몇 차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오스카로 연결됐기 때문에 더욱 기대케 하고 있다. 또한 ‘라라랜드’가 뮤지컬영화인 만큼 음악상, 주제가상도 확정으로 볼 수도 있다.

출처 : 아카데미 시상식 홈페이지 캡쳐
출처 : 아카데미 시상식 홈페이지 캡쳐

다만, 배우상은 알 수가 없다. 지난 1998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타이타닉’이 11개 부문을 수상했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것을 보아 작품과 배우 부문이 서로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개최된 제23회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여우주연상은 ‘라라랜드’ 엠마스톤이 차지했지만, 남우주연상은 ‘펜스’의 덴젤 워싱턴이 차지했으며, 재74회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 여우주연상에는 ‘엘르’의 이자벨 위페르가 수상한 바 있기에 쟁쟁한 경쟁자로 여길만 하다.

이외에 여우주연상은 ‘재키’의 나탈리 포트만도 유력 후보다. ‘플로렌스’의 메릴 스트립은 이번 노미네이트로 개인 통산 20번째 오스카 후보라는 최고 기록을 세워 눈길을 끈다. 대부분의 시상식에서 후보로 이름을 올린 ‘컨택트’의 에이미 아담스는 여우주연상 후보에 들지 못했다.

남우주연상 후보인 ‘라라랜드’의 라이언 고슬링은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서 영화 명장면을 재현할 계획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후보에 오른 주제가들을 무대에서 선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언 고슬링이 강력한 후보는 아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과 ‘펜스’의 덴젤 워싱턴애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

특히 이중 ‘펜스’에서 1인 2역 맡은 배우이자 흑인인 덴젤 워싱턴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을 경우 오스카의 ‘탈 백인주의’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지난해까지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OscasSoWhite)’라며 유색인종의 배우들이 거센 비난을 샀다. 이것과 달리 올해 오스카는 20명의 후보 중 7명이 유색인종이다. 여우조연상 후보에 든 ‘히든 피겨스’ 옥타비아 스펜서, ‘문라이트’의 나오미 해리스, 남우조연상 후보 ‘문라이트’의 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 등이 흑인 배우이며, 인도계 영국인인 ‘라이온’의 데브 파텔도 있다.

흑인감독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 주요 3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배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 역시 상을 수상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배우ㆍ감독뿐만 아니라 이번 시상식은 내용적으로도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먼저 ‘문라이트’는 흑인 게이 청년의 이야기를 그렸고, ‘러빙’은 1960년대 타 인종(백인과 비백인)간 결혼으로 외지로 추방된 부부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앞서 골든글로브에서 퀴어영화로는 최초로 ‘문라이트’에게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부분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정책으로 이라크ㆍ시리아ㆍ이란 등 무슬림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 및 비자발급 중단된 것과 다른 움직임이다. ‘세일즈 맨’의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이란)은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지만, 트럼프의 반 이민 정책에 항의하며 자신에게 예외 규정을 적용하더라도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또한 히어로물과 크게 관련이 없던 골든글로브가 ‘데드풀’을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에 노미네이트하며 아카데미에 대한 기대도 높였지만,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데드풀’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분장상, ‘닥터 스트레인지’가 시각효과상 후보에 올랐을 뿐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