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02/921108_20170208100302_137_0001.jpg)
ICT는 기존 산업분야와 생활영역에 `스마트`라는 수식어를 덧붙이며 자동화·디지털화를 촉진한다. 신규 산업 창출과 편의성을 무기로 한 ICT의 무한확장은 지속 중이다. 반면에 최근 대두된 `아날로그` 테마는 디지털 사회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새로운 혁신 기회를 가져오고 있다. 현 사회의 아날로그적 부분과 그 미래를 논의해본다.
◇사회 관습 속 아날로그, 세대가 바뀌어도 중요한 것은 `아날로그`
최근 우리사회는 ICT 연구와 기술융합을 토대로 사회 전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을 진행 중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광대역인터넷(WAN)과 LTE 등 ICT 인프라 구축이 잘 돼있어 혁신 속도도 빠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사회 관습적인 아날로그는 남아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02/921108_20170208100302_137_0002.jpg)
대표적인 예가 `펜` 수요다. 펜은 수천년의 역사 속에서 굳건한 지위를 가진 필기구의 대명사다. 나무막대로 시작해 붓, 잉크펜, 볼펜 등 점점 발전을 거듭해왔던 펜은 PC, 프린터, 스마트폰·태블릿 등 대체품이 등장하면서 지위를 위협받았다. 과거 유행했던 펜글씨 교본이나 학원 등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고 모바일 메신저나 이메일로 중요 내용이나 감정을 교류하기 시작했다는 점, 주요 기관이 PC와 사내 인트라넷망을 활용하면서 종이나 펜을 사용했던 주요 상용문서가 디지털화됐다는 점 등이 펜의 소멸을 예상케했다.
하지만 펜은 금융정보나 부동산 매매 등 보안성이 필요한 내용이나 중요 공문서 위변조 확인 등 의식적으로 중요한 곳에서 수요를 찾을 수 있다. 연인이나 친한 지인과의 감정 교류, 예의의 표시로 작성하는 수기 편지나 연하장, 간단한 메모 등 개인적 부분에서도 여전히 쓰임새를 가진다. 또 `스마트터치 펜` `펜글씨 인식 프로그램` 등 ICT와 펜문화가 결합한 주요 기술 등장에 힘입어 펜 수요는 지속되고 있다.
![신문 등의 활자인쇄물은 대표적인 사회관습 속 아날로그의 아이콘으로 아직도 꾸준한 수요를 갖고 있다. (사진=박동선 기자)](https://img.etnews.com/photonews/1702/921108_20170208100302_137_0003.jpg)
신문이나 책 등 활자 인쇄물도 사회관습 속 아날로그의 한 축이다. 당초 활자 인쇄물은 인터넷과 스마트 디바이스가 만들어낸 온라인 인쇄물 등장과 함께 사멸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빠른 정보파급력과 보편성을 지닌 온라인 인쇄물은 대중을 빠르게 잠식하며 문화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기기와 네트워크 특성상 장시간 이용이 어려운데다 가독성 문제, 사회 관습적 요구가 뒤따르면서 중장년층이나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활자인쇄물 수요는 꾸준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02/921108_20170208100302_137_0004.jpg)
문화계 한 관계자는 “아날로그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펜이나 활자 인쇄물은 중요 정보나 개인의 감정교류, 사회 관습상 속성 등을 이유로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앞으로 ICT 발전정도가 높아진다 하더라도 아날로그 수요는 지금과 같거나 혹은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중문화 속 아날로그 `그때 그 시절의 향수`
이처럼 아날로그는 현재까지 사회관습 영역에서 존재감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보다 더 큰 아날로그 흐름이 나타났다. 바로 대중문화 영역이다.
한동안 대중문화는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다방면에서 ICT 흐름에 편승해 아날로그의 존재를 부정해왔다. 일례로 음악계에서는 K팝이라는 이름의 빠르고 생동감 있는 아이돌 댄스 음악이 주류를 차지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큰 인기를 모으던 록이나 발라드 솔로가수는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컴퓨터그래픽이나 영화제작 기술 발전으로 만들어진 공상과학이나 블록버스터 액션 등이 인기를 얻으며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디지털 문화는 빠른 파급력과 큰 스케일, 역동성과 화려함 등으로 대중을 사로잡으며 빠르게 아날로그 문화를 지워나갔다.
![최근 방송계에서 과거 8~90년대 음악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로 인해 음악계에도 아날로그로의 회귀 현상이 나타난다.<사진=방송사 홈페이지 캡쳐>](https://img.etnews.com/photonews/1702/921108_20170208100302_137_0005.jpg)
하지만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 글로벌 경제상황이 악화된 것을 계기로 대중의 소비심리와 문화코드가 아날로그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음악계에서는 꾸준히 등장하는 아이돌 음악 외에 과거 7080세대와 1990년대 유행했던 음악이 재편곡돼 TV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기예능이던 `나는 가수다`나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복면가왕` `불후의 명곡` `판타스틱 듀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아날로그 시대의 노래가 나오면서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영화계에서는 △`국제시장` `귀향` `사도` 등 역사 재조명 △`내부자들` `베테랑` 등 범죄액션 △`나를 잊지 말아요` `건축학개론` 등 과거와 현재를 잇는 멜로영화처럼 화려함만 돋보이는 작품보다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영화들이 큰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드라마에서는 1980~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닥터진` `옥탑방 왕세자` 등 타임슬립형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푸른 바다의 전설` `도깨비` 등 고전 이야기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드라마가 속속 등장해 주목받았다.
![최근 영화계에서는 역사재조명, 범죄액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멜로물 등 감성을 어루만지는 아날로그코드가 인기를 모은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02/921108_20170208100302_137_0006.jpg)
대중문화의 아날로그 흐름은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판타지적 이야기나 과거회귀 등 아날로그 코드로 현실탈피의 즐거움을 찾는 데 큰 이유가 있다. 디지털 문화 형식이 비슷한 데다 현실과의 접점보다는 화려함만 강조한 까닭에 사람들이 쉽게 싫증을 느낀 것도 영향을 끼쳤다.
문화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과거 향수와 현실탈피 등 풍조가 짙어지면서 드라마나 영화는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장치로 과거의 삶을 조명하거나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이런 아날로그 장치들은 사람들에게 공감대와 판타지적 쾌감을 동시에 주면서 만족시키기 때문에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영역에서의 아날로그는 과거 사회상이나 판타지 멜로 등의 장르로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tvN, SBS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02/921108_20170208100302_137_0007.jpg)
이어 “음악 분야 아날로그 코드 유행은 빠른 비트의 댄스곡과 화려함을 내세운 아이돌이 K팝 문화를 만들 정도로 크게 활성화됐지만 반사효과로 너무 많은 수의 아이돌이 쏟아지면서 음악이 화려함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비슷해져버린 것이 큰 원인”이라면서 “기성세대가 된 8090세대 문화가 주류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이 문화가 젊은 세대 기호에 맞게 변형되는 모습을 나타내면서 아날로그적 감성이 담긴 음악도 크게 유행하게 된 것”으로 분석했다.
사회일각에서는 아날로그 대두가 ICT 발전에 따른 인간영역 축소 우려를 막고 인간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영역을 찾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는 주장도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