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컴퓨터가 LG유플러스 이후 7년 만에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HIS)을 출시한다. 이지케어텍, KT 등도 사업 준비에 분주하다. 난공불락과 같던 병원에 클라우드 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트컴퓨터는 다음 달 클라우드 HIS 솔루션을 출시한다. 중소병원과 동네의원 중심으로 클라우드 도입을 유도한다.
비트컴퓨터는 국내 전자의무기록(EMR)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중소병원, 전문병원 중심으로 탄탄한 매출구조를 자랑한다. 작년부터 EMR 솔루션에 대대적 기능개선 작업을 거치면서 클라우드 기능까지 접목했다. 내달 공식적으로 클라우드 EMR를 공개하고 사업을 본격화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EMR 시장 1위인 비트컴퓨터는 기능 개선과 신시장 창출을 위해 클라우드를 접목했다”면서 “작년부터 일부 병원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거쳤고, 조만간 출시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컴퓨터 외에 KT나 이지케어텍도 클라우드 EMR 솔루션 개발을 준비한다. KT는 올해 공공, 금융, 의료, 교육 등 클라우드 도입에 소극적 분야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작년 말 국내 1호 클라우드 보안인증 기업으로 선정돼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의료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클라우드 EMR 솔루션 개발이 필수다. KT와 세브란스병원이 공동 설립한 후헬스케어를 통해 개발을 검토한다.
후헬스케어 관계자는 “세브란스병원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 2단계에 클라우드 기능 접목을 검토한다”면서 “다른 병원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관련 솔루션 개발도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중동, 미국 등 해외 진출에 활발한 이지케어텍은 작년 말 클라우드 사업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개발자 20여명이 모여 EMR 솔루션을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개발한다. 늦어도 2019년에는 제품을 출시, 해외에 우선 공급한다.
클라우드 EMR 솔루션 개발·출시는 2010년 LG유플러스 이후 7년 만이다. 당시 LG유플러스는 명지병원과 클라우드 EMR를 공동 출시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의료법 등에 막혀 사업을 접었다.
최근 법제도, 시장 환경 변화 등으로 사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업계 재도전이 이어진다. 정부는 작년 8월 `전자의무기록 관리·보존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에 관한 기준` 고시를 제정해 의료기록을 클라우드 등 외부에 저장할 수 있게 허용했다.
클라우드를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 분석할 필요성도 높아진다. 의료정보에 바탕을 둔 정밀의학이 보건산업 패러다임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의료정보 활용 근거를 마련했다.
병원정보솔루션 업계는 대형병원보다는 신축병원, 중소병원, 동네의원 등 클라우드 도입 시 위험부담이 낮은 곳부터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 클라우드 바람이 불지는 미지수다. 클라우드 도입 필요성이 커지고 7년 만에 관련 솔루션이 출시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중앙대 의료보안연구소가 전국 150개 중소병원을 조사한 결과 100병상 미만 병원 의료 정보기술 서비스 투자금 대비 정보보호 투자 비중은 7.58%에 불과하다. 의료정보보호 전담 직원을 보유한 병원도 2%에 그쳤다. 의료정보보호 교육을 수행한 병원은 전체 27.3% 수준이다. 규모가 작을수록 보안에 취약하다. 침입방지시스템, 가상화 보안 등 보안체계를 갖춘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는 방패망이 된다.
클라우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병원 핵심인 데이터를 외부에 보관하는 것은 클라우드 도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기술적으로 해결할 과제가 많고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병원정보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EMR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결제, 보험 등에서 검증이 필요한데다 기존 EMR가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면서 “중소병원 보안성을 높이고, 병원 간 의료정보 교류를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