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총장 신성철) 남홍길 뉴바이올로지전공 펠로(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장) 연구팀이 마이크로 크기 물방울에서 효소의 도움 없이 엽록소 탈금속 반응이 1000배나 빨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리처드 제어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로 발견한 이번 연구 성과는 광합성 기구 보호 및 효율 조절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광합성은 식물이 빛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지구상 생명체 에너지의 근원이다. 광합성은 `광합성 공장`인 엽록체에서 이뤄진다. 이때 엽록체 내 녹색 색소 분자 엽록소는 광합성 첫 단계에서 흡수한 빛 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산소를 만든다.
연구팀은 빛 에너지 흡수 및 전환 조절 비밀을 밝히기 위해 엽록소의 화학반응에 주목했다. 엽록소는 산성 조건에서 엽록소 분자 중심에 있는 마그네슘 이온이 수소 이온으로 교체되는 탈금속 반응이 일어난다. 지금까지 일반 용액에서 탈금속 반응을 실험하면 반응 속도가 빛 에너지 흡수와 전달 속도에 비해 매우 느려 광합성에서 그 중요성을 간과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 크기 물방울에서 생화학물의 반응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엽록소 탈금속 반응에 적용, 반응 속도가 약 1000배나 빨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엽록소 반응의 중요성을 재발견, 광합성 조절에 대한 새로운 기전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식물의 실제 공간과 유사한 환경에서 엽록소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마이크로 크기 물방울을 만들어 생화학 반응 역학을 관찰했다.
엽록소를 포함한 물방울과 염산을 포함한 물방울을 빠른 속도로 충돌시켜서 수십 마이크로 크기의 융합 물방울을 만들고, 물방울 비행거리 차이를 둬 엽록소가 산에 의해 점차 탈금속화하는 과정을 마이크로초 속도로 측정했다.
그 결과 엽록소의 탈금속화 반응이 수십 마이크로초의 빠른 시간에 일어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는 일반 용액 상태에서 측정한 값과 비교하면 약 1000배 빠른 속도다.
남홍길 펠로는 8일 “엽록소는 산화되면 광합성 기능을 잃지만 탈금속 반응은 산화를 방지해 엽록소를 보호할 수 있다”면서 “엽록소 탈금속 반응이 광합성 기구를 보호하거나 광합성 효율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