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시장 한국 배터리 점유율 43%…日 추월 가능성

GM 쉐보레 볼트(Bolt) 대용량 배터리. 볼트는 60kwh급 LG화학 배터리를 장착했다.
GM 쉐보레 볼트(Bolt) 대용량 배터리. 볼트는 60kwh급 LG화학 배터리를 장착했다.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산 배터리 점유율이 처음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미국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진출 후 가장 높은 점유율이다. 최근 출시된 유력 신차에 한국산 배터리가 속속 실리면서 작년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2014년부터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행사해 온 일본산 배터리 추월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9일 북미 전기차 매체 인사이드이브이스(EVs)가 집계한 북미 전기차(BEV·PHEV) 판매량을 근거로 재분석한 결과, 지난달 한국산 배터리 점유율은 43%(13만3512㎾h)로 일본 57%(17만8058㎾h)에 14%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지난해 12월 일본 배터리 점유율이 82%(80만9556)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구도 변화다.

한국산 배터리 점유율 반등은 LG화학 배터리를 장착한 GM `볼트(Volt)`와 신차 `볼트(Bolt)`판매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볼트(Volt)는 1611대, 대용량 배터리(60㎾h)를 단 볼트(Bolt)는 1162대로 각각 판매율 1·3위를 차지했다. 반면 줄 곧 판매량 1위를 달려오던 테슬라 `모델S`는 900대(판매량 4위), `모델X`는 750대(6위)로 판매량이 내려앉았다.

도요타 신형 PHEV `프리우스 프리미엄`이 1366대로 2위를 차지했지만 시장 점유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차량 당 배터리 용량은 8.8㎾h로 볼트(Bolt)에 비하면 7분의 1수준이기 때문이다. 프리우스 프리미엄은 미국 전기차 시장 최저 수준인 2만3450달러(약 2683만원)에 지난달 출시됐다.

앞으로도 한국산 배터리 채택은 더욱 늘어난다. 출시 한 달 만에 북미 판매량 3위에 오른 GM `볼트(Bolt)` 판매처가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주 두 곳에서, 연내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한 BMW `740e`와 기아차 `옵티마PHV`를 비롯해 다음 달 출시하는 크라이슬러 `퍼시피카(16㎾h)`가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다. 현대차도 상반기 내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출시한다. 여러 신차에 실린 한국 배터리가 질주하면서 테슬라 의존도가 높은 일본 배터리 입지를 더욱 줄일 전망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세계 전기차 시장 축소판인 북미 시장에 나온 전기차 31개 모델 중 18개가 한국산 배터리를 달았고, 앞으로 나올 신형 전기차도 한국산 배터리가 더 많다”며 “일본산 배터리는 테슬라 의존도가 60% 이상이지만 장거리 주행 경쟁 모델이 다수 나오기 때문에 한국과 선두권 경쟁이 보다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5만9139대가 팔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는 22%(1.1GWh)로, 일본 배터리 78%(4.0GWh)에 크게 밀렸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