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주방 풍경이 바뀌고 있다. 궁극의 모습은 인공지능(AI) 셰프가 레시피를 만들고 3D프린터가 요리하는 시대다.
3D프린터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활성화돼 있다. 최근 중국 베이징소비하과기유한회사는 밀가루를 소재로 팬케이크를 구워내는 3D프린터를 선보였다. 칭화대 학생들이 개발했다. 가격은 80만원대다. 허쉬도 초콜릿을 출력하는 3D프린터 코코젯(CocoJet)을 만들었다. 미군 역시 전투식량을 3D프린터로 출력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나섰다.
3D프린터는 레스토랑까지 침투했다. 지난해 7월 말 영국 런던에서 문을 연 푸드잉크는 세계 최초 3D프린팅 레스토랑이다. 이곳에서는 모두 9개 코스로 구성된 3D프린팅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샐러드부터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제공한다. 음식뿐만 아니라 접시와 가구도 3D프린터로 제작했다.
레시피는 인공지능(AI) 몫이다. 현재는 IBM AI `셰프 왓슨`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셰프 왓슨은 1만여 가지 조리법을 학습한 요리 고수다. 재료 간 궁합과 사람이 선호하는 맛에 대한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추천한 부재료를 조합해 요리하면 나만의 메뉴도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와 3D프린터 조합이 유명 셰프를 앞설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정한 맛을 매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데다 요리 속도가 빠르다.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새 메뉴 개발에도 유리하다.
국내에서도 요리용 3D프린터가 실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간단한 떡과 빵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폭풍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국내에서는 더욱 상황이 어렵다. 위험 감당하고 돈을 넣겠다는 대기업이나 투자자도 많지 않다.
그나마 최근 희망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 푸드테크 분야 최대 화두는 동원의 더반찬, SK플래닛의 헬로네이처 인수였다. 대기업이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분 100%를 사들인 유례없는 일이 한 해 동안 두 차례나 발생했다. 대기업이 시장을 이끌게 되면 투자 위험은 줄어든다. 그만큼 새로운 분야 투자도 확대될 수 있다.
로봇 전문 스타트업인 박종건 서큘러스 대표는 9일 “1인 가구가 늘고 고령화 추세가 지속되면서 맞춤형 음식 욕구가 커지고 있다”면서 “푸드테크도 IT 영역을 강화해 개인별 건강, 기분, 취향 등을 반영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