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방사성폐기물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 폐기하거나 허가를 받지 않고 용융·소각하는 등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지난해 11월 7일부터 원자력연구원 내 핵연료재료연구동, 가연성폐기물 처리시설, 자체처분폐기물 등 방사성폐기물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폐기물 처리 절차 미준수 등 원자력안전법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원자력안전법은 방사성폐기물 처분 전에 핵종별 방사능 농도에 따라 중저준위 폐기물과 자체 처분 폐기물을 분류해서 규제 기관의 사전 심사와 확인을 받아 처분하도록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성폐기물 분류·처분 절차를 지키지 않고 방사선관리구역 배수로 공사(핵연료재료연구동)로 발생한 콘크리트 폐기물 약 150㎏을 외부로 반출해 매립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연구로 해체 때 발생한 콘크리트 폐기물(약 2톤)과 토양 폐기물(약 58드럼)을 연구원 내 야산에 폐기했다.
작업복 세탁수 등 액체방사성폐기물을 무단 배출하고,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사용한 장갑·비닐 등을 무단 배출 및 소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폐기물 용융시설 허가 이전부터 용융을 실시하고, 허가 받지 않은 핵종이 포함된 폐기물을 용융했다. 폐기물 소각 시설에서 허가 받지 않은 폐기물을 소각하고, 해당 시설 배기가스 감시기 측정 기록도 조작했다.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무단 폐기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원자력계 신뢰성에 큰 흠집이 났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고준위 관리법`이 국회에 계류된 가운데 연구원 자체로도 사용후핵연료 반환 문제를 놓고 홍역을 치르고 있어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원안위는 조사 과정에서 위반 행위와 관련된 폐기물(용융 폐기물 등)의 연구원 내 보관 현황을 확인했으며, 외부로 반출된 폐기물 가운데 회수 가능한 폐기물은 연구원으로 다시 이동시켜서 일반인 등이 접근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현재까지 시료 분석과 관련 자료에서 콘크리트, 토양 등이 원자력안전법상 자체 처분 허용 농도 미만임을 확인했다. 외부로 배출된 액체방사성폐기물도 잔존 시료 분석 결과와 연구소 집수조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배출 관리 기준을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원안위는 자료 검증, 방사선 환경평가 등 추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원자력연구원에 행정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동일한 위반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KAERI가 방사성폐기물 관리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이행 과정을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사과와 함께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김종경 원자력연구원장은 “원안위의 발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책임자 처벌은 물론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 조치를 포함해 철저한 후속 조치를 조속히 취하겠다”면서 “더욱 안전하고 투명한 연구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혁신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전=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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