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올해 핵심 연구 주제를 `소재와 재료`로 확정했다. 지난해 삼성 갤럭시노트7 배터리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그룹 내 분위기를 반영했다. 상용화 기술 연구와 기초 연구를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12일 삼성과 업계에 따르면 종합기술원은 올해 소재와 재료 전문 연구 인력을 늘리고 관련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정칠희 삼성 종기원 사장은 “올해 소재와 재료 같은 기초 연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기원은 최근 박사 학위 소지자와 산업계 경력 보유자를 대상으로 배터리 소재, 유기재료, 무기재료, 기능성 고분자 분야에서 전문가를 대거 채용하고 있다.
종기원은 최근 3∼4년 동안 산하 연구 조직을 통폐합하면서 연구개발(R&D) 중복을 방지하고 `연구를 위한 연구`보다 사업화에 초점을 둔 실용 연구에 집중해 왔다. 2015년 산하 연구소이던 전자소재연구소를 통폐합, 없애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종기원이 기초 과학 성격이 강한 재료와 소재 연구를 다시 강화하는 움직임은 새로운 방향이다.
소재와 재료는 제품을 구성하는 기본 구성 요소다. 종기원은 제품 기본기, 안전성, 성능을 결정짓는 제품 소재 연구의 중요성에 내부 공감도를 높이고 관련 연구를 강화할 계획이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삼성은 올해 신제품 핵심을 안정성에 두고 있다. 신기술 과시보다는 완성된 제품, 소비자 신뢰에 기반을 둔다.
종기원의 소재 연구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TV의 핵심 전략으로 밀고 있는 퀀텀닷은 종기원의 소재 연구 결과물이다. 퀀텀닷은 수나노 미터 초미세 반도체 입자를 말한다. 통신 기술에 기반을 둔 사물인터넷(IoT)이 중요하지만 신소재 확보는 오랜 기간 회사 주도권을 유지할 수단이라는 점도 반영됐다.
업계 관계자는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같이 당장 산업계 화두인 분야는 사업부 중심으로 연구하고 종기원은 다시 기본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면서 “원래 종기원에서 소재분야는 핵심 연구 사안이 아니었지만 배터리를 비롯한 TV, 생활가전, 의료 등 다방면에서 소재·재료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선행 연구를 강화하는 조치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